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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지 않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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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4월 10일(수) 13:16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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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허운 이창녕
가은읍 출생
전 점촌초등학교장 | ⓒ (주)문경사랑 | | 며칠 전에 다락방을 정리하는데 부모님께서 쓰시던 유품들이 나왔습니다. 손때 묻은 물건에서 지금껏 새것으로 남아있는 유품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오래두고 쓰실 요량으로 사용을 미루어 두신 것 같았습니다.
아버님께서 오랜 병석에 계시다가 돌아가셨는데, 어머님께서 아버님 병 수발에 기를 너무 쓰신 탓인지 1년 만에 뒤 딸아 가시고 말았습니다.
평생을 아버님에게 얽매어 계셨으니 이제는 마음의 짐도 내려놓으시고 더 오래 사실 거라고 생각한 자식의 바램을 외면한 채 어머님께서는 갑자기 향천(向天))하셨습니다.
어머니가 남기신 유품들을 보며 착잡해집니다. 창고에도 지금은 집사람이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는 대야나 소쿠리 그릇들이 남아있습니다.
다락방 궤짝 속에는 새 옷, 새 구두, 새 그릇, 많은 비누세트, 십 년쯤 되었을 법한 화장지 묶음들, 그밖에 주머니마다 들어있던 푼돈들……. 그 아까운 것들, 아직 쓰지 못한 것들을 다 두고 어찌 눈을 감으셨을까!!
"어머님! 예쁜 것, 새 것만 골라서 쓰세요."
집사람이 평소에 그렇게 말씀드려도 그렇게 못하시더니 결국은 다 남기셨습니다.
고향에 계실 때 이웃 어르신들과 함께 가끔씩 들어오는 약장수 구경을 다녀오시면 언제나 약 장수들이 공짜로 주는 화장지나 플라스틱 그릇들을 가져 오셨습니다.
약 장수들의 걸쭉한 입담과 서커스를 보기위해서 노인 분들은 저녁을 잡수시면 약속이라도 하신 듯, 함께 구경을 가시곤 하셨습니다.
살아생전 어머니께서는 여행을 다녀오실 때나, 시장에 가시면 물건에 대한 소유욕이 강하시어 사가지고 오셨습니다. 그런 날은 사온 물건 때문에 아버님과 티격태격 하신 일도 참 많았습니다.
다락방에 앉아서 남겨진 물건들을 보니 언젠가 어머니께서 나를 불러 아주 은밀하게 하시던 말씀이 생각이 나서 웃음이 났습니다.
“애비야 돈 좀 다오. 30만원이다.”
“예! 30만 원요? 어머니 그 돈을 어디에 쓰시려고 그래요?”
“어이구, 내가 정신이 어찌된 모양이다. 어휴~~”
어머니께서 들려주신 이야기를 들어보니 참 기가 막혔습니다.
저녁마다 서커스 구경을 가셨는데 가실 때 마다 돌아오실 때는 미끼상품을 공짜로 주었는데 그 것이 마음에 짐이 되어, 결국에는 만병통치약이라고 선전하는 이상한 약을 가져오시고 말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서커스단의 교묘한 상술에 동네 어르신들이 당하고 만 것입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약이 아니라 건강식품인데 시중에서 7~8만원 만 주면 얼마든지 살 수 있는 물건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 남기신 유품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다보니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어머니! 다 쓰시고 가시지 왜 남기셨어요?” 그러자
어머니가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아까워서, 예뻐서 나중에 쓰려고 했는데 그게 거기 있었냐?"
남기지 말고 미리 나눠주셨으면 감사히 썼을 텐데…….
새 것이지만 이젠 너무 오래되어서 버려야 할 것들이 되어버렸습니다.
‘나는 지금 뭔가 미루고 있는 것은 없는가?’
‘혹시 욕심으로 나누지 못하는 것은 없는가?’
나는 어머님이 더 오래 사실 줄 알고 어머니의 속마음을 그리고 외로움과 고통을 모르고 지낸 것은 아닌지, 이제야 헤아리고 있으니 세상의 불효자가 나보다 더한 이가 또 있나 싶습니다. 따뜻한 위로의 말씀도 더 오래 사실 줄 알고, 그렇게 미뤘습니다.
두려워집니다. 혹시 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지금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인생에 있어서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일에 귀한 시간 허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시간이 지나 내 아이들에게
“나는 세상에 태어나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았노라”고 진정 이야기 할 수 있을지…….
지금이라도 남은 삶을 후회하지 않도록 모자이크 하듯 잘 맞추어 가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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