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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형 인간

2014년 05월 14일(수) 09:58 [주간문경]

 

 

↑↑ 김정호
새재포럼 회장
신한대학교 교수

ⓒ (주)문경사랑

 

내게는 MBC TV ‘장학퀴즈’ 99회 장원이라는 경력이 있다.

1973년 2월 18일 첫 방송을 시작한 장학퀴즈의 녹화와 예심이 있는 매주 토요일이면 서울 정동 MBC에는 언제나 수백명이상의 방청객들로 붐볐으며, 그날은 인근 경찰서에서 출동해 방송국 앞길을 정리하곤 했다.

예상보다 많은 방청객들이 공개홀을 채우고, 방청객 퀴즈에 학생들이 몰리면서 녹화장이 아수라장이 되고, 부상당한 학생들이 앰뷸런스에 태워 병원에 실어 보내는 상황에서도 방청객들이 녹화를 계속하라고 요구하는 등 요즘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퀴즈의 열풍이 불었다.

또 17년 동안 이 프로그램을 진행한 차인태 아나운서는 그 시대 장학퀴즈의 상징이기도 했다.

내가 출연했던 장학퀴즈 99회는 1975년 1월 12일 일요일, 시청률이 높은 시간대인 저녁 6시 10분에 방영되었다.

당시 수백 명이 예심을 거쳐 5명이 겨룬 이 프로그램에서 문경 촌놈이 490점이라는 높은 점수로 장원을 차지하게 되니, 전국의 많은 언론에 보도가 되었고, 나는 퀴즈 덕분에 당시 문경에서 유명인사가 되었다.

지금은 EBS를 통해 장학퀴즈가 40년간 계속 진행되고 있고, 역사적으로도 오래된 프로그램이나 그 인기는 예전만 못하다.

내가 다닌 고교 시절은 이처럼 퀴즈형 인간이 각광 받는 시절이었다.

이제는 교육의 흐름도 바뀌어 단편적 지식만을 추구하는 퀴즈형 인간은 환영받지 못하는 풍토가 조성되어 가고 있다.

창의성 개발과 사고하는 인간의 양성이라는 방향으로 교육의 패러다임이 변한 것이다.

다섯 문제 중 하나를 찍는 수학능력시험도 이제는 프랑스의 대학 입학시험인 바칼로레아 방식의 도입을 주장하는 교육학자들도 있다.

찍을 수도 없고, ‘보기’도 없으며, 외울 수 없는 모범 답안도 없는 문제. 복잡한 지문 없이 짧은 한 문장으로 된 철학 시험 문제는 ‘타인을 심판 할 수 있는가?’, ‘과거에서 벗어 날 수 있는가?’, ‘모든 사람을 존중해야 하는가?’ 등 세 개의 질문 중 하나를 골라 4시간에 걸쳐 답을 작성해야하는 수험생들. 철학과목을 포함한 15개 과목 모두 주관식 논술로 200년 넘게 프랑스 시민을 생각에 빠뜨린 바칼로레아.

1808년 이 시험을 만든 목적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건강한 시민을 길러내는 것이었다.

영국의 시인 앨프리드 에드워드 하우스만의 시 ‘생각의 자유’ 라는 글에, 내 나이 하나하고 스물이었을 때/ 어느 어진이가 하는 말을 들었지/돈이야 금화든 은화든 다 내주어 버려라/그러나 네 마음만은 간직하라/보석이야 진주든 루비든 다 내주어 버려라/그러나 네 생각만은 자유롭게 하라./고 노래하고 있다.

지금은 ‘자기 확장’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세상의 중심에 설 수 있고, 단편적인 상식은 인터넷을 검색하면 금방 답이 나온다. 사색의 시간과 자기 확장으로 이어지는 것이 요사이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적인 인간을 만드는 것이다.

창의성과 관련된 역사적 사건은 1957년 구 소련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의 성공적인 발사로 당시 우주 경쟁에서 소련은 미국에 첫 번째 승리를 거둔 것이다.

많은 학자들은 미국이 우주경쟁에서 패한 원인을 엔지니어의 창의성 부족에서 찾았고, 미국의 학교에서는 창의성 신장을 요구하는 교육법이 실행되어 그에 대한 연구의 물결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단답형과 찍기를 강요하는 주입식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쓰는 창조경제(Creative Economy)란 용어를 처음 만들어 낸 영국의 존 호킨스는 ‘창조경제란 새로운 아이디어, 즉 창의력으로 제조업, 서비스 업, 유통업, 엔터테인먼트 산업 등에 활력을 불어 넣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창조경제의 대표적 인물로 내세우는 스티브 잡스의 철학이자 그가 세운 애플의 모토가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이다. 그를 통하여 스마트폰 등 다양한 혁신제품이 창조되며 세상을 바꿔 놓았다.

과거 나의 추억인 단답형을 쫓는 퀴즈형 인간은 이제는 쓸모가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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