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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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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9월 03일(화) 09:48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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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 상주지청 | ⓒ (주)문경사랑 | | 금요일 주말 저녁, 반가운 이와 자리를 함께 했다. 십여 년 전에 함께 근무했던 검사였다. 그동안 수도권 등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며 성실히 근무하던 그가 얼마 전, 우리 지역 인근을 관할하는 기관장으로 발령받았다. 언젠가 만날 것이라는 기대가 없지는 않았으나, 적지 않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옛정을 잊지 않고 찾아준 그가 고마웠다.
“여전하시네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하는 말이었다. 십여 년 전과 다름없는 맑은 웃음과 격의 없는 표정에서 이미 지나온 세월은 비껴가고 있었다. 정말이었다. 십여 년 전 어느 일상처럼, 하루 일을 마치고 저녁 자리를 함께 했던 그때와 같았다.
삼십대의 치기가 열정으로 포장되어 앞만 보고 걷던 그때, 같은 삼십대였던 그와는 마음이 잘 맞았다. 그는 공판업무를 담당하면서도 다른 검사들과 같은 양의 사건들을 검사로서의 준엄함과 인간적인 성실함으로 무난하게 처리했다. 그리고 직원들의 신망도 적지 않았다.
“그때, 사건 기억나는가요. 청탁으로 받은 현금 이천 여 만원을 운전석 밑에 보관했다고 거짓말 한.....”
“예~ 변호사법위반 사건, 무혐의 사건을 계장님이 해결했죠.”
세월을 지내면서 함께 공유하는 기억이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더구나, 그 일들이 성취로 추억될 때 기쁨은 더할 수 없다. 그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일이 있다. 그것은 지난 추억의 별 무리 속에서 언제나 빛처럼 내 안에서 반짝인다.
아마, 그는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자신도 모르게 무심코 한 행동이 남에게 상처가 되듯이, 어떤 무심한 배려가 상대방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행위자의 인격이 겸손과 배려로 자연스럽게 익을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어느 날이었다. 점촌에서 저녁을 함께 한 뒤 어찌하여 우리 집을 가게 되었다.
그때, 집에는 아버지가 병중에 있었다. 안방에서 기척을 하는 소리를 듣더니 그가 인사를 드리겠다고 하였다. 늦은 시간이라고 했으나, 정색을 하면서 인사를 해야 한다고 하였다. 문을 열어 아버지께 말씀을 드렸더니 일어나 자리에 앉으시는 것이었다. 그리고, 검사의 큰 절을 말없이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나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거실에서 그와 함께 자리를 했다.
찾는 이 없이 오랜 세월 병석에 누워 계셨던 아버지는 저녁 늦게, 불현 듯 찾아온 검사의 큰 절을 받으시면서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교직으로 사회생활을 하셨던 당신이었기에 무례하다며 불쾌해 하셨을까.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셨던 모습에서 그런 생각은 읽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아버지로부터 그때의 마음을 들을 수는 없다. 다만, 그날 내가 보았던 그 풍경은 몇 번을 펼쳐도 다시 보고 싶은 앨범 속 사진과 같다. 그래서 아버지의 생각을 짐작하며, 그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지녀보는 것이다.
“문경에는 훌륭한 산들이 많더군요.”
산행을 즐기던 그는 주흘과 조령을 다녀와서는 주흘산 단풍과 조령산 눈꽃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때부터였을까. 흰 눈이 투명한 얼음 눈꽃이 되었듯이, 언젠가부터 그는 내 마음속에 ‘조령산 눈꽃’ 같은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인연의 끈이 쉽게 놓아지지 않았다. 더러 안부를 묻기도 하고, 서로 잘 아는 지인의 전시회에 함께 참석도 하고, 첫 수필집을 내어 그에게 보내기도 했다. 그런 세월을 이어오며 오늘 이 자리가 마련되었다.
문득, 앞으로 십 년 그 후가 생각났다. 그때는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될까. 과연 지금과 같이 ‘여전하시네요.’라는 인사말을 서로 건넬 수 있을까. 그보다도 더욱 원숙하고 숙성된 인격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으로 격려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아니, 어쩌면 십 년 뒤가 아니라 십 년 동안이 더 중요하겠다.
하루를 성실히 살아 스스로를 격려하고 겸손과 배려를 익혀 언제나 그것이 배여, 사람들에게 감사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다. 그리고 언제나, 맑은 웃음과 격의 없는 표정으로 세월이 비껴가도록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족하다. 지금 웃고 있는 그처럼, 그래 아름다운 이 사람처럼 말이다. 십 년 그 후에도.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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