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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정자〔亭子: 주암정〕에서 색소폰을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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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7월 09일(화) 13:45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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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대구지검상주 | ⓒ (주)문경사랑 | | 여름. 맑은 날 오후, 해가 고개를 숙이는 여섯 시 무렵이다. 문경시 산북면 웅창마을 주암정 앞에서다. 주변의 나뭇잎들이 푸릇푸릇 싱그럽다. 못(池)은 온통 말밤 천지다. 그리고 연꽃 대가 운치 있게 고운 연꽃을 받치고 있다. 지는 해에 얼굴을 가리는 수련(睡蓮)은 처연하다. 정자 입구에는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그 아래, 한복을 차려입은 차인(茶人)들이 연잎 차(茶)를 우리고 있다.
주암 오른쪽 잔디밭에서는 사물놀이 마당이 흥겹게 펼쳐진다. 관객들은 기대에 부푼 듯, 신명(神明)을 청한다. 패의 꼭두인 함수호님이 징을 두드리며 놀이패들을 이끌고 주암정으로 달려간다. 정자에 올라서서 관객들에게 크게 인사를 한다. 관객들은 큰 박수로 화답한다.
그리고 공연을 축하하는 한바탕 사물놀이가 다시 펼쳐진다. 곧 사회자의 멘트가 이어진다. 잠시 인사말을 들어보자.
“안녕하세요. 오늘 ‘문경 문화유적회’에서 주최하는 ‘옛 정자〔亭子: 주암정〕에서 색소폰을 듣다.’라는 음악회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이 곳 주암(舟巖), 바위 모습이 어떻습니까. 영락없는 배 한척이죠. 서쪽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는 배의 형상입니다. 참으로 귀한 우리 지역의 풍광입니다. 옛 사람들은 이 바위 위에 정자 하나를 얹었습니다. 주암정입니다. 그리고 지금 그 정자 앞에서 우리는 음악을 듣고자 합니다. 영화 타이타닉을 기억하시죠. 마치 그 배에서 듣는 호사스러움을 오늘 우리는 침몰하지 않는 안전한 배에서 누리고 있습니다. 18세기 우리 지역의 유학자 근품재 채헌은 금천 저 아래 농청대에서 배를 저어 올라오면서, 이곳 주암에 이르러 찬탄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기쁨에 겨워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른 바 석문구곡 중 이곡가(二曲歌)입니다. 그 이곡가를 떠올리면서 박두홍 님이 대금으로 연주하는 청성곡(淸聲曲)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뒤이어 공연의 주최자인 ‘문경 문화유적회’와 이를 후원한 분들에 대한 소개가 이어진다.
“오늘 이 자리는 ‘문경 문화유적회’에서 주최를 하고, ‘문경문화원’과 ‘새재다례원’, ‘김희정 음악교실’, ‘주암정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후원을 하여 마련된 자리입니다. ‘새재다례원’에서는 향기 그윽한 차를 마련해주셨고요. 그리고 오늘 이 자리의 주인이신 ‘문경 문화유적회’ 회원님들께서는 여기 오신 분들의 저녁식사와 음료 등을 준비해주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공연은 3부로 나누어진다. 지금까지 ‘태동(胎動)’이라는 주제로 사물놀이와 대금이 연주되었다. 2부는 ‘주암(舟巖) - 평화와 탄식’이다. 사회자의 말을 조금 더 들어보자.
“우리 지역에 이 주암정처럼 역사와 풍광이 어우러진 정자는 드뭅니다. 더구나 신발을 벗고 정자에 올라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곳은 이곳 외에 찾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주암정을 지키고 가꾸어온 채훈식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여기 뒷산은 근암서원의 전신인 죽림서당이 자리했습니다. 통일신라시대 사찰로 추정되는 도천사지 옛 터입니다. 그리고 조선시대에는 웅창(熊倉)이라는 곡식창고가 있었는데, 이 마을 이름의 유래이기도 합니다. 17세기를 지나오면서 이 마을은 우리 지역의 학문과 서민생활에 있어서 중요한 코드(code)였습니다. 그 옛 정신을 오늘에 되짚어 이곳을 중심으로 ‘주암문화’라는 새로운 문화의 콘텐트를 마련했으면 합니다. 오늘 이 연주회도 그 중의 하나가 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황현택 님의 ‘지금 이 순간’이라는 노래를 독창으로, ‘문화유적회’ 직전 회장이신 권영길 회장님의 가야금독주곡인 ‘침향무’ 을 청해 듣겠습니다.“
주암과 그 주변이 갖고 있는 색깔은 곧 평화다. 그러나, 다시 살펴보자. 이곳에는 적지 않은 탄식(歎息)이 있다. 1974년 여름 어느 날이다. 한국일보에 단국대학교 박물관이 보물급에 해당하는 통일신라시대 석탑 3기를 이곳에서 발견하였다는 기사가 실렸다. 그 해 겨울, 직지사에서 트럭으로 물이 마른 금천을 가로질러 급하게 와서 큰 석재들을 싣고 갔다. 그리고는 이듬 해 이 탑들을 보물로 지정받았다. 그래서 우리들에게는 탄식이다. 사회자는 이렇게 말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리고 분한 일입니다. 그 안타까움을 김희정 선생님의 색소폰 연주로 달래보겠습니다. 대니 보이입니다.”
이제 공연은 그 끝을 향해간다. 3부는 ‘기쁨’이다. 구곡문화(九曲文化)는 학문과 자연 풍광이 어우러져 인간이 추구하는 이상향을 현실에서 구현하자는 염원에 의하여 만들어진 문화다. 그 중심이 이곳 주암이다. 어쩌면 옛 구곡문화가 오늘 이곳에서 ‘주암(舟巖)문화’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동(胎動)하고자 한다.
그래서, ‘기쁨’인 것이다. 하여, 다음을 기약하는 마음에 그 기쁨을 담아 ‘사랑으로’와 ‘만남’을 합창한다. 황현택님의 선창으로 모두와 함께 말이다.
저 건너편 근품산과 비조산이 울리도록 말이다. 멀리 월방산에 노을이 진다. 여름이 가고 있다.
【이번 주 11일(목요일) 오후 여섯시 주암정에서 여는 공연음악회 ‘옛 정자〔亭子: 주암정〕에서 색소폰을 듣다.’에 지역문화를 사랑하는 여러분들을 초대합니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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