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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겨울, 석달

2011년 12월 09일(금) 08:27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점촌1동 산악회

ⓒ (주)문경사랑

몇 년 전 가을이었다. 몇몇 지인들과 더덕을 캐러 산을 찾았다. 김용사와 대승사 갈림길에서 김용사 방향으로 가다가 왼쪽으로 들어서면 산북면 석봉마을이 나온다. 마을을 지나 포장된 임도에 이르러 차를 세우고 산을 탔다. 단산(壇山)이다.

일행들과 떨어져 혼자 산을 오르내리다가 날이 저무는듯하여 임도를 따라 내려왔다. 누군가 단산을 넘으면 문경읍 고요마을과 닿는다고 했다. 그리고 포장된 임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가면 석달마을이 있다고 했다.

마을과 얼마 떨어진 곳에서 잠시 쉬었다. 멀지 않은 곳에 눈을 두니 비탈진 곳이 보이고 그 옆에 작은 길이 있었다. 주변이 적막하면서 마냥 한적해보였다.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고요가 머물고 있는 듯 했다. 그 고요를 남겨두고 일행들과 함께 마을 입구의 폐교가 된 초등학교를 지나쳐 왔다.

올 해 초겨울, 우연히 어느 저녁모임에서 그곳 석봉리 석달마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내가 어릴 때, 그러니까 6.25 전쟁 일어나고 3~4년 지난 해(年) 가을쯤이었어. 밤 중 무렵, 새우젓 파는 40대 남자가 우리 집 사랑방에서 하루를 묵었던 기억이 나.
그때 아버지는 사랑방에서 동네 사람들에게 책을 즐겨 읽어주셨어. 그 사람이 하는 말이, 자기는 석달마을에 살았었는데 전쟁 전 해 겨울에 군인들이 마을에 쳐들어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사람들에게 총을 쏘더라는 거야. 다행히 자신은 시체 밑에 있다가 살았다고 했어.”

평소 가깝게 지내던 이의 이야기라 관심 있게 들었다. 그때, 떠오른 것은 단산 밑 그 석봉마을의 적막하고 한적했던 고요였다. 그리고 우리 지역에서 이와 같은 일이 있었다는 것과 이 일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그런 소회(所懷)에, 다른 이가 정색을 하였다.

“아니에요. 당시 국가에서 이 사건을 공비가 저질렀다고 발표했고, 최근에 어느 정도 진실이 밝혀졌다지만 아직 무언가 말하기에는 솔직히 조심스러워요.”

1949. 12월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추운 겨울이었다. 문경과 예천에 주둔하고 있던 국군 2개 소대가 산북면 석달마을을 정찰하러 들어왔다고 한다. 그리고 마을주민 100여명을 모아 놓고 공비들에게 협조한 사실이 있는지를 추궁하였는데, 오히려 몇 차례 경찰에 도움을 주기까지 했던 주민들은 당연히 부인을 하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군은 비무장의 주민들에게 총과 수류탄 등을 난사하여 86명을 사살하고 가옥 대부분을 불태웠다는 것이다. 이른바, 문경 석달마을 양민학살 사건의 대략이다.

지난 2007년 참여정부 당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이 사건을 조사하여 진실을 밝혔다. 그러나, 국가는 희생자와 그 유족들에 대하여 배상을 하지 않았고, 그 후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하였다. 긴 법정 다툼 끝에, 지난 9월 8일 대법원은, ‘반인륜적 국가범죄 배상에는 시효가 없다.’는 취지로 이 사건에 대한 국가배상을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상처는 치료하지 않고 감추기만 하면 아물지 않는다. 도리어 썩어 스스로를 부패하게 할 뿐이다. 하물며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저지른 범죄의 피해는 어떤 시대와 상황에서도 치유하지 않으면 다시 재발되게 마련이다.

결국,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의미 있는 큰 진전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진정한 치유는 지금부터이다. 비록 국가의 책임이라고 하지만 우리 이웃에서 일어난 몰랐던, 아니 알고도 모른 체 할 수밖에 없었던 이 사건의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보내야 한다.

60여 년 간 어두운 곳에서 돌봐주던 이 없던 원혼들의 원심(怨心)을 밝은 양지로 이끌어 우리 모두의 위로를 받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 감히 우리 스스로 이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제, 여느 마을과 같은 평화가 석달마을에도 찾아오기를 바란다. 한적하고 적막한 고요가 아닌, 고통이 치유된 맑은 강(江) 같은 평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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