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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재이도랑과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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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4월 10일(수) 13:11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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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점촌1동 산악회 | ⓒ (주)문경사랑 | | 며칠 전이다. 늦은 저녁 모전동에서 볼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 택시가 시청을 지나는 무렵, 도로가에 있는 어느 간판이 눈에 띄었다. 그때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아, 불바다~. 전에는 이곳을 ‘불바다’라고 불렀데요.”
그 말을 들은 택시기사가 맞장구를 쳤다.
“맞습니다. 옛날에 이곳을 불바다라고 불렀습니다. 어떻게 아셨죠. 아는 분들이 드문데.....”
문경문화원에서 발간한 향토사료집 ‘문경의 옛모습과 이름’에 보면, 불바다라는 지역은 함창읍과의 경계에 있는 당교(唐橋)와 시청 주변 일대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 유래에 대하여, ‘당나라 소정방 군대가 신라 김유신 장군에게 전멸한 지역으로.....신라군의 기세가 충천하여 의기양양함을 이름하여 불바다라 부름이 아닌가 하는 사람도 있다.’라고 적었다. 명확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 지명의 유래를 엿볼 수 있는 설명이다.
옆에 앉은 지인이 거들었다.
“불바다 맞네. 밤에 불야성(不夜城)을 이루는 데가 불바다지.”
택시기사는 모전에서 나고 자랐다고 했다. 그래서 평소 궁금해 하던 것을 물었다.
“기사님, 사람들이 왜 ‘반재이도랑’이라고 하는지는 아세요.”
반재이는 도랑의 이름이다. 그래서 함께 부를 때 완성이 된다. 일종의 고유명사이다. 그래서 반재이라고만 했을 때는 그 의미가 전달되지 않는다. 반재이라는 어구도 국어사전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늘 궁금해 하던 터였다.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
“어릴 때 어른들한테 들은 말입니다. 이 도랑에는 물이 불어도 반을 넘지 않았다고 했어요. 비가 많이 와도 반만 채워졌다는 거지요. 그래서 물이 반만 차는 도랑, 반재이도랑이라고 불렀데요.”
그렇다. 옛날 지명을 짓는 원칙은 단순하고 간단하였다. 추상적이고 인문학적인 이름은 선비와 관료들의 몫이었다. 서민들은 이처럼 단순하였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반재이도랑의 유래를 이제야 안 것이다. 혹여, 도랑에 물이 넘쳤다 하더라도 어쩌면, 홍수(洪水)가 없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에서라도 그렇게 지었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 고장의 지명유래를 적은 책에는 어떻게 설명되었을까. ‘불바다’라는 지명 해설 아래에 ‘반쟁이’로 적어놓았다. 그리고 ‘반전(反轉)이’라는 한문식 이름을 나란히 적었다.
그 유래에 대해서는 김유신이 당나라 군사를 당교부근에서 몰살시킨 역사적 배경과 함께, ‘이러한 당군의 전세를 뒤엎고 전세가 바뀌었다고 하여 반쟁이 또는 반전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닌가 한다.’라고 하였다.
살펴보면, 옛 지명에서 한자어가 원천이 되어 변천된 이름은 드물다. 그리고 ‘반전(反轉)’이라는 한자어가 신라시대에 통용된 글자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더구나 전쟁과 관련된 주변의 지명, 즉 당교라는 이름의 어원인 ‘뙤다리’와 당시 만들어진 ‘뙤비탈’, ‘불바다’ 등의 지명들이 순수 우리말인 것에 비교해서도 이곳의 지명만이 ‘반전(反轉)이’라는 한자어에서 비롯되었다는 어원은 어울리지 않는다.
지리적으로도 그렇다. 당시 최대의 격전지는 당교와 당나라 군사, 즉 당병(唐兵) 터 주변인 불바다, 현 시청 앞 부근이라고 한다면 전세가 반전된 곳은 그곳이지 지금의 반재이도랑 주변이 될 수 없다. 예나 지금이나 도랑은 도랑이다. 그 작은 도랑 주변이 일국의 운명을 가를 전세를 반전시킬 장소여서 ‘반전(反轉)이’라는 지명을 얻었다는 설명은 무언가 궁색하고 어색하다.
그런데 반재이가 아닌 ‘반쟁이’라고 적은 것은 어떤 까닭에서 일까. 지역의 누구로부터 ‘반쟁이’, ‘반쟁이도랑’으로 부르는 것을 듣지 못했다. 그런데도 주변에 만든 공원의 이름은 ‘반쟁이 공원’이다. ‘쟁이’는 사람의 성질이나 특성, 행동, 직업 등을 나타내는 일부 어근 뒤에 붙어, ‘그러한 특성을 가진 사람’의 뜻과 얕잡는 뜻을 더하여 명사를 만드는 말이라고 국어사전에서 못 박았다.
요즘 반재이도랑이 심상치 않다. 봄이 온 소식을 남녘으로부터 듣고서부터 출퇴근길이면 어김없이 도랑가에 심어진 벚나무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지금 이곳에 봄기운이 무르익는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도랑 양 옆으로 길게 심어진 벚나무에 맺힌 수백만 송이의 꽃망울들이 갈수록 붉어지더니 오늘 결국 망울을 일제히 터트렸다.
연분홍 꽃의 대향연이 시작된 것이다. 이제 우리들은 황홀한 마술에 빠질 것이다. 그리고 물이 반을 넘지 않는다는 이 도랑에는 우리들의 사랑과 낭만 그리고 꿈이 물위를 가득 채워 줄 것이다. 그러다, 바람이 불면 다시 그 위에 추억처럼 벚꽃이 쌓이고.......
그래, 한 해에 단 한 번만 도랑이 가득 차는 기적 같은 마술이 걸리는 4월의 반재이도랑이다. 오늘이 그날임에야.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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