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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봄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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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3월 18일(화) 18:01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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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 상주지청 | ⓒ (주)문경사랑 | | “벌금이 300만원이나 나왔어요. 어떻게 해요.”
전화기 너머로 갓 스무 살 넘은 청년의 여린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식당 배달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일을 마치고 새벽녘에 친구들과 시내를 다니다가 고등학생들과 시비가 되었다.
그리고 경찰에 형사입건이 되었다. 담당검사는 폭력 전과가 없는 그에게 피해자와 합의할 수 있도록 형사조정을 의뢰하였다.
변호사와 지역의 명망 있는 인사들로 구성된 검찰 형사조정위원회에서는 당사자들의 의견을 들어 조정에 들어갔다.
결국 피해자 측의 완곡한 요구로 그를 포함한 피의자 세 명이 피해자 A에게 150만원씩을 지급하는 선에서 조정이 되었다.
적지 않은 금액이었으나 피의자들이 피해자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합의서를 작성하였다.
그리고 약속한 기일 내에 금액을 지급할 것을 당부하였다. 그것으로 일은 마무리 된 듯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뒤부터였다. 하루 종일 식당 배달을 하면서 받는 급여만으로 혼자 생활하고 있는 그로서는 이를 지급할 능력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우선 어제 100만원을 송금했어요. 나머지는 주인아줌마한테 가불을 부탁했는데 좀 시간이 걸릴 거 같은데 어떻게 하지요.”
약속한 기일이 지나고서야 어려운 사정을 이야기하는 그의 목소리가 체념한 듯 들렸다.
스무 살을 넘겼다고 하지만 아직, 부모의 보호 밑에 사회생활을 준비해야할 나이에 삶의 현장에서 혼자 부대끼는 그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비교적 형편이 좋은 다른 피의자들은 약속한 금액을 이미 기일 내에 지급한 뒤였다.
전화기를 들었다. 피해자 A의 보호자에게 사정을 설명하여 양해를 구해보자는 생각에서였다.
“안돼요. 나머지 50만원도 다 줘야 합의할 수 있어요.”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함께 단호하게 반복하는 부정적인 말에 가슴이 막막했다.
“혹시, 그 얘를 잘 알고 봐주려는 거 아니에요.”
담당자의 선의를 왜곡하고 부정적으로 의심부터 하는 말 앞에서 인정에 호소하는 자체가 무의미한 듯했다.
그때, 형사조정회의에서 같은 피해자였던 B의 보호자가 하던 말이 떠올랐다.
“우리 얘는 다 나았고, 같이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아무런 보상 없이 용서해주고 싶습니다.”
그의 얼굴은 몇 개월 전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 이미 마음을 정리한 듯 초연해보였다.
그리고 ‘자식을 잘 교육하지 못한 자신의 책임도 있다.’ 라는 말과 함께 합의서를 기꺼이 작성해주었다.
담당자의 거듭되는 부탁에도 단호히 거절하는 보호자의 말을 듣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그에게 전화를 하여 형편이 어렵더라도 최대한 돈을 마련해볼 것을 당부하는 수밖에 없었다.
피해자에게 기일을 더 연기해 보도록 해주겠다는 말을 덧붙이는 것 외에는 달리 도울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러나, 결국 연기된 기일이 지나도 지급을 하지 못하여 담당검사에게 결과 보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 보호자가 제게 전화해서 나머지를 주지 않으면 크게 처벌 받도록 하겠다고 했어요. 가불한 돈으로 송금을 했는데도 이렇게 벌금이 나왔네요. 어떻게 하죠.”
그에게 법원에 정식재판 청구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형사조정위원인 변호사에게 그간의 사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그에 대한 도움을 부탁했다.
문득, 피해자 A와 B의 보호자를 떠올리며 서로를 비교하여 보았다. 피해의 정도는 있었으나 일을 마무리하는 입장에서는 서로가 확연히 달랐다.
한 사람은 형편이 어려운 가해자로부터 보상금을 여지없이 받아내려 하였고, 다른 사람은 조건 없는 용서를 하였다. 과연 누가 온전한 보상을 받았다고 할 수 있을까.
어찌하였던, 조건 없는 용서를 한 그 아버지의 덕으로 언젠가 아들은 그 만큼의 복을 받게 될 것이다. 앞마당에 홍매화 꽃망울이 온전히 봄비를 맞고 있다.
꽃망울 터지듯, 좋은 재판 결과가 있기를 기도해 본다. 이 봄날에.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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