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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로 연정(戀情)

2011년 12월 30일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점촌1동 산악회

ⓒ (주)문경사랑

동로 큰마을에는 지금 겨울 바람소리 드셀 터다. 이곳의 높고 깊은 산들과 깊은 골골에 부딪는 바람들이 단양의 명산 올산(兀山)과 도락산, 또는 더 멀리 소백산의 봉우리에 부딪혀 다시 되돌아와 더욱 세차게 마을에 쏟아내기 때문이다.

바람은 황장산과 수리봉, 진대산의 좁은 협곡 사이에서 새어 나와 벌재 아래 벌내(川)와 국도를 따라 내리 치닫는다. 그리고 문수봉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과 합류 한 벌내는 단양천으로 뻗어가는데, 바람은 명전 본 마을 넓은 들에 이르면 더없이 횅하다. 그러다 어느 때에 볕이 내려와 이 심심한 마을에 깃든 바람을 잦게 한다. 이때 쯤, 산비둘기 한 마리가 폐교가 된 초등학교 앞 논에 잠시 머물다가 언듯 부는 바람에 놀라 저 높이 날아간다.

이 마을의 겨울 일상은 나의 추억과 닿아있다. 그때도 앞 논에는 주워 먹을 이삭도 없었지만 늘 산비둘기 한 마리는 저렇듯 머물렀을 것이다. 다만, 낮은 지붕의 초등학교 난로 연통에서 흘러나오는 연기만이 지금은 없을 뿐이다.

아버지는 오래전 이곳 명전초등학교에서 잠시 교편을 잡은 적이 있었다. 그 무렵 어린 나는 여섯 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1학년을 세 해 동안 다녔었다. 산골에, 더구나 마땅히 놀 친구가 없는 사택에서 늘 혼자 있어야 하는 아들을 위한 아버지의 배려였다.

그때 일을 두고서 가끔씩 아버지는,
“1학년을 3년씩이나 다닌 놈은 너밖에 없을거다.” 라고 퉁을 주셨다. 그러면 볼멘 소리로, “같이 3년을 다닌 사람은 누군데요...”라고 되받아 함께 웃었다.

그랬다. 초등학교 1학년을 세 해나 다니면서 매번 담임선생님은 아버지였다.

아마도 1960년대 후반 12월의 겨울 산수 시간이었던 듯하다.
교실은 장작으로 지피는 난로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볕으로 훈훈하였다. 공부보다는 한두 살 많은 동급생들과의 장난에 흥미가 더 많은 어린 청강생은 그날도 다르지 않았다. 서로 부자간이라는 미묘한 관계로 수업 중에는 이름을 부르지 않던 선생님이 갑자기 이름을 부르는 것이었다.

“?!...네..”

“나와서 이 문제 풀어봐!”

말이 1학년이지 그냥 집에 있기 뭐하고, 당시 무료급식으로 나오는 밀가루로 만든 비스켓만 타가면 그만인 청강생이었던 어린 아들은 순간 당황하였다. 집에서의 아버지와 학교에서의 선생님이라는 관계가 정리되지 않던 그때 내가 택할 수 있는 행동은 달리 없었다. 엉거주춤하고 있는 내가 밉상이셨던지, ‘어서 나와.’ 라고 언성을 높이시는 것이었다.

그때였다. “와~~아~0”하고 울음을 터뜨리고 만 것은. 혈기 넘치시던 아버지는 나를 달래기는 커녕 도리어 화를 내고, 아들은 겁이나 도망을 쳤다. 아버지는 장작개비를 들고 교실 복도를 요리저리 피해 달아나는 어린 아들을 뒤쫓고, 겁이 난 아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복도로 뛰쳐나갔다.

뒤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박수소리가 뒤섞여 들렸다. 정신없이 한참을 달려 돌아보니, 1학년 교실 연통에는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고 창가에 머물던 볕이 넓은 운동장을 비추고 있었다. 창문 너머에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수업을 받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결국 그날 수업을 빼먹은 어린 아들은 종일 집에서 마음을 졸이며 아버지를 기다렸으나, 저녁에 돌아오신 아버지의 한바탕 웃음으로 그 일은 해프닝으로 끝나버렸다.

지금 동로 큰마을에는 겨울바람 거셀 터이다. 하지만, 이곳의 높고 깊은 산들과 깊은 골골에 부딪는 바람들이 마주하는 같은 산들의 봉우리에 부딪혀 다시 되돌아와 마을의 골목을 더욱 춥게 하고, 이윽고 벌내를 따라 내려오던 바람이 치달아 명전 마을을 휑하게 하더라도, 어린 시절 추억이 머물러 있는 이곳은 나에게 언제나 따뜻하다. 그래서 내게 동로 큰마을은 그리움을 담은 사랑이다. 겨울이어도 춥지 않은 연인이다.

“지난 주 ‘아름다운선물101’을 읽으신 우리 지역의 어느 독지가께서, 후원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전해 달라고 하면서 익명으로 성금(誠金)을 보내주셨습니다. 그리고, 서울의 기원섭 법무사님께서 소장하고 계신 좋은 책들을 기증해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어린 아이들에게 따뜻한 자양분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한 해 수고하셨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법률자원상담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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