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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年에는 이렇게 살았으면…….

2012년 05월 04일 [주간문경]

 

 

↑↑ 허운 이창녕
가은읍 출생
전 점촌초등학교장

ⓒ (주)문경사랑

 

일평생 살아가는 인생살이가 어찌 순탄하기만 하리오! 젊어서는 객기를 부리다가 통절한 아픔도 맛보고, 중년 들어서는 식구들 건사 하며 자기의 목표점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다가 문득 고개 들고 바라보니, 해는 서산에 걸려있고 평생 신명을 받쳐 일하던 직장에서 정년이란 이름표를 붙여 또 다른 세상으로 나와 보니 지금껏 격어보지 못했던 모진 바람 앞에서 가슴을 치기도 합니다.

경제생활이라도 걱정 없이 할 수 있는 형편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 반대가 된다면 늘그막에도 삶의 여유는 챙길 수 없으며, 치열한 생존 경쟁에 내몰리게 됩니다. 나라에서는 경로(敬老)라는 이름으로 우대를 받는 나이가 되었지만 성질머리는 아직도 살아있으니 어디가도 환영은커녕 가족에게 마저 눈총을 받는 신세가 되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젊어서는 좌충우돌 하면서 살았어도, 나이가 들고 보니 매사가 조심스럽고 두렵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터득 한 것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스스로 깨우치게 되는 것이 노년의 삶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나이가 들었으면 너무 나서지 말고 설치지 말고, 미운 소리 우는소리 헐뜯는 소리, 그리고 군소리와 불평일랑 하지를 말고, 알고도 모르는 척, 모르면서도 적당히 아는 척 어수룩하게 그렇게 사는 것이 현명한 삶이지 싶습니다. 때로는 아내의 잔소리도 순하게 듣고 상대방을 꼭 이기려고 하지 말고, 적당히 져 주는 법도 배워야 하고, 한 걸음 물러서서 양보하는 것과 좀 손해 보면서 사는 것이 나를 편하게 하는 방법입니다.

나이가 50이 넘어가면 여자는 남성화 되어가고 남자는 여성화 되어 간다는 사실을 안다면 나이 값을 하는 언행으로 체통을 지켜야 할 것입니다. 흔히들 하는 말로
“돈 없으면 거지보다도 더 서럽다.” 돈은 생활에 꼭 필요한 것이지만 돈 때문에 가족 간에도 사이가 멀어지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우리들 속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천석 군은 천 가지 걱정, 만석 군은 만 가지 걱정이 있다.”
돈 없어서 하는 걱정 보다 돈 있어서 하는 걱정이 때로는 우리를 더 고단하게 합니다.

아무리 큰 부자라 해도, 죽으면 가져갈 수 없는 것이고, 유산 때문에 자칫 자식들 싸움하게 만들지 말고, 살아 있는 동안에 음덕을 베푸는 것이 사후(死後)에 발복(發福)하는 첩경이리라. 그렇지만 이것은 겉 이야기일 뿐 정말로 필요한 돈은 죽을 때까지 갖고 있어야 됩니다. 그래야 자식들 발걸음이 잦을 것이고, 친구를 만나면 술 한 잔 대접하고, 손주들에게 용돈 한 푼 줄 수 있고, 늘그막에 내 몸 돌봐 주고, 받들어 주니 돈이 효자가 아니겠습니까?

“日暮途遠”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멀다란 뜻인데, 아직은 세상에 할 일은 많지만 어느새 정년을 맞아 제2의 인생을 살아야 되는데 자꾸만 뒤가 돌아다 보이고, 잘나가든 생각이 나를 괴롭힐 때면 한없는 서러움이 밀려오기도 합니다. 그러니 젊을 때 잘나가든 생각일랑 모두 잊고, 제발 잘난 체 내 자랑일랑 하지를 말고, 어제 청춘 오늘 백발, 흘러간 세월은 잡을 수가 없습니다. 그대는 뜨는 해, 나는 지는 해, 그런 마음으로 지내다 보면 불같은 성정도 누그러지고 손주들 재롱에 푹 빠지는 내리 사랑이 스스로를 감동케 합니다.

대중가요를 들어 보면 노래마다 사연들이 구구절절 내 맘 같고, 보는 드라마가 꼭 내 형편 같아서 뜨거운 감동이 내 마음을 울리게 하기도 합니다.

나의 자녀와 손자, 그리고 이웃 누구에게나 마음씨 좋은 늙은이로 살아가기를 빌면서 고려 충혜왕 때의 문신 우탁님의 탄로(歎老)가(늙음이 서러워 탄식한다는 뜻)시조 한 편으로 글을 맺습니다.

한 손에 막대 잡고 또 한 손에 가시를 들고
늙은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늘 건강하시기를 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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