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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馬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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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8월 23일(목) 12:01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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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점촌1동 산악회 | ⓒ (주)문경사랑 | 영순면 율곡마을을 찾았다. 그곳에는 홍귀달선생의 신도비(神道脾)와 묘가 있다.
비(碑)는 풍양방면 923번 지방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도로변 누각 안에 있으며, 시도유형문화재 122호로 지정되어 있다.
“원래 신도비는 묘의 남동쪽에 자리하는데, 이곳을 찾은 교수님들이 그 위치가 정확하다고 합니다.”
함께 동행한 부림홍씨 문광공파 화수회 홍경진 사무국장이 보호각 안에 있는 비석의 귀부와 이수를 바라보며 말한다. 신도비는 임금이나 종이품 이상 고관의 무덤 앞이나 근처 길목에 세워, 죽은 사람의 업적을 기린다. 홍귀달선생은 대제학을 지냈으며, 이 비는 중종30년(1535년)에 세워졌다. 묘에 배례하고 내려왔다. 그때, 홍국장이 신도비 아래 왼쪽 잔디밭을 가리켰다.
“여기 작은 묘가 있어요. 허백정 할배께서 돌아가실 때 마지막을 지켜본 마부의 무덤이라고 합니다.”
허백정은 홍귀달선생의 호이다. 그는 무오사화 때 연산군에게 잘못된 폐단을 간하는 상소를 올려 좌천을 당하였고, 이후 손녀를 왕자빈으로 삼으려는 임금의 명을 거역하여 장형을 받아 경원으로 유배 가는 길에 죽임을 당하였다.
그때 노복 두 명과 마부가 곁을 지켰다고 한다. 훗날 마부가 죽자 이곳에 그의 무덤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세월의 풍화 탓인지, 처음부터 그랬는지 묘는 엎드리듯 낮았다. 마치 죽어서도 상전을 모시는 노복(奴僕)의 모습처럼 단촐하였다. 옛 일이라서 자세히 알 수는 없겠지만 그의 묘를 이곳에 쓴 데는 사연이 있을 듯하다.
상하의 신분관계가 엄격한 때에, 평소 그들의 모습이 후세에 귀감이 되었을 수도 있겠고, 허백정을 향한 마부의 존경하는 마음이 사무쳤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자신을 이곳에 묻어달라고 간곡히 청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찌하든 이곳의 자리는, 그 시대의 윤리적 관점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전범(典範)의 결과임은 분명한 듯하다.
그러나, 이 마부의 묘에서 우리가 엿볼 수 있는 것은 허백정이다. 그는 문장에 뛰어나고 글씨에 능했으며 성격이 강직하여 부정한 권력에 굴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혹자는 그를 문경을 대표하는 고집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기도 한다. 그의 이러한 재능과 성품은 아들들에게도 이어졌다. 산북면 근암서원에 봉안된 홍언충을 비롯한 여러 아들들이 과거에 급제하여 이름을 알렸는데, 그들도 왕에게 간언(諫言)을 하는 등 누구 못지않은 충절을 실천하였다.
그런 허백정이기에 그의 기개와 충절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마부는 죽어서도 그와 함께 하고자 하지 않았을까.
홍귀달은 뒷날 율곡마을에서 태어난 그의 5대손 목재 홍여하로 인하여 다시 이름을 알렸다. 목재 홍여하는 ‘휘찬여사’와 ‘동국통감제강’을 지어 실증사관에 입각한 사서 편찬에 앞장서는 등 우복 정경세와 함께 영남 문장의 4대가로 명성을 높였다.
지금도 율곡마을에는 그가 살았던 터가 남아있고 마주 보는 작은 언덕은 버리(벌, 蜂)명당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허백정 할배의 후손이 이 명당자리에 묻혔는데, 나라에서 이곳에 큰 인물이 나는 것을 염려해서 이장을 하라고 했답니다. 묘를 파는 도중 그 안에 있던 벌떼들이 인부에게 달려들어 마을까지 도망을 갔다고 합니다. 동네 사람들이 큰 독에 그 인부를 숨기고 얼마 뒤 독을 열어보니, 아무도 없고 물만 고여 있더랍니다. 그래서 독 안에 아무도 없다고 하여 ‘독무지’라는 말이 전해 내려옵니다.”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홍국장의 말이다. 그의 가문에 대한 지식과 긍지는 상당하다. 문득, 그에게 후손으로서 홍귀달의 모습이 남아 있지 않을까 유심히 살펴본다. 자신에게 엄격하고 남 앞에 당당한, 그래서 어쩌면 고집쟁이라는 말을 듣기도 하겠지만 지금 우리에게 그런 어른이 곁에 없는 것이 아쉽다. 옛 사람은 정치에 몸을 두면서도 추구하는 이념에 대한 기개와 실천은 버리지 않았다. 그래서 한갓 마부도 죽으면서 그 곁에 있고자 했던 것이다. 마부의 묘(墓)가 지금 우리에게 전하는 말없는 말이다.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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