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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포 백포(錦浦, 白浦)

2012년 09월 07일(금) 17:38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점촌1동 산악회

ⓒ (주)문경사랑

 

분이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하풍나루를 건너 영순면 이목 마을의 꽃개, 화포(花浦)나루에 내렸습니다.

꽃개는 들꽃이 이곳에 지천으로 피었다고 해서 붙여진 포구의 이름입니다.

빛 곱고 하늘 맑은 가을, 추석을 며칠 남겨두고 분이는 아버지와 함께 다인면 신산 마을 집을 일찍 나섰습니다. 아버지는 낙동강 하류에서 실어오는 소금을 받아 예천과 상주 등 주변 시장에 내다파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초나흗날, 용궁 장(場)이 서는 날입니다.

어린 분이가 이렇듯 새벽 댓바람에 일어나 아버지를 따라 나선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아버지로부터 이 포구들의 풍광이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꽃개와 금포, 백포를 나름 상상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백로가 되어 강 위를 날아 보는 꿈도 꾸었습니다. 그래서 며칠 전부터 아버지를 졸랐던 것이지요.

이곳은 비교적 물 흐름이 완만하고 백사장이 발달되어 오래전부터 소금배가 드나드는 낙동강의 작은 포구, 금포(錦浦)와 백포(白浦)입니다.

꽃개, 즉 화포는 이들 포구의 가운데에 있으면서 건너편 하풍나루를 이어주는 작은 나루입니다. 주변 마을 사람들과 풍양과 의성 사람들이 주로 이용합니다.

상류는 봉화에서 내려오는 내성천과 동로에서 발원되는 금천이 달늪 마을에서 만나 삼강이라는 이름으로 낙동강이 됩니다.

일제 강점기, 달늪 마을은 소금배의 종착지로써, 삼십여호에 이르는 마을을 이루어 도방(都房)으로도 불리었다고 합니다. 강 건너편에는 큰 회나무 아래 나지막한 초가집, 삼강주막이 따가운 볕을 피해 졸고 있습니다.

그러나, 분이는 이 모두를 다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저 아래 비단같이 아름다운 포구, 금포(錦浦)와 윗 쪽의 백포(白浦)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특히, 백포는 산수경석을 닮은 흰 바위(白石)가 강물 위로 보이는데, 사람들은 이 바위를 백석(白石)이라고 짓고 이곳을 백포라고 이름 하였습니다. 산자락에는 같은 이름의 정자, 백석정(白石亭)이 고아(古雅)하게 강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정자에 올라서면 삼강나루와 하풍나루가 눈앞에 들어오고, 흥국재와 주변의 산들도 다가옵니다.

볕 좋은 봄날에는, 마을 사람들이 강나루에서 진달래꽃으로 전을 구워 술과 음식을 나눠 먹으며, 장구와 꽹과리를 치며 하루를 보냅니다. 화전놀이입니다.

어떤 이는 배를 띄워 흥을 청하기도 하고요.

이 때문인지, 영동초등학교 학생들의 소풍 일번지이도 하답니다. 분이는 맑은 강과 하얀 백사장, 아름드리 소나무들, 그리고 그 너머 펼쳐지는 황금빛 들녘과 올망졸망한 초가집들의 모습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는 생각을 하여봅니다.

그리고 방금 타고 온 나룻배가 다시 사람들을 싣고 강 건너 하풍으로 떠나는 모습을 말없이 바라봅니다.

“금포에 들러 소금을 받아 가자.”

분이는 아버지의 재촉에 걸음을 금포마을로 옮깁니다.

천마산 자락 아래 금포마을은 수십여호가 넘는 집들이 강을 향해 늘어서 있습니다.

백포 마을보다 더 크다고 하였습니다. 아버지는 이 마을에서 장에 내다 팔 소금을 미리 구해 놓은 것 같습니다.

이윽고, 소금을 받은 아버지는 다시 꽃개로 와서 주막에 들러 막걸리를 청합니다.

이미 그곳에는 장을 보러온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달지와 오룡마을로 넘어가는 큰 고개에는 가끔 도둑들이 나타난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주막에서 사람들을 기다려 함께 가려는 것입니다. 고개 근처에 도둑골이라는 지명이 있는 것도 이유가 있어서입니다.

“분이야, 앞 서거라.”

막걸리 몇 사발로 얼굴이 붉어진 아버지는 어린 분이를 앞세워 이제 큰 고개를 넘으려는 모양입니다.

가을의 따가운 볕이 분이의 등을 간지럽게 합니다. 문득, 분이는 뒤를 돌아봅니다.

화포를 뒤덮은 들꽃이 바람에 너울댑니다. 하얀 모래와 푸른 강물이 황금색 들녘 뒤에서 분이로부터 멀어져 가는 듯합니다. 그게 아쉬워 분이는 언젠가 추억이 될 그 자리에 한동안 서 있습니다.

‘분이야’

자신을 부르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기억 저편으로 아득한 지금, 그 자리에는 그때의 하얀 모래도 주막도 들꽃도 사라졌습니다. 뚱한 제방과 아무도 찾는 이 없는 유원지가 자리를 대신하였습니다.

그러나, 할머니가 된 분이의 눈에는 아직도 금포와 백포, 그리고 꽃개, 화포는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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