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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마을 - 금포백포

2013년 04월 19일(금) 16:06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점촌1동 산악회

ⓒ (주)문경사랑

 

영순 큰마을의 포구 마을 금포백포(金浦白浦)에 대해서 여러 회 주간문경의 지면에 글을 올려왔다. 그럼에도 금포백포를 떠나지 못하고 이렇게 또 머무르려는 까닭은 무엇일까. 굳이 변명하자면, 금포백포에는 어떤 아련한 것들이 있어서이다.

옛 고향에 대한 향수 같은 그리움, 어머니 품처럼 넉넉하고 풍요로운 삶의 의지처 같은 그런 것들 말이다. 그래서 이곳을 떠올리면 온기가 느껴진다.

지금 같은 봄비가 서걱서걱 강에 내리면, 희뿌연 우연(雨煙)이 강물을 따라 산 밑 마을까지 피어오르는 강변 모습이 고즈넉이 그려지기도 한다.

금포와 백포는 마을 앞 강물에 드러난 검은 돌과 흰 돌, 즉 검석(黔石)과 백석(白石)에서 유래된 포구이다. 예로부터 ‘하늘은 검다(玄)’고 하여 검은 색을 신성시 하였고 흰색은 정결과 고귀함의 상징이었다.

그런 흑과 백은 주역의 음양과도 통한다. 이렇게 조화로운 이름을 지닌 강변 포구 마을에는 진주강씨와 능성구씨들이 서로 이웃하여 혼인을 맺으며 화목하게 지내왔다.

그 대표적인 상징이 백석정이다. 조선 전기 이조정랑을 지낸 백석 강제는 흰 괴석, 백석(白石)이 바라보는 백포마을 산자락에 이 정자를 지었다.

유유와 자적을 하고 사위인 구선윤에게 이 정자를 물려주었다. 그래서 구씨 정자라고도 불리며 후손들이 잘 관리해 오고 있다.

지금은 사라진 화포(花浦), 즉 꽃개는 두 포구 가운데 있는 나루이다. 용궁 장을 보러가는 의성과 풍양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이때는 평소의 통배로는 부족해서 큰 나들이배가 이용되었다고 한다. 주막은 길손들로 붐볐다.

화포나루는 이웃 삼강나루보다 번성하여, 멀리 풍양과 용궁마을 주민들까지 뱃사공에게 나락을 삯으로 주었다고 했다.

그 어느 날이었으리라. 따스한 봄날 꽃이 만발한 화포나루에 내린 길손이 주모의 손에 이끌려 막걸리 한잔으로 농(弄)을 하면, 저 멀리 백포와 금포 나루에는 돛을 단 소금배가 강을 거슬려 느릿느릿 올라오고 백석정 아래 흰 괴석 앞 모래사장에는 화전놀이 나온 마을 사람들이 화전을 구우며 즐겁게 노래를 한다.

그리고 흥겨운 농악을 보려고 귀를 쫑긋하며 집 마루에서 발 돋음 하는 어린 소녀의 눈에는 하얀 모래와 푸른 강물, 흰 돛단배와 통배만이 가득한데....

그렇다. 금포백포에서는 이것이 전경(全景)이 되어야 한다. 마을에서 보이는 강변의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야 하고, 다시 강변에서는 천마산과 달봉산 아래 아늑하게 품어진 마을의 모습이 보여 져야 한다. 그럴 때 금포와 백포는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강변 마을, 이야기가 전해지는 우리들의 옛 고향 마을이 된다.

이곳에는 195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소금배가, 1970년대까지 화포와 건너편 하풍나루에 통배와 나들이배가 오고갔다고 했다. 누군가 당시의 주모가 아직도 살아 있다고 했다. 마을의 산들은 산행 내내 강을 볼 수 있는 나즈막한 올레길이 가능하고 정상은 영순 큰마을과 문경시의 전경을 완벽하게 보여준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창조경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창조경제와 관련된 개념 중에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창조도시’라는 용어이다.

창조도시는 ‘창조산업’이 도시경제의 주요 기반이 되는 도시를 말한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에든버러와 리버풀, 미국의 텍사스를 예로 든다.

그러나, 작은 소도시의 지역민의 입장에서 도시에 대한 언급 자체를 논할 역량은 물론 그럴 동력도 크게 부족하다.

그래서, 현실 가능할 수 있도록 도시를 축소한 마을 단위, 즉 ‘창조마을’이라는 개념을 생각해 보았다.

‘창조도시’에 대한 새 정부의 정책이 과학기술과 산업을 바탕으로 한 경제적 측면을 강조하였다면, ‘창조마을’은 고유한 경관(景觀)과 자연자원 등이 다른 요소와 결합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하여 가치를 이끌어내는 개념이다.

창조경제가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을 통해 산업과 산업이, 산업과 문화가 융합하는 것을 정의하는 것에 비해, 창조마을은 문화와 산업이 융합하는 것이다.

융합은 두 가지 이상의 요소, 즉 주(主)된 요소에 종(從)된 요소를 결합하여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조합이 각각의 독립된 요소를 합하여 단순한 결과물을 만드는 것과 차별되는 것이다.

그럼, 금포백포를 창조마을로 대입할 때 어떤가. 분명 주(主)가 되는 요소는 뛰어난 자연경관과 마을들이 지닌 스토리텔링이다.

여기에 관련 있는 종(從)된 요소를 부가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할 때 융합이 가능하다. 따라서 종된 요소는 주된 요소와 관련이 있어야 한다. 그럴 때 시너지 효과, 융합이 완성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이 마을에 삼강주막까지 차량이 교행되는 교각(橋脚)이 예정되어 있다. 그리고 야구장과 캠핑장 등이 강변 둔치에 완공되었다.

과연 주된 요소인 뛰어난 자연경관과 마을의 스토리텔링 등 특장(特長)들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냉정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각각 성질이 다른 요소들을 합쳐놓는 것을 조합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예가 복합기(複合機)이다. 복합기는 편리한 기능은 있지만 창조는 아니다.

그래서 융합이 될 수 없다. 우리가 금포백포에서 얻어야 하는 것은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산업과 문화가 융합하는 창조마을의 비젼(Vision)을 만드는 것이다.

어린 소녀가 자신의 집 마당에서 발 돋음 하며 보았던 강 풍경은 제방이 생기기 이전에야 가능했던 이야기이다. 어쩌면, 그 제방을 낮추어 마을과 강의 시야를 트여놓는 것이 융합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잊혀 진 화포를 되살려 주막을 복원하고 이름처럼 꽃을 피워 어린 소녀의 눈을 다시 기쁘게 한다면 우리도 기뻐할 수 있다. 화포를 중심으로 백포 쪽에는 청매화나무를, 금포쪽에는 홍매화나무를 심어 봄이면 희고 붉은 매화꽃을 볼 수 있다면 금포와 백포를 상징하는 또 다른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매실은 주민들을 경제적으로 기쁘게 할 수도 있다. 물론 이것은 하나의 방안이다. 중요한 것은 특정한 이들만을 위한 금포백포가 아니라, 산을 찾고 강과 마을을 찾아오는 모두에게 사랑받고 위안을 줄 수 있는 창조마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새 정부가 ‘창조경제’라는 비젼(Vision)에 의해 운영되면서, 우리들이 ‘창조마을’이라는 새로운 페러다임을 설정하여 정책에 부응한다면, 지역 발전을 더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어디 금포백포뿐인가. 우리에게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은 여기 하나만이 아니다. 우리가 눈 밝은 이의 맑은 가슴으로 우리 지역을 본다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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