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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조건

2012년 03월 20일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점촌1동 산악회

ⓒ (주)문경사랑

이제 봄이다. 남녘에서는 이미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봄꽃의 대명사인 벚꽃도 꽃샘바람을 몇 번 맞고 나면 산과 들 그리고 도시에서 환하게 만개할 것이다.

봄이 되면 생각나는 우리 지역의 풍경 하나는 진남교반에서 바라보는 산의 모습이다. 마치 파스텔로 칠한 듯한 연한 살색의 덧칠은 아찔한 현기증이 나게 한다. 산벚꽃과 산수유, 함박꽃과 개나리꽃의 산색은 더할 바 없는 봄, 봄이다.

그리고, 금천으로 흐르는 산북 큰마을의 맑은 아천(鵝川)을 따라 석문구곡의 구곡(九曲)인 석문정을 여는 석문(石門), 이곳 검은 바위에 핀 붉은 진달래 꽃이 연출하는 또 다른 봄이다.

더하여 그곳에서 도화세계와 도리천으로 이어지는 길, 즉 대승사와 창구마을의 갈림길에 이르는 봄꽃들의 향연은 자칫 사람들을 취하게 하는 봄이다.

그러나, 봄은 결혼의 계절이다. 아무리 꽃이 예쁘더라도, 사람을 향해 웃음 짓는, 더구나 좋아하는 사람을 바라보며 한껏 웃는 신랑신부의 웃음보다 예쁜 꽃은 없다.

며칠 전, 우리 청의 직원이 곧 결혼을 한다고 청첩장을 돌렸다. 청에 함께 근무하는 30대 중반의 남자수사관과 20대 후반인 여자 계장의 결혼이다. 이른 바, 사내결혼이다. 남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직장이라 남자 수사관과 여직원의 결혼은 종종 있어왔으나, 직급이 여자가 높은 경우의 결혼은 사실 드물었기 때문에 그들의 결혼이 남 달라 보였다.

일상에서 대부분의 여자들은 신데렐라를 꿈꾼다. 자기보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높은 남자와의 결혼으로 신분상승을 누리고자 한다. 그것이 일반적인 여자들의 심리라고 한다면, 그 여(女) 계장은 이와는 다르다. 물론, 그 남자수사관의 직무에 대한 성실과 지식, 성격과 인품은 더할 수 없이 훌륭하다.

처음, 낯선 이곳 강릉에 왔을 때,
"계장님, 책을 출간하셨다면서요. 저도 책 한권 주세요.“
라며, 건강한 얼굴에 맑은 웃음을 지으며 정을 주었던 그이이다. 그래서 그 직원의 경사에 누구보다 축하하고 싶은 마음이다.

최근 여성들의 공무원 진출이 많이 늘었다. 더구나 금녀의 직역이랄 수 있는 우리 직장에도 몇 년 사이 여자 수사관들의 신규발령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 지검에 발령받은 신규직원들의 사진을 보았더니 여성이 1/3 정도였다. 그래서 검찰 공무원들 중 여성 수사관이 차지하는 비율이 갈수록 늘어난다.

이는 검사들도 다르지 않다. 어쩌면 검사들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일반직보다 더 높을 듯도 하다. 우리 청의 경우에도 여 검사가 전체 검사들 수의 반 정도에 가깝다.

“앞으로 여 검사와 남자 직원이 결혼하는 경우도 생기겠는데요.”
누군가 웃으면서, 최근에 여 검사와 여 수사관들이 많아지는 직장 풍경을 두고 가볍게 하는 말이었다.

그 말이 떨어지자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강수사관이 진지한 표정으로 되받는 것이다.
“몇 년 전에 그런 경우가 있었어요.”

직장 내에 여성의 비율이 높아져 서로 만나는 기회가 잦다 보면 결혼으로 이어지는 인연이 생기게 마련일 것이다. 그래서 남녀 간의 일들은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그 인연들이 이렇듯 직위가 서로 바뀌는 경우라면 인연에 이르는 사연들이 사뭇 궁금해진다.

하지만, 둘만의 내밀한 사연들을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다. 다만 다른 커플의 결혼보다 더 힘찬 격려와 축하를 보내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그들에게서 ‘사랑과 용기’라고 하는 절대 변할 수 없는, 변해서는 안 되는 결혼의 조건 중 일부를 선택한 진정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다. 곧 반재이 도랑가에는 수많은 벚꽃들이 순결과 화려함을 뽐낼 것이다. 마치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새 신부처럼 말이다. 그곳에서 결혼을 꿈꾸는 연인들을 만난다면 묻고 싶다. 그대들은 결혼에 이르는 어떤 조건을 선택하려고 하는지. 이 봄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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