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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선물 101

2011년 12월 20일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점촌1동 산악회

ⓒ (주)문경사랑

새로 지청장이 부임하였다. 며칠 간 청의 분위기가 어수선 하더니 곧 평상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그런 일상의 어느 오후 무렵, 부속실에서 연락이 왔다.

‘청장님이 찾으세요.’

예기치 않은 부름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청장실 문을 두드렸다.

얼굴 가득 웃음을 지으며 직원을 반기는 모습에서 신뢰와 호감이 느껴졌다. 인사를 하며 자리에 앉았다.

“책 좀 사려고 합니다.”

긴장해 있는 나를 잠시 바라보더니 웃으면서 하는 말이었다. 그때, 며칠 전 지청장에게 지난해 봄 출간한 첫 수필집 ‘아름다운선물 101’을 선물한 것이 떠올랐다. 부임 첫날 직원신고에서 누군가 지청장에게 최근에 책을 낸 수필가라고 소개했기 때문이다.

“직원들에게 그 책을 선물하려고 하는데, 좀 싸게 해주세요.”

밝은 웃음으로 말하는 그에게 감사한 인사를 전하며, 책의 제목이 된 ‘아름다운선물 101’에 대하여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정환경이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매달 좋은 책을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선물하는 일들이 어느 덧 7, 8년이다. 그리고 그 책들은 ‘아름다운선물 101’이라는 이름으로 보내고 있다. 의례적으로 명절이나 연말에 불우이웃들에게 하는 물질적 도움보다 성장의 시기에 함께 하는 지속적인 관심이 그들의 삶에 얼마의 자양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었다.

그런 뜻을 주위에 알렸더니 함께 하는 사람들이 나섰다. 그래서, 지금까지 서른 여명의 아이들에게 책을 보내주고 있다.

“저도 그 아이들의 후원자가 되겠습니다. 매달 얼마를 계좌로 자동이체하겠으니 좋은 일에 쓰세요.”

계좌이체를 한다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평생 후원자가 되겠다는 의지에 다름 아닌데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니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더구나 사비(私費)를 들여 칠십 여명이나 되는 직원들에게 책을 구입해서 나누어 주겠다는 뜻에서는 고개가 숙여졌다.

지난해 겨울, 어느 날 낯선 전화를 받았다.

“저... 차00 인데요. 며칠 전에 나왔어요.”

순간, 하얀 피부에 조금은 상기된 앳된 얼굴의 중학교 3학년 여자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미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았음에도 다시 이웃 마을의 빈집에 들어가 돈을 훔쳐 구속이 된 그를 조사한 적이 있었다. 훔친 돈으로 친구들에게 먹을 것을 사주었다고 철없이 말하는 그가 안타까워 그때 약속을 했다. ‘아름다운선물 101’의 이름으로 매달 좋은 책을 성인이 될 때까지 보내 주기로 한 것이다. 그 후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라는 소식을 바람결에 들었다.

“엄마가 면회 올 때 그 책을 전해주어 꼭 읽었어요. 고마워요. 아저씨.”

그 순간, 내 마음 깊은 곳 어디에서 갑자기 흰 눈이 펑펑 내리는 것 같았다. 그랬다. 먼 곳에서 가족과 떨어져 혼자 생활에 지쳐 가고 있을 때, 그 전화 한통은 나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되었다. 그리고, 더 용기를 내어 책을 보내주는 아이들 중 몇 명에게 장학금을 전하는 기쁨을 가졌다.

청장실 문을 나서며, 이번 겨울도 생각지 않은 지청장의 따뜻한 관심과 격려에 힘입어 아이들에게 무언가 좋은 일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슴에 담아보았다.

그때였다. 창 밖에 눈이 내리는 것은. 마치 하늘에서 하얀 밀가루를 자루에 풀어 펑 펑 뿌리는 듯 했다. 그래, 이곳은 강릉이다. 강원도에서 맞는 첫 눈, 아름다운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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