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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隨想》식소사번 (食少事煩)

2014년 01월 10일(금) 17:06 [주간문경]

 

 

↑↑ 김 안 제 박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 (주)문경사랑

 

중국의 역사 소설 《삼국지(三國志)》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위(魏)나라 장수 중달(仲達) 사마의(司馬懿)가 촉(蜀)나라 제상 제갈량(諸葛亮)이 보낸 사자(使者)에게 제갈량의 근황을 물었더니 ‘먹는 것은 적고 하는 일은 번거롭게 많다’고 하는 대답을 듣고서 “식소사번(食少事煩) 안능구호(安能久乎)”라고 하였다. 적게 먹고 일은 번거로우니 어찌 편안함이 오래 가겠는가 라는 뜻이다.

그의 말대로 제갈량은 오래지않아 그 전장에서 사망하고 말았다.

‘식소사번’이란 고사성어가 갖는 원전에서의 뜻은 ‘적은 식사에 번잡한 일’로 되어 있지만 후일에 와서는 ‘수고는 많으나 생기는 것은 적다’라는 의미로도 쓰여 지고 있으며, 오히려 후자의 경우가 더 일반적으로 인용되고 있다.

노력은 많이 했으나 수익이 적은 경우, 수고에 비해 보람이 작은 경우, 투입 보다는 산출이 적은 경우가 다 여기에 해당한다. 바쁘고 분주하기만 하지 실속은 없다는 말이다.

바쁘고 분주한 사람이 많은 소득을 얻는 것은 당연하고, 조용하고 한가로운 사람이 별로 소득을 얻지 못하는 것도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바삐 노력하는 사람이 적은 소득을 얻거나 조용히 쉬고 있는 사람이 많은 소득을 얻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할 수 있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이와 같은 경우가 적지 아니하게 일어나고 있다.

한가히 지내는 사람에게 많은 소득이 생기는 데는 나름대로의 까닭이 있고 근거가 있을 것이니 크게 탓할 바는 아니지만 부지런히 힘써 일하는 사람에게 이득이 적게 생기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고 정의롭지도 못하며, 또한 매우 억울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분야도 그러하겠지만 특히 경제 활동에 있어서는 ‘식소사번’과 같은 일은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쉽게 말하면 손해나는 일은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어떤 일이나 시작하기 전에 편익․비용 분석, 즉 비용과 이윤 분석을 철저히 해야 하며, 불확실한 모험은 삼가야 할 것이다.

번거로운 일을 하기 위해서는 음식을 잘 먹어 건강을 유지해야 하고, 번잡한 일을 많이 하면 이득도 많이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남는 장사를 해야지 손해 보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일이 번거롭다는 것은 일의 구성이 다양하고 복잡하며, 또한 그 양이 많음을 일컫는다.

하는 일이 다양하고 복잡하면 신경을 많이 쓰게 되고 일의 양이 많으면 노력이 많이 든다.

한 가지 단순한 일에만 종사하면 그 양이 많아도 마음고생은 적지만 일의 내용이 복잡하면 양은 적어도 마음 쓰임이 커진다.

어느 경우나 힘들고 열심히 일해야 함은 마찬가지이므로 동등한 처우와 대접을 받아야 함이 마땅하다. 즉, 정신적 직업이나 근로적 직업이나 그 가치는 비슷해야 한다는 말이다.

국가통치와 지방자치에 있어서는 기회의 균등한 부여와 이윤의 정당한 배분이 크게 강조되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노력과 소득, 급부와 반대급부의 등비례 원칙인 것이다.

먹을 것은 적은 데 일만 번거롭다면 어느 백성이 계속하여 번거로운 일에 종사할 것이며 열심히 노력할 의욕을 가질 것인가?

건실한 사람이 잘 사는 사회야말로 진실로 정의로운 사회라고 할 수 있으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바로 이러한 사회를 만들어 갈 책무를 지고 있다.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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