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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무성(聽於無聲)

2013년 12월 20일(금) 14:41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 상주지청

ⓒ (주)문경사랑

 

우리 집 처마 밑에 풍경(風磬) 하나가 걸려있다. 지난여름, 안동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 연구원들과 서울 인사동과 북촌을 답사하면서 구입한 것이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갖고 싶었었다.

그 풍경을 집의 처마 밑에 걸어 두었다. 그리고 그 후로 거실에 앉아 낮밤으로 바라보았다. 행여나 바람이 불면 귀를 기울여 은은하게 울리는 풍경소리를 따라 갔다.

소리는 때에 따라 달랐다. 바람이 자면 소리를 들을 수 없어 애간장이 탔다. 그러다, 단 한 번 ‘댕’ 하고 울리면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었다. 차를 마시다가 소슬한 바람이 불면 여운이 길게 이어지는 게 좋았다.

어느 때는 바람의 강도나 빈도가 더해서 정신없이 울리면 마치 방정맞은 사람의 입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풍경은 물고기가 가뭇가뭇 앞뒤로 흔들며 어쩌다 소리를 낼 때가 제 멋이라는 생각을 나름 하게 되었다.

시인 서정춘은 ‘풍경’ 이라는 시에서, 절 집 처마에 매달린 풍경의 한가한 모습을 보고 ‘절 집을 물고 물고기 떠 있네’라고 했다. 그래서 일까. 처마 밑에 매달린 물고기를 보게 되면, 마치 물고기가 우리 집을 물고 하늘에 떠 있는 연상이 든다.

바람이 한창 불던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는데 어머니가 풍경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어제, 이웃집 아저씨가 우리 집 풍경 소리 때문에 한 숨도 못 잤다고 하더라.”

그랬다. 어제 밤 무척이나 바람이 불었다. 거실에서 방정맞은 사람의 입 같은 풍경 소리를 듣다가 마음이 산란해져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사이 이웃집 아저씨는 적적한 겨울 밤 동안, 하릴없이 자기 몸을 냅다 받기만 한 물고기 때문에 불면의 밤을 보냈던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들을 얼마나 원망했을지 짐작이 갔다. 바로 처마에 매단 풍경을 떼어내어 거실 모퉁이에 걸어두었다. 그런데 잠시 뒤 어디서 풍경 소리가 들려왔다. 가까운 듯 멀리서인 듯, 한 번 두 번 들리다가 조금 후에는 수도 없이 댕댕 거리는 것이었다. 안해가 말했다.

“근처 이웃집에서 풍경을 매 단 모양이에요.”

잠시 후에 다시 풍경이 울렸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지금까지 풍경소리에 걸리지 않았는데 이웃 집 풍경에서 나는 소리라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다른 마음이 드는 것이었다. 우리 집 처마에 듣던 그 풍경과 달리 소리 그 자체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 집 풍경소리에 밤새 잠을 설쳤을 이웃집 아저씨의 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평소 듣고 싶어 하던 같은 풍경소리였는데 마음이 선뜻 따라가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같은 풍경소리를 두고서도 듣는 이 마음이 서로 다른 이유가 도대체 궁금했다. 그것은 풍경이 누구의 것이라는 말을 듣고부터 마음에 분별심이 생겼기 때문인 듯 했다.

거실 한 모퉁이에 놓아 둔 풍경은 나의 것으로 우리 집 처마에서 댕댕거렸지만 귀에 거슬리지 않았다. 반대로 이웃집의 것은 나의 것이 아니라는 구분으로 다른 마음이 들어와 버렸던 것이다. 결국 너와 나라는 분별심이 풍경 소리를 구별하도록 마음에 작용을 하였던 게 그 이유였다.

그 사실을 알게 되자, 이웃집에서 들리는 풍경 소리가 다시 풍경 자체로 조금씩 귀에 들어오는 듯했다. 며칠 뒤, 거실 모퉁이에 걸어둔 풍경을 보았다. 풍경 안쪽의 추를 종이로 두텁게 덮고 테이프로 감쌌다. 그리고 그 풍경을 다시 처마 밑에 달아 놓았다. 거실에 들어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물고기 한 마리가 하늘 한 가운데에서 우리 집을 물고 있는 풍경(風景)이 눈에 들어왔다.

겨울이 바람 때문에 어지간히 시달리고 있다. 물고기가 정신없이 흔들렸다. 그렇지만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물고기의 움직임에 따라 소리가 짐작이 갔다. 소리가 없어도 소리를 듣는 듯 했다.

‘청어무성(聽於無聲)’이라는 말이 있다. 상주검찰청 민원실 앞 큰 돌에 새겨져 있는 글귀이기도 하다. 소리로 가득한 세상, 소리 없는 소리에 귀 기울이라는 당부의 의미라고 하지만, ‘예기’에 나오는 말이다.

이는 부모가 말하지 않더라도 소리 없는 곳에서 부모의 말을 들을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살펴보면, 우리가 소리 없는 곳에서 들어줄 알아야 하는 것은 그 뿐만이 아닐 듯하다.

나와 너라는 분별을 내지 않고서 누구의 어떤 풍경 소리에도 그 자체로 기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삶은 여유로워지고 충만해 진다. 바람이 세 찬 겨울이다. 따뜻한 속옷을 잘 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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