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나의 농장
|
|
2012년 08월 07일(화) 13:56 [주간문경] 
|
|
|

| 
| | | ↑↑ 허운 이창녕
가은읍 출생
전 점촌초등학교장 | ⓒ (주)문경사랑 | | 퇴임을 하면 소일거리가 있어야 된다는 선배들의 충고에 어느 날 집사람에게 알맞은 밭떼기라도 좀 알아보라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저녁 식사시간에 상주 공검에 나온 밭이 있는데 아이들 학자금 때문에 팔려고 내 놓은 지가 일년이 넘어도 임자가 없어서 걱정이란 말을 하면서, 우리가 사면 어떻겠느냐고 하기에 그럼 그래라고 한 것이 벌써 5년째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어릴 때에 농촌에서 자랐으니 농사일을 자연스레 배웠고 몸에 익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수십 년 세월이 지났으니 처음에는 이웃 어른들께 물어 물어서 그 어르신들이 하라고 하는 대로 농사를 지었습니다. 신출내기 반거치 농사꾼이 오죽하겠어요?
집사람은 밭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제초작업이 전문이고, 그 외의 일은 모두가 제 몫이 되다보니 농사가 잘 되도 내 책임 못 되도 내 책임, 그런데 잘되는 해에는 시절이 좋아서 잘 되었고, 못되는 해는 내가 농사를 잘 못 지어서 못되었다는 욕만 배터지게 먹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거북한 농사일을 왜 하느냐고 야단입니다. 사서 고생하는 별 이상한 사람이란 소리까지 들었습니다. 평생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농사꾼으로 변신하기란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봄에 씨앗을 뿌리고 새싹이 나오고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모습이 아이들 같았습니다. 애지중지(愛之重之) 아이들을 키우듯이 농사도 그렇습니다.
“농작물은 주인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란 말이 있을 정도로 정성이 들어가야만 가을철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가 있습니다.
노력한 만큼 땀을 흘린 만큼의 결실을 반드시 가져다주는 것이 농사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88번의 손이가야 쌀이 되어서 우리 식탁에 오른다는 쌀미(米)字의 뜻을 알 것 같습니다. 왜 흔히들 그러잖아요. 농사 중에는 자식 농사를 잘 지어야 된다고 하잖아요.
농작물을 가꾸는 것이나 자식을 돌보는 것이나 정성이 들어가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세상일이 거저 되는 게 없듯이 농사일 또한 저절로 되는 게 없습니다.
집사람과 새벽 5시면 농장에 가 있습니다. 옛날 집을 수리해서 농막으로 사용하면서 낮잠도 자고 밥도 해먹고 때로는 거기서 살림도 합니다.
한낮에는 뜨거워서 일을 못하기에 새벽부터 너 댓 시간 일을 하면 하루 일을 다 할 수 있습니다. 점촌에서 오고가고 하며 농사를 지으니 힘이 더 듭니다. 거기서 살면 아침저녁으로 한두 시간 만 일을 해도 힘들 일도 아닌데 정말 사서 고생을 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농장에는 참깨 꽃이 한창입니다. 참깨 꽃의 꿀을 먹기 위해 나비와 벌들이 날아들고, 콩 순을 잘라먹으려고 밤마다 고라니가 방문을 하기도 합니다.
고구마도 심어놓고, 땅콩도 심고 팥과 녹두도 심었습니다. 고추와 토란 옥수수도 무럭무럭 자라고 며칠 전에는 마지막으로 들깨 모종도 하였답니다.
요새는 6월 양대 수확이 한창입니다. 그런데 씨 구별을 잘 못해서 단 호박을 심고 말았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작년 겨울에 감나무가 동해를 입어서 거의 죽고 이제 밑둥치에서 새순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늘에 앉아서 농장을 바라보면 기분이 참 좋습니다.
더욱이 가을 농장을 생각하면 웃음이 돕니다. 내손으로 농사지은 무공해 농산물을 골고루 나누어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신세진 분들께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고. 농장으로 놀러 오시는 분들께는 옥수수를 꺾어서 함께 먹을 수도 있어서 참 좋습니다.
올 해는 감이 없어서 그 동안 해마다 보내드리던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내손으로 지은 농작물을 자식들에게 보내주고 지인들과 나누어 먹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집사람은 고구마를 심으며 벌써 수확량까지 계산하여 몫을 지우는 것을 보면서 활짝 웃었습니다.
어느 날 동사한 감나무 가지를 자르고 있는데 점심을 먹으러 오라고 해서 가보니 금방 베어온 부추와 고추를 넣은 전을 붙여놓았는데 어찌나 맛이 좋은지 혼자 먹기 아까워서 앞집 할아버지를 오시라고 하였더니 잡숫다 남은 소주병을 들고 오셔서 한잔씩 마시니 꿀맛이었습니다. 직접 농사를 짓기에 누릴 수 있는 재미고 행복이라 생각해 봅니다.
고맙습니다.
|
|
|
|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주간문경을 읽으면 문경이 보인다.” - Copyrights ⓒ주간문경.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
|
주간문경
기사목록 | 기사제공 : 주간문경
|
|
|
|
|
|

|
|
|
|
실시간
많이본
뉴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