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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흘산(主屹山)

2014년 04월 30일(수) 18:13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 상주지청

ⓒ (주)문경사랑

 

“문경읍은 신라시대 관산현(冠山縣)이라고 했어요. 고사갈이성이라고도 했는데, 고사갈이는 고깔의 이두식 표현이고요.”

문경새재 옛길박물관에 근무하는 안태현 학예사의 말이다. 문경새재 가는 길에 저 멀리 주흘산을 보며, 그가 한 말이 떠올랐다.

관산이라는 이름의 앞 글자 관(冠)은 머리에 쓰는 갓, 즉 모자를 의미하고, 고사갈이, 즉 고깔 역시 모자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문경의 지명 이름이 이와 같은 이유는 주흘산의 모습이 고깔, 즉 옛 사람들이 머리에 쓰던 모자를 닮았다는데서 연유한다고 한다.

결국 고을의 중심이 되는 산의 이름이 그 고을의 이름이 된 것이다.

이 산은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의 긍지가 되어 왔다. 조선시대와 근대에까지 주흘산을 중심으로 마을 이름이 지어졌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또한 주흘산에 전해지는 이야기에서 오늘 날 우리가 되새겨야 할 내용들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살펴보자.

‘조선이 개국하면서, 나랏님이 전국의 산들에게 영을 내렸다고 한다.

나라의 주산(主山)이 될 산을 뽑는다며 전국의 산들을 한양으로 불렀다.

늦게야 이 소식을 전해들은 주흘산은 가는 도중에 이미 삼각산이 주산으로 정해졌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발길을 되돌렸는데, 이곳 문경새재 주변의 모습이 너무 좋아 그 자리에 눌러앉게 되었다고 한다.’

얼핏, 어디선가 들은 듯한 이야기일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새겨야 할 부분들이 있다. 먼저 주흘산에 대한 옛 사람들의 애정과 자긍심이 대단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이곳에 머물렀다는 이야기와도 맥이 닿는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는 ‘고려 때 공민왕이 이 산에 피난했다하여 임금님이 머문 산이란 뜻으로 주흘산이라 칭하였다.’고 산의 유래에 대해서 적고 있기도 하다.

공민왕에 대한 이야기는 황장산과 왕의산 등에도 이어진다. 근대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교사생활을 하면서 매일 주흘산 아래에서 청운의 꿈을 꾸기도 했다.

또 하나는 주흘산이 한양을 돌아서 앉은 이유에 대해서이다. 어떤 이는 한양을 등진 이유가 삼각산이 주산으로 뽑힌데 대해 삐쳐서라고 한다. 그렇지 않다.

주흘산은 이미 삼각산이 조선의 주산으로 정해졌다는 소식을 듣고 아쉬웠지만, 비록 나라의 주산은 되지 못하더라도 남쪽의 적을 막아 나라를 지키는 산이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것이다.

새 나라를 위해 자신이 할 일을 찾아 한양을 등지고 돌아앉아 천혜의 군사적 요새가 되기로 한 것이다. 영남대로인 문경과 한양 사이에 이와 같이 적을 방어할만한 산이 없음은 공지의 사실이다.

모든 사람들이 임진왜란 때 이곳 문경새재를 지키지 못하였음을 아쉬워한다.

이미 주흘산의 나라사랑하는 이야기를 알았더라면, 신립도 충주의 달천에서 팔천의 군사들과 허무하게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주흘산은 누대에 걸쳐 임금을 보호하고 나라를 지킨 충절의 산으로 사람들에게 충분히 기억될 수 있었을 터이다.

언제 부터인가 사람들은 주흘산의 모습을 보고 ‘여자가 하늘을 보고 누운 형상’이라고 말들을 한다. 사람들은 자연의 형상에 유사한 사물의 이름을 붙여 동일시하려는 경향이 있다.

‘꽃이라고 부르니 꽃이 되었다.’와 같다. 일종의 동기감응(同氣感應)이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같은 주흘산을 보고서 우리와 달리 유건(儒巾), 정자관(程子冠)과 같은 모자(冠)에 비유했던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모자를 귀하게 여겼다. 동래에서부터 영남대로를 따라 한양으로 가던 조선의 선비들은 주흘산을 보고 어사화(御史花)를 꽃은 복두(幞頭)를 연상했을 것이다.

그리고 유생들은 그들이 쓰는 유건을 닮은 주흘산을 흠모와 공경의 마음으로 대했을 것이다.

또한 모자가 신분을 상징하는 사회에서 살던 옛 사람들은 주흘산의 모습에서 각자가 이루고자 하는 형상을 찾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성취를 기원했을 것이다.

이제 주흘산이 ‘여자가 누운 모습’이라는 단순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 시각은 흥미 이상의 감응을 주지 못한다.

문득, 가깝게 다가오는 주흘산을 보며 스스로에게 ‘지금 너는 무엇이 되려고 하느냐.’고 물어보았다. 주흘산은 정자관(程子冠)을 쓴 모습을 하며 이렇게 말하는 듯 했다.

‘주흘산이 되어라. 주흘산처럼 되어라. 우뚝 솟아 스스로 주인 되는 주흘산(主屹山)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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