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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그 떠남에 관하여

2014년 11월 19일(수) 10:43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 상주지청

ⓒ (주)문경사랑

 

가을은 떠남의 계절이다. 낙엽이 고목을 떠나고 여인이 남자와 이별하는 때이다.

그뿐이 아니다. 직장인들에게는 정들었던 근무지를 떠나 낯선 곳을 향하는 때도 이 가을이다. 어떤 이들은 기쁘게 다시 가족의 품에 안기기도 한다.

출근 길, 모전동 오거리 은행나무 잎이 무수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문득, 가을은 떠남의 계절임을 절감했다.

며칠 전, 직원 회식을 하였다. 하반기 정기인사에 따라 곧 희망하는 근무지로 떠날 직원들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자리였다. 다행히 모두들 원하는 곳으로 가게 되어 즐거워했다.

첫 직장생활을 상주에서 시작한 여자 수사관은 함께했던 시간들을 잊을 수 없을 거라고 말하였다.

가족이 있는 안동으로 돌아가는 김 수사관은 출근 전 매일 관사 옆 정자에서 피우던 담배를 다시는 맛볼 수 없다며 섭섭해 했다.

한 곳에 오년 이상 머무를 수 없는 인사규정에 의하여 의성으로 떠날 구 수사관은 일 년 뒤에 돌아오겠다고 호기 있게 말했다. 술을 권하며 그들과 아쉬운 인사를 나누었다.

여자 수사관에게는 새로운 근무지에서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받아들임’과 ‘드러냄’을 잘 할 것을 당부하였다. 더불어 모든 복은 사람에게서 온다고 했다.

지난 날 이 사실을 더 일찍 깨달았다면 지금의 삶이 보다 풍요로웠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갖는다. 어쩌면 지금도 현재 진행형인 줄 모르겠다. 젊은 시절의 ‘오만과 편견’은 젊음의 징표이다.

하지만 언젠가 상처가 되어 돌아 올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은 다행인지도 모른다.

일 년 여를 객지에서 지내다 가족의 품으로 가게 될 김 수사관과는 함께 점심시간에 테니스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었다. 그래서 고맙다고 했다. 그리고 담배를 좋아하는 그에게 건강을 당부하였다.

의성으로 가게 될 구 수사관은 십 여 년을 함께 근무한 직원이다. 그래서 그의 부재(不在)가 아쉬움으로 남을 듯 했다. 그에게는 남들 보다 일찍 돌아오라는 덕담을 건넸다. 그도 웃음을 지었다.

몇 년 전, 나 또한 그들처럼 저 자리에 있었던 때가 있었다. 떠남과 만남이 교차하던 그 무렵, 가족과의 이별과 낯선 환경에서 오는 부담감이 큰 무게로 짓누르곤 하였다.

일요일 집을 떠나 다시 먼 거리를 달려 관사에서 늦은 저녁을 보내면, 조금 전 함께했던 안해와 아이들의 얼굴이 어린 거리는 듯했다. 그래서 아침에 눈을 뜨면 아이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흰 눈이 펑펑 내리던 어느 봄 날, 안해의 기쁜 목소리를 들으면서 멀고 먼 강릉에서 되돌아올 수 있었다.

모전동 오거리 길 가에 떨어지는 노란 은행잎들은 이제 스스로의 인연을 다하였다. 그리고 떨어진 그 자리에는 봄날 새 잎이 돋을 것이다. 만남을 염두에 두는 이별처럼 말이다.

그러나, 스스로의 간절함에도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낯 선 곳으로 떠나야 하거나, 아직 돌아오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그들은 이 가을 남들이 떠난 빈자리를 어루만지며 쓸쓸히 잠 못 드는 것이다.

출근길 낙엽을 보면서 문득, 내게도 이곳에 머무를 시간들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벌써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던 것이다. 그래서 얼마 지나면 떠나는 직원들처럼 또 다른 임지로 가야할 터이다.

그때에는 보다 더 가볍고 기쁘게 떠날 수 있기를 바래본다. 봄날 새 잎 돋듯 건강하고 더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올 것을 기약하고서 말이다.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아니 가을이 떠나고 있다. 저만치.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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