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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메를 고쳐 매며

2012년 01월 31일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점촌1동 산악회

ⓒ (주)문경사랑

임진년 새해 첫 산행을 점촌1동산악회와 함께 했다. 의성군 금성면 수정리에 있는 비봉산(671m)이었다.

오랫동안 신발장에 박아두기만 했던 낡은 등산화를 털며 신발끈을 매었다. 새해를 맞는 첫 산행이고 비교적 산행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나섰다. 언제나 그렇듯, 처음의 가파른 산길은 숨을 가쁘게 하였다.

조망능선과 비봉산 정상이 갈라지는 갈림길에 이르러 숨을 고른 뒤, 주위를 둘러보았다. 산 아래 작은 구릉과 논들 사이로 저수지가 여럿 보였다. 누군가 평야가 많으면서도 물이 귀한 지역의 특징이라고 한다. 따뜻한 날씨가 바람을 잠들게 하여 산행은 순조로웠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정상에서 자리를 마련하였다. 반가운 얼굴과 낯선 이들에게 정상주를 권하며, 그동안 산행에 참석하지 못한 용서를 청하였다.

식사가 끝난 뒤, 잠시 여가를 틈타 어느 여성회원이 노래를 불렀다. 문득, 몇 년 전 충북 제천의 작은 동산에서 충주호를 바라보며 부르던 그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랬다. 지금도 그때와 다름없이 여전히 정겨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흥겨움이 있었다. 그래서 감사하고 고마웠다.

어느 덧, 점촌1동산악회와 함께 한 지가 5년이 지났다. 비록, 부족한 산행지식으로 회원들에게 더 좋은 안내를 하지 못했다는 자책도 적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좋은 이웃들과의 행복한 동행이었다는 사실이다.

몇 년 전, 여름이었던 듯하다. 농암마을의 시루봉산행이 예정되어 그 전 주에 미리 답사를 하면서, 갈림길에 이정표를 표시해놓았었다. 그러나, 하산하면서 길을 잃어버렸던 것이다. 사십여 명이 넘는 회원들의 안전을 위해서 무언가 결정을 해야만 했었다.

그때, 바로 눈앞에 오래전에 사용하였던 임도가 보였다. 선두에 서서, 길을 가로막은 나무들을 하나하나 걷어내어 길을 넓혔다. 정신없이 한참동안 헤쳐 나가니 나무 사이로 밭이 보였다. 그리고 저 아래 천연기념물 화산리 반송이 마을 어귀에 서있었다.

“수고했어. 산대장.”
누군가 어깨를 치며 지나갔다. 그때서야 정신이 들어 몸을 살펴보니, 손과 팔이 나뭇가지와 가시에 긁혀 온통 상처투성이었다.

고마웠다.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믿고서 따라와 준 회원들, 아니 형님과 누님들, 이웃사람들인 그들이 감사했다.

그런, 믿음과 격려가 오늘에까지 이르렀다. 그래서 점촌1동산악회와 함께 한 5년은 행복한 동행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랜 산행으로 등산 자켓은 색이 바래지고, 질겼던 바지는 헤어져 낡아버렸다. 더구나 등산화 끈도 이제 닳아져 버렸음에랴.

그리하여 여기쯤에서 점촌1동산악회 산행대장으로서의 역할을 접기로 하였다. 지금부터 누군가 새 등산화 끈을 질끈 매고 새 자켓과 등산바지를 입고서 그 역할을 대신할 때가 온 듯하다. 그럼으로써 우리 점촌1동산악회는 더 큰 발전을 할 것을 믿는다.

그러나, 나의 산행은 끝나지 않았다. 다시 신들메를 고쳐 매고 아직도 가보지 못한 고봉준령, 산들을 오를 것이다. 덕유산 향적봉에서 바라 본 소등 같던 장쾌한 남덕유의 능선도 여전히 나의 가슴을 요동치게 하고, 새벽녘 겹겹한 능선의 마루금이 장엄한 희열을 느끼게 하는 지리산 천왕봉도 손짓하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산행의 즐거움을 우리 이웃들과 함께 하는 행복한 동행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

그래서, 신발을 깨끗이 털고 신들메를 고쳐 매려고 한다. 새해에는 그럴 것이다. 봄이 가까이 왔음을 이곳 비봉산에서 이미 보았음에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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