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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또는 연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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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30일(수) 16:29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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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 상주지청 | ⓒ (주)문경사랑 | | 신문을 읽다가 눈에 익은 글자가 들어왔다. ‘수처작주(隨處作主)’였다. 평소 마음에 두는 글귀이다. 이는 육조 혜능의 제자인 임제선사의 말이다.
여러 뜻으로 해석될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어느 곳, 어느 상황에 있더라도 마음의 주인이 되라.’는 의미로 들려진다. 여기서 ‘어느 곳, 어느 상황’이라는 것은 평상심을 유지하기 어려운 때가 아닌가 한다.
사람은 언제나 평상심에서는 자기 마음의 주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어려운 일에 처하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때서는 평상심을 잃어버린다. 이리저리 흔들리며 다른 마음에 휘둘리게 되고, 스스로의 처지를 원망하며 방황하고 좌절에 이르게 된다. 마음이 주인을 잃어버린 결과이다. 그래서 임제선사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마음이 주인인 삶을 살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나에게도 그런 어려운 상황들이 없지 않았다. 어느 때에, 지금 하고 있는 일과는 다른 것을 하자는 뜻을 가졌었다. 하지만, 주변 여건이 아직 여의치 않음을 깨닫고 마음을 추스렸다. 그리고, 곧 타지로 전출을 가게 되었다.
낯설고 물설은 먼 곳에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다. 그럴 때 마다 마음은 밖으로 향하며,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었다. 그때, 책을 읽다가 ‘수처작주(隨處作主)’라는 임제선사의 글이 눈에 띄었다. 그 글의 뒤는 ‘입처개진(立處皆眞)’이었다. 선사(禪師)는 스스로 마음의 주인이 되는 삶이라면 그곳이 곧 참되다고 한 것이다. 그때부터 마음을 안으로 모았다. 그리고 관점을 앞으로 두었다.
더하여, 지역을 떠나 있으면서 우리 지역의 문화적 가치를 배우고 익혀 이를 지역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을 해보자고 다짐했다. 그런 애씀으로 올 여름 주암정에서 문화유적회 주관으로 우리 지역 음악인들과 더불어 음악회를 열 수 있는 기쁨을 가졌다.
그 과정에서 지역문화가 특정 개인의 향유와 권력의 도구처럼 인식되어져서는 안 된다는 소중한 깨달음도 얻었다. 한정된 공간에서 우리 지역의 문화와 경관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제한된 문화와 경관을 예쁘게 덧칠하며 포장하고, 찾아내는 인문학적 확충은 중요한 일이 된다.
하지만, 부족한 문화적 소양으로는 이러한 일들이 쉽지 않음을 절실히 알게 되었다. 지금 안동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에서 지역문화와 관련한 공부를 하고 있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리고 지역문화에 사심 없이 마음을 두는 분들과의 감사한 인연도 얻을 수 있었다.
살펴보면, 흔들릴 때 스스로 마음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수처작주(隨處作主)’의 작은 씨앗을 내안에 심을 수 있었음은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본래의 마음이 주인이 되면 애쓰지 않아도 할 일을 알게 되고, 그 일을 하게 된다.
불교에서는, 이 세상의 만물은 나를 위하여 존재하고 나 또한 만물을 위해 존재한다고 한다. 세계는 한 송이 꽃이라는 가르침과 뜻이 닿아 있다. 의상대사는 법성게(法性偈)에서 이렇게 읊었다.
“천지에 법의 비(法雨)가 가득한데, 그에 따른 이익은 사람들의 그릇에 따른다.”
어려움도 하늘이 내리는 법비(法雨)이자, 은총(恩寵)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고난을 고통으로만 받아들인다. 그렇게 되면 법의 비, 고난으로 미리 보여주는 하느님의 은총은 내가 가진 그릇 밖으로 버려질 수밖에 없다.
‘수처작주(隨處作主)’는 이 세상의 모든 일들은 나를 위하여 존재한다는 긍정의 마음에서 비롯될 수 있을 듯하다. 왜 그 일이 일어나는가에 대한 성찰은 은총으로 이어지는 마중물이다.
바람이 부는 가을이 깊어진다. 때로 마음이 이리저리 흔들리면 창가에 앉아 바람을 본다. 그 바람이 풍경(風磬)을 건드려 풍경소리에 마음이 흔들리면, 지나가는 바람에게 가만히 물어 볼 일이다.
“지금 내 마음이 왜 이렇게 흔들릴까....”
그러면 바람은 이렇게 말할 지도 모른다.
“머물지 말고 그냥 지나가라. 풍경소리는 나와 관계가 없다. 나는 그냥 갈 뿐이다.”라고 말이다.
어쩌면, ‘수처작주(隨處作主)’는 바람처럼 풍경소리에 집착하지 않는 삶이 되라는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흔들리고 머뭇거리면 바람이 아니다. 머물지 말고 그냥 가야 바람이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말이다.
어디 바람만 그런가. 진흙의 연꽃도 그냥 필뿐이다. 그래서 연꽃은 진흙에 물들지 않는다. 삶은 앞으로 쉼 없이 나아가는 것이다. 뒤돌아보지 않고 말이다. 바람처럼 또는 연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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