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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린(逆鱗)

2014년 05월 26일(월) 10:02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 상주지청

ⓒ (주)문경사랑

 

“00야, 내 아들로 16년3개월을 살아줘서 고마워.”

얼마 전, 성당에서 세월호 참사 피해학생들의 학교를 다녀온 신부님의 강론이 있었다. 신부님은 피해 학생의 아버지가 아들이 수업 받던 교실 창문에 붙인 글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자 여기저기에서 감정을 이지기 못하는 사람들의 소리들이 들려왔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지만 우리들을 눈물짓게 하는 사연은 이뿐만이 아니다.

침몰 직전, 학생들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어느 젊은 교사의 장례식에서 그의 아버지는 담담하게 말했다고 한다.

“장하다. 내 아들아.”

짧은 한 마디였지만 많은 이야기를 담은 절규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아들이 행여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교사로서의 책임과 타고난 성품 때문에 힘들어 했을 거라는 말도 덧붙였다고 한다.

어린 학생들의 희생에 더 없이 안타까워하다가도, 이처럼 가족들의 사연을 전해 듣게 되면 또 다른 아픔이 더해진다.

며칠 전, 안동 예술의 전당에서 연극공연을 관람하였다. 애국가의 저작권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곁들여 만든 연극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와 같은 대형 안전사고들이 연극의 소재였었다. 정말, 왜 이런 일들이 생기는 걸까.

그리고 이러한 사고들이 유독 우리나라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니,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뒤늦게 후회하는 큰일들이 왜 이렇게 일어나는 것일까.

그 해답은 최근 관객 300만원을 돌파한 영화 ‘역린’에서 정조대왕 역을 한 영화배우 현빈의 대사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정성을 다하라... 바꿀 수 있다... 바꿀 수 있다.”

영화에서 정조가 마지막에 말을 타고 하는 말이지만, 이 말은 다른 등장인물을 통해서도 관객에게 여러 번 들려준다. 중용 23장에 나오는 말이라고 한다.

이는 원전의 말을 축약한 것이다. 원전은 이렇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으로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 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 날, 우리가 겪는 이 어처구니없는 불행들이 결국 작은 일을 무시하고 최선을 다하지 않은 때문이다.

그래서 중용의 말처럼, 이 슬프고 어처구니없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면 정성스럽게 되어 겉으로 배어 나와 밝아져 남을 감동시키게 되어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번 세월호 참사를 겪고서 더 이상 우리 사회가 지금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그리고 국가개혁과 같은 거대담론을 이야기 한다.

과연 그럴까. 물론 개혁도 필요하다. 그러나, 수천년 인류의 역사에서 개혁은 여럿 있어왔다. 그렇지만 언제나 실패한 것도 역시 개혁이다

. 그래서 지금 이야기 되고 있는 일들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것이다. 영화 역린에서 배우 현빈이 했던 그 말이다.

“정성을 다하라... 바꿀 수 있다... 바꿀 수 있다.”

다산 정약용은 백성들을 살리는 방법으로 먼저 법제도와 행정을 개혁하는 일을 말하지 않았다.

그런 거대담론으로는 당장 굶주리고 핍박받는 백성들을 살릴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보다 작은 일, 기본으로 돌아가는 일, 즉 관리들이 공정과 청렴을 실천하는 것이 우선해야 한다고 살폈던 것이다. 그리고 목민심서를 저술하였다.

역린(逆鱗)은 용의 비늘을 건드려 화를 내는 것을 임금의 분노에 비유한 것이다. 지금, 우리들은 세월호 참사에 대하여 분노하고 있다

. 하지만, 분노로써 해결될 수 없다.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우리의 잘못을 살펴보고, 지금도 지나치는 작은 일들이 없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눈앞에 어른거리는 어린 학생들의 안타까움은 어쩔 것인가. 더구나 가족들의 저 절규는 또 어쩌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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