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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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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3월 30일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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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점촌1동 산악회 | ⓒ (주)문경사랑 | 봄을 재촉하는 봄비가 내리던 어느 날, 가까이 지내는 후배와 함께 조선요를 찾았다. 문산 김영식, 그가 이 요장의 주인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대표 도예가문의 정통을 잇는 8대 장손이기도 하다.
새로 지은 전시장에 들어섰다. 입구 왼쪽에 낯선 작품들이 보였다.
“할아버지께서 직접 만드신 청화백자 항아리와 도자기들입니다.”
자신의 전시장에 선대들의 작품을 함께 전시한 것을 보고 조상에 대한 섬김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가 8대 장손이라는 사실이 새삼 일깨워지기도 했다.
“전시장과 함께 집을 새로 지으면서 고심한 것이 있어요. 조상님들의 제사를 지내는 제실(祭室)입니다.”
창밖의 비는 멈추었지만, 겨울을 막 벗어난 새 봄의 기운이 아직 약해서인지 스산하였다. 그래서 차향을 맡으며 목 밑으로 차를 밀어내었으나 쉬이 내려가지 않았다.
“현관 옆에 제실을 만들었는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달마다 지내는 제사가 적지 않거든요. 아마 우리나라 일반 가정집에 전용 제실이 있는 집은 드물 겁니다.”
제사 음식을 만들 부엌이 딸린 방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한 평이라도 더 넓은 집을 구하고자 하는 것이 나와 가족이 머물러 편하고 아늑해지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돌아가신 선대들을 위해 집에 제실이라는 별도의 공간을 따로 내어놓는 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전통도예가문의 대를 이어야 한다는 중압감과 그래서 후손으로서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여린 예술가의 영혼을 아프게 했던 것일까.
이제 대한민국 대표 도예가가 되어 선대들이 흙을 빗던 곳에서, 조상을 빛내는 전시장과 제실을 갖추었으니 그의 성취가 더욱 돋보이는 듯 했다. 어쩌면 지금의 그를 있게 한 것은 도예가문의 장손이라는 질긴 인연의 끈, 그리고 물려받은 도예의 업(業), 그래서 이 운명들을 기꺼이 안은 긍정의 힘이었을 것이다.
어느 덧, 가슴에 멎었던 차의 향이 온 몸으로 번져나갔다. 그리고, 잠시 그와 함께 그의 속 뜰을 걸어 나온 듯 했다. 언론에서 접해 본 소식 외에 진솔한 그의 모습을 알게 되었다고 할까.
문득, 지난 달 우리 문경문화원에서 발간한 계간지 ‘문경문화’의 표지사진이 떠올랐다. 표지 전면에는 지난 해 문경관광전국사진공모전에서 가작으로 선정된 제1관문의 설경이 찍혀져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 사진 맨 아래에 어느 건축물의 받침돌로 보이는 그림 일부가 함께 인쇄되어 있었다.
표지에 전혀 다른 두 개의 풍경 그림이 찍힌 것이다. 편집자의 실수인지 아닌 어떤 의도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내 기억으로는 그것은 천년고찰 봉암사 대웅전 기단석의 낙숫물받이, 즉 물받이석이다.
지붕의 낙숫물이 마당을 파놓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처럼 아름답고 기능적인 물받이 홈통을 설치한 것이다. 이는 어느 사찰에서도 보기 어려운 봉암사 대웅전의 또 다른 부분이다. 어쩌면, 우리들은 이 작은 물받이석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건물의 일부 즉, 디테일은 우리를 매료하게 하면서 전체보다 더 전체를 느끼게 한다. 사람들은 불국사는 잘 알지만 극락전에 대해서는 모른다. 그러나 극락전 바깥쪽 서쪽 면 석축에 대해서는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자연석의 석축을 쌓으면서 그 위에 얹을 장대석을 자연석에 맞추어 깍은 이른 바 그랭이법 석축으로 다른 나라에는 예가 없는 건축기법이다.
부석사 무량수전도 그렇다. 일찍이 최순우 선생은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라는 글에서 이곳 기둥에 기대어 바라본 소백산 그 너른 정원의 풍경을 백미로 꼽으며 찬탄을 했다.
이렇듯 건물에서는 그를 구성하는 일부가 전체를 상징화하면서 건물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어쩌면 사람들은 가늠하기 어려운 전체보다 작고 세밀한 부분, 즉 디테일이 갖는 소소함에서 친근과 여유로움, 그리고 스스로의 얕은 지식을 위로받고자 하는지도 모른다. 사람도 그렇다. 그가 이루어 놓은 가늠하기 어려운 업적과 작품보다는 작은 에피소드에서 그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나는 문산을 모른다. 그리고 그가 추구하는 예술적 세계와 작품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 내가 지금 잠시 그의 뜰 안을 함께 거닐며 들여다 본 것은 제실이다. 그 제실은 봉암사 누각의 받침돌처럼, 불국사 극락전의 석축처럼, 그리고 부석사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처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건축물의 그것들처럼 제실은 그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그곳에는 그와 조상들의 이야기, 삶과 작품을 대하는 그의 마음 그리고 도예가로서의 미래의 모습들을 말없이 보여주고 있다. 차를 타고 나오면서 차 유리창에 작은 입김을 불어 보았다. 지금 나는 내 인생의 어디쯤에 와 있는가. 나의 가치를 말해 줄 불국사 극락전의 석축은 어디에 있는가. 아니 내가 다듬어야 할 석축은 길가의 돌처럼 저렇게 마냥 뒹굴고 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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