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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小小)함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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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29일(목) 17:50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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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점촌1동 산악회 | ⓒ (주)문경사랑 | | 소산마을을 찾았다. 안동시 풍산읍 하회마을 가는 길가에 자리하고 있다. 병자호란 당시 척화파의 거두였던 청음 김상헌이 고향인 이곳에 내려와 머물며, 그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그때는 이 마을을 금산이라 하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김가(金哥)가 사는 곳을 금산(金山)이라 부르는 것은 너무 화려하고 사치스럽다.’라고 하며 검소하다는 의미의 소산(素山)으로 고쳐 불렀다는 것이다.
그리고, 누정(樓亭) 하나를 ‘청원루(淸遠樓)’라 이름하였다. 이는 ‘청나라를 멀리한다.’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 청원루 곁에 작은 'ㄱ‘자 한옥이 한 채 있다. 오늘 찾는 이가 머무는 곳이다. 그곳에는 안동 지역의 대학원생 몇 명이 주인과 함께 술을 빚고 있었다.
“서 여사님은 집이 대구이지만, 주말이면 이곳에 내려와 지역 전통음식과 가양주 만드는 방법 등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직접 연구도 하고 있습니다.”
함께 한 담당 교수님의 설명이었다. 집은 크지 않았다. 트럭 한 대가 마당을 채웠지만 의외로 좁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추운데 방안으로 들어오세요.”
집주인의 안내로 회랑 같은 좁은 복도를 따라 방으로 들어섰다. 작은 부엌이 딸린, 거실을 겸한 아담한 방이다. 부엌에서 곧바로 도자기 그릇에 따뜻한 물을 담아 내어주었다. 우리 문경의 어느 요장에서 만든 청화백자 그릇이었다. 맨 얼굴에 염색하지 않은 짧은 머리의 주인은 예순을 막 넘어선 듯했다. 말은 적었지만 단아하고 자연스런 모습에서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느낌이 전해졌다.
“마침 집이 비어 구입하게 되었는데, 뼈대만 남겨두고 모두 고쳤어요. 열댓 평이지만 새 집 짓는 것보다 비용이 더 들었죠.”
그가 이곳에 들어 살게 된 이유가 안동지역의 전통음식들에 대한 연구와 보급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풍산 그 너른 들이 세상에서 제일 넓다고 고집하는 안동 사람, 특히 구안동 김씨와 신안동 김씨로 구분하길 고집하는 안동김씨의 원류, 이곳 소산 사람들과의 소통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마을은 청음 김상헌과 조선 후기 세도가 안동김씨의 본향(本鄕)으로 어느 곳 보다 자긍심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동네 할머니들을 초대해서 가끔 음식을 대접해드리는데, 다들 좋아 하세요.”
누군가 다실이 참 이쁘다고 감탄을 하였다. 복도를 따라 작은 방으로 들어섰다. ‘ㄱ’자 집채에서 서로 연결되며 모아지는 곳으로 한 평 반 남짓의 흙방이다. 온화한 느낌이 전해졌다. 왼편에 자연 채광이 들어오도록 작은 창 세 개를 두었다. 그리고, 흙벽 둘레에 'ㄷ‘자 무릎높이의 턱을 둘렀다. 사람들이 그곳에 걸터앉거나, 작은 소반과 소품을 올려놓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공간활용의 아이디어가 눈에 띄는 부분이다.
“이곳은 원래 재래식 부엌이었어요.”
다실 오른편에는 작은 방 2칸이 딸려 있다. 다실을 중심으로 거실과 살림집이 나누어져, 집의 기운이 모여들고 흩어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다실답게 디테일하면서도 포근한 정경이 마음에 담아졌다. 객(客)의 뜻을 눈치 챘는지 주인이 찻자리를 마련했다.
다섯 명이 차를 마셨다. 하지만, 좁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것이 신기했다. 오밀조밀하였지만 불편하지 않았고, 다관과 다기들이 구유를 닮은 작은 떡판위에 올망졸망하게 놓여 있었지만 작은 개다리소반에 차를 마시도록 하여 불편하지 않았다.
공간에 맞는 작은 소품들을 적절히 마련하였기 때문이다. 이른 바, 작은 것의 미학(美學)이다. 문득 동양학자이면서, 칼럼니스트인 조용헌의 글이 떠올랐다.
‘내가 머무는 곳은 15평 크기의 작은 황토집이다. 방은 작을수록 좋다. 방이 작아야만 기운이 압력밥솥처럼 빵빵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곳은 그의 말처럼 지금 기운이 압력밥솥처럼 빵빵한 것이다. 그래서 일까. 낯선 곳임에도 이 다실을, 이 한옥을 떠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우리들은 많은 것, 더 큰 것들을 가지려 한다. 그리고 더 넓은 곳에서 살지 못하는 스스로를 부끄러워하고 있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집에 마땅한 다실을 마련하지 못하는 것을 항상 안타까워하고 있다. 하지만, 이 작은 공간에서도 충분한 즐거움과 기쁨을 얻을 수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어 비로소 생기는 작은 공간의 여백, 그 안에서 서로 불편해 하지 않는 살가운 마음이라면 작은 것은 충분히 아름답다.
소소(小小)함의 미학이란 이런 것이다. 이곳 소산(素山)이라는 마을 이름이 품은 뜻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작고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는 검이불누(儉而不陋)이다. 화려하지만 사치하지 않는 화이불치(華而不侈)와도 통하는.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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