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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토천兎遷 ② - 팩션 스토리

2014년 06월 07일(토) 12:56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 상주지청

ⓒ (주)문경사랑

 

신길원 현감이 문경현에 부임하던 이듬해 1591년 7월이었다.

녹음이 우거지고 더위가 한창이던 여름의 어느 날. 문경새재를 넘어 영남으로 향하던 서울의 어느 상단(商團)이 도적떼들로부터 습격을 받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때 도적들이 휘두르던 칼에 보부상 몇 명이 크게 다쳤다. 하지만, 상단을 호위하던 무사들이 도적들을 잡아 관아로 압송하였다.

“너의 이름과 아비의 함자는 어떻게 되느냐?”

현감은 잡혀온 도적들 가운데에 수령 격으로 보이는 자를 문초(問招)했다.

하지만, 그는 현감을 한번 쳐다보고는 입을 굳게 다물 뿐이었다. 거듭되는 질문에도 답을 하지 않자, 그를 옥에 가두고 다른 도적들을 문초했다.

도적들은 서울의 양반집 서자들이라고 했다. 그들은 한량들로서 밀린 술값을 갚기 위하여 상단을 습격한 것이었다.

그런데 수령 격으로 보이던 자는 병조참판 이일순의 서자 ‘이한’이라고 했다. 현감은 그를 옥에서 끌어내어 다시 문초를 하였다.

“너의 아비가 나라의 녹을 먹고 있는데, 어찌 이리도 체신없이 사람들을 헤치고 도둑질을 했단 말이냐!”

그는 순간 움찔했으나 여전히 고개만 숙였다.

현감은 다시 옥에 가두었다.

다음 날, 현감은 경상감사에게 그간의 경과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사또, 서울의 이일순 대감의 청지기라는 사람이 사또를 뵙자고 합니다.”

돌아보니, 순동이 옆에 동그란 갓을 쓴 호리한 사람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시골 현감을 만만하게 보는 눈빛이었다.

청지기는 이번 사건이 철없는 젊은이의 치기이니 대감의 낯을 보아 눈감아 달라고 청했다.

그리고 은밀한 웃음을 지었다.

“비록 보잘 것 없는 시골 현감에 불과하지만 나랏님이 이 자리를 맡기시며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죄지은 자를 엄히 벌하라고 하셨다. 돌아가 대감께 죄송하다고 전해라.”

그리고 다음 날, 지체없이 도적들을 감영으로 압송하였다.

한 달여가 지난 뒤, 감영에서 도적들을 의금부에 보내야 함에도 미적미적 늦추고, 이어서 그들이 곧 무죄로 방면될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널리 퍼졌다.

“사또, 도적들이 사람들을 해치고 죄가 큰데 어찌하여 죄 없다고 풀려난답니까.”

어린 순동이는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기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생각에 잠긴 현감은 순동이를 조용히 불렀다.

“아무래도 네가 서울에 다녀와야겠다. 임금님께 그간의 경위에 대하여 장계를 올릴 터이다.”

그 후, 조정에서는 현감의 장계에 따라 전모를 확인하고 죄인들을 벌하였다.

“사또, 임금님께서 도적들을 혼내주었다고 합니다. 참 잘하셨습니다. 고을 백성들이 사또께서 잘 하셨다고 합니다.”

순동이는 자기 일인 양 기뻐하며 좋아했다.

하지만, 현감은 언젠가 이 일로 자신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으나 내색하지 않았다.

‘한 놈의 왜적이라도 죽이고 죽는 것이 이때에 관직을 가진 자의 책무이다.’

현감은 지난 생각을 뒤로하고, 스스로에게 의연히 다짐했다.

그리고 관군들을 왜군이 올 때까지 쉬도록 했다.

어차피 지금의 관군만으로는 이만 명에 이르는 왜군을 대적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밤, 현감은 교교한 달빛이 흐르는 관산지관을 혼자 거닐었다.

텅 빈 좌익사 누마루에서 순동이가 앉아 있었다.

현감은 그런 순동이가 애처로워 다가갔다.

“그래, 네 아비와 가족들은 잘 피했더란 말이냐.”

“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리면서도 씩씩하게 말하는 순동이가 대견했다.

“사또, 왜 조선은 미개한 왜군에게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당한답니까? 나라에서는 무엇을 하여 이렇게 죄 없는 백성들이 죽어야 하나요. 예?”

분한 듯, 그리고 정말 알 수 없다는 듯 자신을 쳐다보는 어린 순동이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리고 현감은 시선을 피하듯 달을 보았다.

“나라에 주인이 없기 때문이다. 집에 주인이 없고 배에 선장이 주인 노릇을 하지 않듯 나라에도 도둑 같은 사람들이 주인행세를 하며 그들 이익만 챙기느라 정작 주인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자신을 쳐다보는 순동이를 외면하고 현감은 지난 해 정초, 자신을 찾아온 젊은 선비의 일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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