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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無題)

2013년 03월 20일(수) 13:12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점촌1동 산악회

ⓒ (주)문경사랑

 

“내가 정말 잘못했어. 아이에게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작은 체구지만 넉넉한 마음을 가진 친구였기에 그가 하는 말은 의외였다.

그의 아들 준구는 고등학교를 다니지 않았다. 고등학교에 입학했으나 학교라는 틀이 자신과 맞지 않아 스스로 그만 두었다고 한다. 앞으로 잘하겠다는 약속을 하고서 말이다.

그러나, 학교를 다니지 않고 지내는 3년이라는 시간은 짧지 않았다. 아들은 처음의 약속과 달리 변해갔다. 아르바이트를 한다면서 늦게 들어오기도 하고 같은 환경의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기도 했다. 그런 아들을 바라보는 친구는 조금씩 지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밤이었다.

새벽 두시가 넘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아들의 방에서 음악소리와 함께 누구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동안 눌러왔던 커다란 분노가 자신을 감싸는 것을 느끼고 문을 열었다. 생각한 대로였다. 아들은 책상에 앉아 휴대폰으로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는 기억도 없는 소리를 지르고 아들이 듣고 있던 음악기를 내동댕이쳤다. 순간이었다. 그때는 몰랐다. 자신의 갑작스런 소리와 행동이 아들의 가슴을 새처럼 파닥이게 하였는지를.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어느 날 아들이 자신을 불렀다고 한다. 눈물이 글썽인 채로 자신의 품에 안기면서 울먹이었다고 한다.

“아빠~~ 저 여자 친구와 헤어졌어요~~~~”

그때, 안아주었어야 했다. ‘아들아, 그건 이제 작은 시작에 불과한 거다. 괜찮아.’라고. 자신을 안은 새처럼 연약한 아들의 가슴을 더 힘껏, 그렇지만 부드럽게 안아주었어야 했다.

“바보 같은 자식! 고작 여자 때문에 눈물을 흘러!”
그는 거칠게 아들의 어깨를 밀어버리고 비웃었다.

그날 아들은 집을 떠났다. 산산이 부서진 둥지를 떠난 새처럼 아들은 집을 나갔다.
“내가 잘못했었어. 그때 얼마나 힘들었으면 나에게 의지할려고 했었겠어....”

친구는 그날부터 제 정신이 아니었다고 한다. 아들을 찾으러 이곳저곳을 헤매고, 결국 어느 피씨방에서 쪼그려 앉아 밤새 게임을 하고 있는 아들을 발견하였다.

“아들아, 내가 잘못했다. 미안하다.”

그는 눈물을 흘리면서 차가운 바닥에 무릎을 끓었다. 그리고 아들에게 자신의 잘못을 청했다고 한다.

“이번에 우리 아들 대학교에 들어갔어. 오늘 과대표가 되었데.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우린 서로 통해.”

그러면서, 오늘 낮에 아들과 문자를 나눈 대화 메시지를 보여주었다.

나는, 가슴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눈물이 눈언저리에 채워지는 것을 느끼고 친구가 보여주는 스마트폰 화면을 보았다.

‘아들아, 열심히 하는 네가 고맙구나. 사랑한다.’
‘아빠, 고마워요~ 앞으로 열심히 잘 할께요.’

언젠가였다. 나 역시, 아들이 말이 없어지며 저 멀리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그 무렵, 멀리 떨어져 일주일에 한 번씩만 만나던 터였다. 매일 아들에게 문자를 하였다. 아침과 저녁에 두 번씩이었다. 그러던 그해의 끝 겨울쯤이었다. 아들에게서 문자가 왔다.

‘아빠 점촌에 눈 막 온다. 거긴 어때요? 그리고 저 도서관 가고 있어요.’

그 문자를 본 순간, 내 가슴에도 흰 눈이 펑 펑 내리는 듯했다. 그것으로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서로 눈을 맞고 함께 걸을 수 있었다. 그렇게 서로 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새는 힘차게 날개 짓을 하기 위해 아프기도 하고 투정도 하고 반항도 하기 마련이다. 어미 새는 자신의 넓은 깃으로 부드럽게 새끼를 안아주어야 한다. 그러면, 파닥이던 가슴은 평화를 얻는다. 이처럼 강 같은 평화가 왔을 때, 새는 비로소 강해 질 수 있다. 그때서야 날 수 있는 것이다. 힘찬 비약이 가능하다. 그 어미 새의 넓은 깃은 소통(疏通)이라는 다른 이름이다.

궁즉변(窮卽變)이라고 했다. 누구나 어려움은 있게 마련이다. 어려울 때는 과감히 변해야 한다. 그러면 통(通)하게 된다. 변즉통(變卽統)이다.

친구는 그의 아들에게 잘못을 인정함으로써 서로 통하게 되었다. 또한 대화를 하지 않는 아들에게 매일 마음이 깃든 문자를 보낸 애씀으로, 아들은 단순이 눈 내리는 일상의 변화를 친구에게 하듯 나에게 먼저 말을 걸었던 것이다. 이렇게 우리들은 오래도록 친구가 되어갈 수 있다. 그렇다. 통즉구(通卽久)다.

“친구, 너도 네 아들 준구도 지혜롭게 잘 이겨냈구나. 참 잘했어.”
그날, 우리들은 친구로서가 아닌 이 세상의 아버지로서 서로 술잔을 나누었다.

오늘 밤,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그 바람이 잎새에도 인다. 봄,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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