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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패(門牌)의 꿈

2012년 06월 07일(목) 12:11 [주간문경]

 

 

↑↑ 허운 이창녕
가은읍 출생
전 점촌초등학교장

ⓒ (주)문경사랑

 

문패(門牌)는 주소․성명을 적어 문기둥에 걸어두는 패(牌)라는 어원적 설명입니다.

지금의 문패에는 호주의 이름과 주소를 쓰는 것이 상식이나 옛날에는 지번(地番)을 부여하는 제도가 없었으므로 숫자로 주소를 표시할 수 없었고, 지금처럼 문패의 필요성이 절실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높은 벼슬을 하였거나 충절을 기리기 위하여 나라에서 표창한 내용을 붉은 색 바탕의 홍패나 남색 바탕의 청패에 써서 솟을대문에 내걸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문패의 기원으로 문패란 말도 홍문(紅門)과 패액(牌額)의 준말입니다.

홍문은 나라에서 표창하여 내리는 것인데 홍(紅)은 충신․효자․열녀의 일편단심 붉은 마음을 의미하며, 문(門)은 그러한 사람이 나온 가문이나 문벌을 뜻합니다.

사실 이러한 가문의 집 자손들은 얼마나 되겠습니까?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겠지만 문패는 자기를 알리는 당당함이 아니겠습니까?

우편제도가 발달하고 편지 왕래가 빈번해짐에 따라 문패는 꼭 있어야 할 필수품이 되었는데요. 역사에 보면 광무 연간(光武年間)에는 집집마다 문패를 달도록 법으로 정하였습니다.

문패는 보통 직사각형의 육면체 나무에 주소와 성명을 새기는데, 대리석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고, 요즈음은 아크릴판에 새기기도 합니다.

보통의 문패는 남자위주의 이름으로 되어 있는데, 최근에는 부부의 이름이 나란히 새겨진 문패도 점점 많아지고 있는 듯합니다.

문패! 저에게는 또 다른 느낌과 의미가 담긴 말입니다.

고래 등 같은 기와집이나 우람한 양옥집 대문에 붙어있는 문패를 보면 많이 부러웠답니다.

나도 언젠가는 작은 집이라도 생기면 아주 예쁘고 품위 있는 문패를 달겠다고…….

공원이나 등산로, 학교의 나무들도 자기의 문패를 달고 있는데, 인간으로 태어나 세상에 왔다가는 표식이 문패인데 꼭 한 번 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 문패를 달고 사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문패를 달고 사는 사람은 전체 가구 수의 약 4/1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럼 왜 그 정도 밖에 안 될까? 그 것은 필요성과 효용성, 나(我)라는 존재를 드러내기 싫어하는 의식과 과시 욕에 못 미치는 주택 때문이리라 생각합니다.

아파트에는 문패라기보다는 명찰의 의미에 가까운 표식들이 붙어있는 집도 있고, 또 몇 동 몇 호가 문패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세시풍속에 보면 꿈속에서 돼지나, 문패를 보면 대길(大吉)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문패를 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나름대로의 방법에 따라 묘안을 찾고 있겠지요. 주택부금을 붓는 사람 적금을 더는 사람 등…….

저야 일평생 이재(理財)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그런 일은 꿈속에서나 있겠지 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2004년 6월에 지금 살고 있는 아담한 단층 슬래브 집을 얻게 되었습니다.

사람 살기는 아파트가 편하지마는 일평생을 마당을 밟으시며 사신 부모님이의 요청에 따라 부랴부랴 구입한 조그마한 마당 있는 집입니다.

그 동안에 부모님을 모시고 살다보니 문패를 붙일 수가 없었습니다.

집 주인이 바뀌자 제일 불편한 사람은 집배원들이었습니다.

이 분들이 대문에 매달려있는 편지함에다가 유성 싸인 펜으로 가족들의 이름을 적어 놓았는데, 아마도 그 것이 우리 집 전체 가족들의 문패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버님께서 “이제는 애비 문패를 달아라!”는 하교의 말씀이 있으셨지만 차마 제 이름의 문패를 달수가 없었습니다. 지금이야 부모님이 다 돌아가셔서 문패를 달려고 하였으나 집사람이 아버님 살아생전에도 안 달고 지냈는데 지금 와서 왜 달려고 그르냐며 완곡하게 반대를 하여 아직도 문패(門牌)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머지않아 늘그막에 달아보게 될 문패에는 살아온 삶의 고뇌와 감사의 마음과 내일을 준비하는 비전이 담긴 그런 문패가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고맙습니다.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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