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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암정 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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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4월 30일(화) 18:00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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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점촌1동 산악회 | ⓒ (주)문경사랑 | | 봄비가 오는 밤이었다. 문득, 주암정이 떠올랐다. 휴대폰을 들었다.
“할아버지, 주암정이 보고 싶어요.”
전화기 너머에서 어서 오라는 성화가 웃음과 함께 들렸다. 흥(興)이 사라지기 전에 정자로 달려갔다. 서쪽으로 뱃머리를 향한 채 방금 정박을 마친 배, 주암(舟巖) 위에 정자. 주암정(舟巖亭)이다. 배는 그대로 있었다.
채훈식 할아버지와 연못가를 걸었다. 정자 왼편의 큰 벚나무는 아직도 꽃을 피우고 있었다. 불빛이 정자주변을 비추었다. 간간이 빗방울이 반짝였다. 고즈넉한 밤에 나 또한 풍경이 되는 느낌이었다. 정자에 앉았다. 멀리 현리 마을의 불빛이 몇 보였다.
“한 때는 출가하려고 절에도 갔었지. 집에서 난리가 났어. 독자(獨子)였거든. 어쩌면 이곳이 발목을 잡은 거라.”
몇 번을 반복하는 그의 말이었지만 가만히 미소로 답했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퇴락해가는 정자를 돌보았다고 했다. 입구에 능소화를 심고 연못에는 말밤과 연꽃을 놓았다. 산수유도 둘렀다. 바위에는 돌단풍도 올렸다. 찾아오는 이들을 위해 주차장도 만들었다.
그러는 사이 대학교수들도 찾아오고 기자들도 찾아왔다. 그리고 감탄하면서 돌아갔다. 신문에 여럿 소개되기도 하였다.
“어느 날, 서울 사람이 와서 둘러보고는 조명등을 보내주겠데, 저기 있는 거야.”
그래서, 밤이면 조명등 두 개를 켜놓고 연못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고 했다. 한여름, 불빛에 모여드는 고기들을 보면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지금의 주암정을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서 찾아오는 이들에게 친절히 설명도 하며, 정자에 올라 커피를 권하곤 한다. 그래서 주전자와 일회용 컵들이 마루에 항상 있다.
지금, 객(客)도 기꺼이 맞아주는 것은 이 공간을 함께 나누려는 마음이 아니면 어렵다. 그러나 고희에 접어든 이때, 지금까지 해온 정성을 혼자서 계속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시에 문화재지정을 의뢰했는데 여의치 않은 모양이다.
“얼마 전, 도천사지 조사를 왔었는데 그것도 어려운 것 같아....”
도천사는 주암정 뒷산에 있던 통일신라시대의 사찰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이름과 내력에 대해서는 확실치 않다. 이곳에 석탑 3기가 금천(錦川)을 바라보며 천여 년 동안을 굳건히 서 있었다. 어느 때, 직지사에서 석탑들을 가지고 가버렸다. 그리고 다음 해, 그 석탑들은 보물로 지정되었다.
우리나라 사찰의 석탑은 2기 또는 1기가 대부분이다. 이렇듯 3기가 세워져 있는 것은 보령 성주사지 3층 석탑과 도천사지 뿐으로 이례적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이곳에 대한 발굴이나 연구, 터에 대한 보존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은 안타깝다.
“얼마 전, 미국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옛날에 찍은 사진을 받았어. 이렇게 석탑 3개가 10미터 간격으로 밭 가운데에 있었던 거야.”
그가 보여주는 사진을 조심스럽게 받았다. 아, 그때도 어느 봄날쯤이었을까. 상고머리를 한 청장년들이 옷을 깔끔히 차려입고 탑 앞에 서 있었다. 석탑은 그 굳센 화강암으로 기단을 다져, 1층 몸돌을 받치고 금천을 향해 있다. 그 위에 있던 몸돌들은 어딘가에 있을 텐데 보이지 않는다. 폐사지의 모습이 선연하다.
그러나, 서 있는 탑들만으로도 당당하다. 전체높이가 8미터가 넘는다고 했으니, 남아 있는 탑만 해도 사람 키 높이는 넘었을 테다. 무너진 탑이지만 당당함은 갖추었다. 그러니, 사람들도 지지 않으려고 어깨를 펴고 저렇게 당당히 서있지 않은가.
나는 한동안 사진만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 사진을 볼 수 있는 인연에 감사했다.
고개를 들어, 아직도 봄비가 서걱서걱 내리는 밖을 바라보았다. 부벽 위에 경채정이 눈에 들어왔다. 느닷없이 할아버지에게 말했다.
“능소화 피고 말밤과 연잎이 올라오면 이곳에서 음악회 한 번 열어요.”
그래, 할아버지가 선물 받은 저 두개의 초라한 조명등을 켜놓고 음악회를 열어보자.
서울에 있는 할아버지 친구들도 부르고, 꿋꿋이 동생 넷을 뒷바라지 하는 태희도, 주암정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함께 하는 그런 음악회 말이다. 가야금, 대금 섹소폰을 잘하는 이들에게 정중히 그러나 간곡히 부탁을 하면서 말이다. 그래, 랩을 잘한다는 우진이도 출연했으면 좋겠다. 밤이 깊어가고 있다.
여기는 산북면 서중리 웅창마을, 옛적에 웅연서원이 있던 곳. 석문구곡의 이곡(二曲). 누가 돌보지 않아도 천 여 년 동안 불국토를 꿈꾸며 금천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던 석탑 3기가 있었던 그 곳이다.
돌단풍 꽃이 비에 젖어 떨고 있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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