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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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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산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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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8월 20일(화) 08:46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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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 상주지청 | ⓒ (주)문경사랑 | | 문경읍에는 우리가 지나치는 역사가 있다. 근현대의 자취뿐만 아니라 옛 시대의 흔적들이 여기저기 남아 있다. 그런 자취들은 외면하고 돌보지 않으면 우리 곁에서 곧 사라지게 된다. 이미 우리들은 그런 경험이 적지 않다.
문경서중학교는 문경읍 상리에 있다. 학교를 들어서면 눈에 띄는 옛 건축물이 보인다. 가까이 가면 관산지관(冠山之館)이라는 현판 글씨가 크게 들어온다. 조선시대 관(官)에서 운영하던 객사(客舍)이며, 문화재자료 제92호이다.
문경의 옛 지명이 관산으로 불려 진 것은 오래되었다. 관산((冠山)은 주흘산의 옛 이름이기도 하다. 지금은 관봉(冠峰, 고깔봉)이라는 이름의 봉우리가 주흘산 첫 봉으로 그 이름을 잇고 있다.
객사는 관아에 속한 부속건물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옛 지도를 보면 객사 뒤에 문경현의 청사(廳舍)로 보이는 아사(衙舍)가 있고 그 옆에 곡식을 저장하는 읍창(邑倉)이 그려져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문경서중학교 주변일대가 옛 관아가 있던 곳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앞에 서면, 한쪽 날개를 잃어버리고 고아(古雅)하게 서 있는 새 한 마리가 떠오른다. 조선시대에는 가운데 건물인 정당(正堂)을 중심으로 좌우에 익실(翼室), 즉 양쪽 날개에 해당되는 건물이 존재하였다. 좌익사와 우익사이다. 그러나, 지금 왼쪽날개 부분인 좌익사만 남아 있다.
좌익사를 살펴보면, 손님을 머무르게 하는 곳임에도 단순한 숙박 공간으로만 구성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주관(主館)인 정당은 통칸 마루로 비어 두었다. 그리고 좌익사를 지붕과 연결하면서 반 칸 정도의 공간을 띄웠다. 그 공간에 이어 한 칸 정도의 온돌방을 만들었다. 방에 앉아 문을 열면 넓은 마루가 나오고 앞문을 열면 반 칸 정도의 툇마루가 보이도록 하였다.
그래서 좌익사(左翼舍)를 앞에서 보면 방과 마루가 각 1:1의 비율로 나누어져 마루 쪽 공간이 탁 트여 시원스럽다. 그런데, 비워져 있는 마루 쪽 공간과 이를 받치는 긴 처마지붕 때문에 마치 새가 날개깃을 펼치며 비상하는 듯한 모양새를 연출한다.
그래서 옛 사람들이 좌우에 딸린 건물을 새의 날개(翼舍)에 비유한 까닭이 짐작된다. 이렇듯 건물의 외적 공간을 구성하는 옛 대목장들의 미적 감각과 능력이 감탄스러울 수밖에 없다.
어느 때에 그 누군가 이곳에 머물러 저녁달을 보며, 고단한 먼 길을 떠날 생각에 쉬이 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마루에 앉아 술잔을 들고 흥이 나 마당을 거닐었을 듯하다. 그리고 달(月)이 걸린 관산지관의 모습에 흥취가 도도히 났을 것이다. 그래서 저 너머 우익사로 발걸음을 옮겨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과 같은 처지의 객인(客人)과 눈을 마주하고는 멋 적어 돌아섰을 듯하다.
지금 그 때의 우익사는 없다. 좌익사와 같은 모습으로 양 날개를 펴며 주흘산을 비상하던 새는 언젠가 부터 한쪽 날개를 잃었다. 이 객사는 일제강점기 이후 군청사로 사용되는 경험을 하였고, 광복 이후는 학교의 교무실과 숙직실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그나마 그때는 사람들의 손때가 묻고 정성스런 빗질이 있었기에 새는 다시 비상할 꿈을 꾸어보았을 것이다.
이제는 찾는 이 한적하고 따뜻한 손길 닿지 않아 한쪽 날개마저도 온전할 수 있을지 염려스럽다. 관산지관은 옛 관아를 구성하는 한 부분이었다. 그런 운명 때문일까. 지금도 학교 모퉁이에 건물의 부분처럼 서 있는 처지에 있다. 그곳에서 한쪽 날개뿐인 새는 아이들이 뛰노는 운동장을 향해 박제처럼 무심히 서 있다. 그러다가 축구 골대를 넘어오는 공에 날개와 몸을 맞게 되어도 어쩌지 못한다.
좌익사 한 켠에 서서, 위로 들어 올려 진 날렵한 처마지붕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우익사가 있던 자리에 인공의 날개가 돋아나는 것이 보였다. 검은 기와가 깃털처럼 쌓이더니 이윽고 좌익사와 똑 같은 모습으로 변하였다. 새가 날개를 펼치고 주흘산을 향하여 비상하려고 하였다. 이상(李霜)의 ‘날개’가 떠올랐다.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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