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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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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4월 30일(화) 18:05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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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허운 이창녕
가은읍 출생
전 점촌초등학교장 | ⓒ (주)문경사랑 | | 나이가 들수록 공연한 걱정들이 늘어나고, 안 해도 될 말을 하는 횟수가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추석에 동생들과 자식 놈 조카들이 와낄래, 미루었던 마당 정비를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꾸밀 것이란 설명만 하고 나는 뒷전으로 빠졌더라면 밉상을 받지 않았을 터인데, 눈치코치도 없이 미주알고주알 일일이 잔소리를 했더니만, 얼마나 미웠으면 동생이 못 참겠다는 듯이 거하게 한 마디를 합디다.
“형님! 고단하신 데 좀 쉬고 오시지요?”
둔한 머리로 처음에는 억세게 나를 생각해서 그러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언가이 지껄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성질대로 하면 비락을 한 번 쳐야 되지만 그럴 수도 없고 꾹꾹 참았습니다.
“형님! 야들이요 우리보다 머리가 더 잘 돌아갑니다. 그냥 나두고 봅시다.”
“야 이 사람아 공부 머리하고 일머리하고는 다르네.”
막내 동생이 총 대장이 되어서 조카들을 이리저리 일을 시키는데 영 미덥지를 못하여, 뒷짐을 지고는 어슬렁어슬렁 돌아 댕기다보니 속이 터져서 도저히 그냥 못 있어서 한 소리 했더니, 난데없이 막 웃는 게 아니겠습니까?
“우째 형님이 조용하신가. 했네요. 히히히.”
“우리 형님 성정으로 10여분 아무소리 안 했으면 오래 참으신 그지? 안 그런가?”
“맞아요. 하하하.” 동생이고 자식 놈이고 조카고 맞장구를 칩니다.
참을 가지고 나온 집사람까지 저쪽 편으로 돌아서고 말았으니, 혼자서 고군분투(孤軍奮鬪)를 해야 할 판인데, 며느리가 쪼르르 나오더니만 제 신랑을 몰아 부치면서 시원하게 한 마디 하는가. 했더니 속셈은 다른데 있었습니다.
“어른 말씀(잔소리)에 살림이 늘고요. 철이 든다고 했어요. 그래서 저는 아버님 편 호호호.”
“아따 질부가 사전에도 없는 소리로 점수 따려고 하네? 하하하.”
“그런데요, 아버님 저희들이요 저녁 먹고요. 요념에 좀 가려고 하는데 보내주세요?”
“요념에 어디? 시청 뒤에?”
며느리가 갑자기 말머리를 180도 틀어서 엉뚱한 이야기에 어리둥절해 있으려니 저희들끼리는 무슨 내막이 있었는지 키득키득 하면서 돌아서서 일하는 흉내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아버님! 요념에 새로 개업한 노래방이 있다면서요?”
“그래서, 노래방 가려고?”
“예! 그런데…….” 가만히 듣고 있던 집사람과 동생들이 박장대소(拍掌大笑)를 합니다.
“히히히 질부가 형님 편을 들 때부터 뭔가 낌새가 수상하다했지요.”
이 거참 화도 낼 수가 없고 며느리한테 꼼짝 못하고 시아비가 당하고 말았네요. 그런데 지갑에서 그 구리 알 같은 돈이 빠져나가는데도 기분은 가히 나쁘지 않았습니다.
“형수님 얼른 질부 돈 주세요 히히히.”
“서방님은 제가 왜 조요, 형님이 조야지요.”
“야! 이 사람아 부부는 一心同體인데 얼른 가져오게.”
“그런 일심동체는 저는 모릅니다. 호호호.”
“우리형님 단수도 높은데 질부 단수가 한 수 위네, 허 그 참 조심해야지 히히히.”
집사람이 들어가더니만 내 지갑을 통째로 들고 나와서는 자기 지갑처럼 배추 잎을 막 빼는 게 아니겠습니까. 하도 기가차서 얼른 지갑을 빼앗기는 했는데 어느 새 배추 잎 몇 장을 날치기 당하고 말았습니다.
“형님 여기 일하는 사람들이 전부 고급 인력들인데 돈 몇 푼 가지고 그러지 맙시다.”
“야! 이 호무, 여기 횟집이 어디가 좋으냐?”
“저는 몰라요. 알아도 지금은 말씀 못 드리지요. 히히히.”
“잘하는 짓이다. 전부가 내 지갑에 눈독을 들이고, 야야 얼른 저녁상 차려라.”
“아버님! 오늘은 외식인데요.”
“뭐여!”
모두가 며느리 때문에 한바탕 신명나게 웃다보니 벌써 땅거미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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