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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빠진 동그라미

2024년 08월 20일(화) 17:38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법무사 정창식사무소 대표

ⓒ (주)문경사랑

 

녹음이 짙은 한여름이다. 차를 몰고 시내를 벗어나 가까운 산사(山寺)를 찾는다. 한적한 도로의 옆에 잎이 무성하고 큰 오래된 나무들을 본다. 멀리서 보면 가지와 입이 둥근 큰 원을 그리고 있는데 가까이 다가가면 도로 쪽 가지 부분이 ‘작은 ㄱ’ 자(字)로 자른 듯이 파여 있다.

7,80년대 인기 록밴드 ‘활주로’의 노래 “이 빠진 동그라미”를 닮았다. 그 노랫말은 이렇게 시작된다.

“한 조각을 잃어버려 이가 빠진 동그라미…”

처음 그 나무를 보았을 때 도로 쪽 가지 부분만 누가 저렇게 잘랐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몇 번씩 그 나무 밑을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그것은 그 나무의 ‘사는 법(法)’이라는 것을.

도로 옆에 서 있던 나무는 오랫동안 자신의 곁을 차량이 지나가기를 반복하자 위기의식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나무는 자연스럽게 가지와 잎들이 도로변 쪽으로 자라지 않도록 공간을 비운 것이다.

그래서 지금처럼 나무 아래에서부터 ‘ㄱ’ 자(字)만큼의 공간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 차량이 원활하게 지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나무의 입장에서는 살아가는 최상의 방편이었을 듯하다.

결국 그곳에서 나무는 잎을 틔워 꽃을 피운 뒤, 맘껏 푸르름을 뽐내고 한여름의 열정으로 푸르름을 뽐내고 있는 것이다. 결국, 내어줌으로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가는 것이다.

오랫동안 법률 관련 사무에 종사해왔다.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이 분명함에도 방향도 없이 나뭇가지를 거칠게 뻗어 낭패를 보는 경우를 보아왔다.

형벌에는 ‘양형사유’라는 것이 있다. 이는 피고인의 형량을 정하는데 참작할 만한 사유를 일컫는다. 그 가운데에는 범행 후의 정황도 포함된다. 즉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어떤 행위를 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다시 온전히 살아갈 수 있음을 간과하고 지나치게 사실관계에 치중하여 일을 그르치곤 한다. 자신의 욕심에 의해 가진 것을 내어줌을 거부하고 반성하지 않아 법에서 참작하는 양형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사실, 보다 젊었을 때에는 사실관계를 다투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일을 하는데 밤낮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때는 몰랐었다.

치열하게 작성했던 피의자신문조서가 법정에서 판사가 인용하는 피고인의 ‘양형사유’보다 가벼울 수 있고 피고인의 참회의 말 한마디가 피의자의 거친 항변보다 결코 무시할 수 없음을 말이다.

나무는 스스로를 절제함으로써 큰 나무가 될 수 있었다. 이처럼 숭고한 자연의 법칙은 나무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나무는 가지가 꺾이는 아픔과 수모를 겪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내어주지 않음으로써 어려운 곤경에 처하게 된다.

노래 ‘이 빠진 동그라미’에서 동그라미는 짝을 맞추기 위해 여러 곳을 찾아다닌다. 그러다가 소나무 밑에서 누워 자는 한 쪼가리를 만난다. 그때 자기 짝을 찾은 동그라미는 기뻐하며 이렇게 말한다.

“얼싸 좋네 찾았구나.”

저 이 빠진 동그라미를 닮아 ‘ㄱ 자(字)’처럼 파인 나무는 지신의 짝을 내어줌으로써 더 큰 푸르른 나무가 되었다. 그렇다면 한 조각 잃어버린 우리의 짝은 무엇으로 찾을 수 있을까. 푸른 나무 밑을 지나며 문득 생각해 보는 여름이다.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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