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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인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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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9일(수) 10:43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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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김 안 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 (주)문경사랑 | | 예부터 충청도 하면 인심이 후하고 마음이 착하기로 유명하다. 충청도 사람들의 언동이 느리다고 평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는 아마 남에게 양보하는 마음씨와 그렇게 악착스럽지 않은 성품 때문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는 서로 섞여 살고 경쟁하며 생활하다 보니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인심이 사나워지고 양보심이 없어진 것 같다. 그런데 최근 필자로서는 좀 부끄러운 일이지만 충청도의 옛 인심을 대할 수 있는 조그마한 사건이 있어 그 일화를 소개코자 한다.
얼마 전 충북 제천시(堤川市)에 행사가 있어 서울 버스 터미널에서 우등고속버스를 타고 중간에 한 번도 쉬지 않고 정확히 두 시간 만에 제천에 도착했다. 공식행사를 마치고 제천시장과 저녁식사를 했다. 현지의 전통음식이 맛이 있어 술과 함께 많이 먹었다.
술에 취해 늦은 버스를 타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얼마나 지났는지 잠을 깨어보니 버스는 밤길을 쉬지 않고 달리고 있었다. 술을 많이 마신 탓으로 소변이 무척 마려웠으나 버스 안에 변소는 없고 이 버스는 쉬지 않고 서울까지 가기 때문에 큰 고통을 당하게 되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버스 운전사에게 가까이 가서 사정을 이야기하고 휴게소에 좀 세워달라고 했더니, ‘이 버스는 중간에 서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서울에 거의 다왔다’고 하였다.
그래도 참기 어렵다고 했더니 ‘손님들이 항의를 할지 모른다’고 하기에 30여명 승객 가운데 약 반은 잠이 들어 있어 깨어 있는 나머지 반수의 승객들에게 ‘소변을 참을 수 없어 잠시 휴게소에 차를 세웠으면 하는데 괜찮겠습니까?’하고 말을 했더니 이미 사정을 알고 있는 손님들은 이구동성으로 ‘기사분! 차를 좀 세워주시지오!’ 하고들 말을 했다.
휴게소에 버스가 도착하여 내리자마자 그대로 뛰어가서 일을 보고, 피우고 싶은 담배도 참은 채 또 뛰어와 차에 올라 기사와 승객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자리에 앉으니 그제야 살 것 같았다.
지체한 시간이 모두 4분 정도 되었으니 30명 승객 전부로서는 약 2시간을 소비한 셈이 되었다. 터미널에 도착하여 운전기사와 승객 모두에게 다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자다가 뒤에 깨어난 사람들은 나이 든 신사가 왜 고맙다고 하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느긋하고 흐뭇한 마음으로 다시 변소에 가서 여유 있게 소변을 보고 담배 한 대를 피운 뒤 천천히 귀가했다.
승객의 대부분이 제천사람이거나 제천과 연고가 있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이 각박한 세태에, 그것도 늦은 밤 시간에 누가 그렇게 너그러이 이해해줄 것인가? 충청도 사람들의 착한 인심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던 작은 일화였다.
그러나 이 글을 읽은 독자분들에게 한 가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정기노선 버스를 탈 때에는 직전에 술이나 음료수를 많이 마시지 않도록 주의하고, 잘못하여 착한 충청도 사람들에게 귀한 시간을 빼앗는 불행하고 몰염치한 사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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