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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고도 스스로를 드러내는 - 작성(鵲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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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23일(수) 09:00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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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점촌1동 산악회 | ⓒ (주)문경사랑 | 문경사과축제가 한창이던 10월의 어느 휴일 오후, 오랜만에 문경새재를 찾았다. 가을로 바뀌어가는 길목에는 언제나 아쉬움이 묻어있다.
새재 골골에 물든 단풍들을 보면서, 우리 인생도 저 나무들처럼 청청하게 푸르게 살다가 시절 인연이 되면 이렇듯 단풍드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가만히 보면 나무는 저마다 색을 가지고 있다. 봄날 연두색이던 새 잎들이 한 여름에는 어김없이 모두 푸르다. 하지만 지금은 저마다 노랗거나 붉거나 갈색이거나 각자 다른 색을 드러내고 있다.
어쩌면 사람에게는 타고난 본성이 있듯, 나무에게도 이처럼 본래의 색깔이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지금 나무들은 스스로를 드러내는 가장 절정의 순간을 단풍으로 표현하는 지도 모른다. 우리도 언젠가 저 같은 시절이 올 것이다. 태어날 때 지녔을, 스스로는 모르는 자신을 드러내는 가장 절정의 순간 말이다.
그런 마음으로 제1관문 성곽을 바라보았다. 이곳에 서면 시간들은 성곽위의 구름처럼 잠시 머물다 갈뿐이다.
400여 년 전, 왜군에게 국토를 유린당한 왜란의 역사도, 과거를 보러 한양을 향하던 영남 선비들의 드높았던 이상도, 구한말 경복궁 중건 부역을 마치고 ‘문경새재 아리랑‘을 부르며 힘겹게 넘던 경상도 민초들의 한(恨)도 새재에서는 덧없이 지나가는 시간일 뿐이다.
그런 덧없음은 제3관문 아래 동화원 너머에 있는 ‘동문(東門)’에 이르면 더 깊게 다가온다.
옛 계립령인 하늘재와 닿아 있는 이곳 동문은 이름 그대로 문경새재 동쪽에 위치한 성문(城門)이다. 제3관문 성곽을 따라 주흘산으로 향하는 능선을 걷게 되면 스러진 옛 성곽들과 조우하게 된다. 세월의 풍화와 사람들의 손과 발길에 대부분 무너지고 닳아버렸지만, 그곳에는 우리가 모르는 역사가 스며 있다.
동문은 사람의 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든 군사 방어 목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한 사람 정도 지나다닐 수 있도록 작다. 주변에는 제법 큰 석축들이 흩어져 있고 허리 높이 정도의 통로가 아직 남아 이곳이 동문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저 아래 몇 굽이를 넘어야 있을 하늘재의 포암산 능선에는 신라가 고구려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세운 산성의 석축들이 흩어져 있다.
어쩌면, 옛 유적의 감상은 이렇듯 그 자리, 그대로의 모습에서 더 빛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감상은 이곳에서 하늘재를 넘어 포암산과 대미산에 이르는 백두대간, 동로 큰마을에 위치한 황장산의 작성(鵲城)에 이르면 절정에 이른다.
작성은 동로면 명전리 황장산 기슭 문안골에 위치한 석성이다. 구전(口傳)에 의하면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침입을 피하여 이곳에 왔을 때, 작장군(鵲將軍)에게 명하여 쌓았다고 한다. 그리고 안동으로 피신한 후 개경으로 돌아가 전에 노국공주와 비빈들을 잠시 이곳에 머물게 했다고도 한다.
지금도 우람한 돌문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고 주위에는 계곡과 산을 잇는 성곽 돌이 일부 남아 있다. 숨을 들이마시고 천 여 년 동안 지켜온 돌문을 들어서면, 성벽에 부딪는 바람소리가 마치 공민왕의 외치는 소리인 듯하다. 그리고 계곡 너머 산기슭의 산벚나무 단풍잎은, 작장군의 호령에 움찔한 병졸들의 상기된 얼굴인 듯 붉다.
문득, 지금 새재의 단풍들이 저토록 고운 색으로 스스로를 드러내는 절정의 순간임을 되새겨 본다. 그리고 여기 동문과 작성의 성곽들은 지금 그들 역사의 어느 때에 머무르고 있는 것인지를 생각한다.
아마도, 저기 성곽들이 이리저리 흩어져 제 모습을 이미 버렸지만, 지금 저 자리에서 온전히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이때가 그들의 가장 절절한 순간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다. 우리들은 가을 날 찾는 이 드문 깊은 산 능선의 어느 옛 석공이 다듬은 돌들에서 그들이 전하는 화려하고 슬픈 역사의 이야기를 온전히 느끼고 들을 수 있다. 언젠가 우리에게도 그 날이 올 것이다.
저 나무처럼, 아무렇게나 스러져 뒹구는 이끼 낀 성곽과 이름 없는 탑들처럼 말하지 않고도 스스로를 드러내는 그런 때 말이다. 새재에서도 동문과 작성에서도 우리는 지나가는 시간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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