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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문

2011년 10월 20일 [주간문경]

 

 

↑↑ 허운 이창녕
가은읍 출생
전 점촌초등학교장

ⓒ (주)문경사랑

 

세상에는 많은 문들이 있습니다. 매일같이 드나드는 현관문이 있고, 고래 등같이 높은 집엔 솟을 대문이 있고, 바라만 보고 드나들 수 없는 봉창도 있습니다.

그리고 상징적인 것이 많습니다. 태어나는 것이 하나의 문일 테고, 죽음 또한 하나의 문이 아니겠습니까?

“이 세상에 처음으로 호흡하며 태고적(太古的) 울음을 터트리며 오는 출생의 문은, 신(神)이 주신 문이 정해져 있는데, 작금에 와서는 위급함 보다는 몸매관리 때문에 의술(醫術)이란 기술을 빌려서 멀쩡한 몸에 강제로 제왕절개라는 혈문(血門)을 내어 태어나는 출생의 문을 처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몇 년 전 부처님 오신 날 고찰을 찾아서 참배를 하고 마주 앉은 노(老)스님께서 저에게 하문하신 말씀입니다. 생각지도 않은 하문에 당황하였으나 생각해 보니 그 동안 보편적으로 생각했던 것을 종교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러한 행태는 대단히 비정상적일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태어나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지 생각해 보면 마음이 맑고 밝을 수 있겠느냐는 스님의 말씀에 상당한 의미와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세상의 어머니들이야 모두가 정상적인 문으로의 출생을 고집하지만 어쩔 수 없는 급박한 처지에는 옆문을 사용한다는 죄의식 보다는 고귀한 생명의 탄생이 우선이므로, 모든 이는 이해하고 걱정하는 것이 우리들의 보편적인 삶이지만, 일부 몰지각한 여성들의 행태를 걱정하신 말씀이리라 생각해 봅니다.

세상에 올 때 어떤 문으로 왔던 이 세상에 온 이상 우리들은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호흡하며 잘 사는 게 모두의 소망일 것입니다.

마음의 문을 열면 자유천지요 희망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문을 닫으면 모두가 단절이고 고립입니다. 60대 이상의 어르신들은 어릴 적에 대부분 초가삼간 지붕아래서 가난한 문은 햇살 구경하기가 어려웠고, 겨울밤은 왜 그렇게도 길고 춥던지 부채 살처럼 누운 형제들은 웅크린 채 잠을 잤습니다. 그래도 그 가난한 문안에서 상식을 배웠고, 예절을 익혔으며, 도리를 알아가면서 잔뼈가 굵었습니다.

할머니와 부모님께서 늘 허리를 구부리고 들어서던 그 문안에서 우리들은 가난이 슬픔인지를 모르고 자랐습니다. 추운 겨울에 쩍쩍 달라붙는 문고리지만 어느 문에도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던 기억은 없습니다. 그러나 세계에서 몇 번째 잘산다고 치부하는 오늘, 현관에는 몇 개의 열쇠구멍을 만들어놓고 드나들 때 마다 버마재비처럼 허리를 세우고 있는 현실이, 과연 진보라고 말할 수 있을는지요?

우리가 사는 지금의 세상은 두 개의 문안에서 허덕이고 있는 것 갔습니다. 보수의 문과 진보의 문 속에서 극도의 이기주의가 현란한 언술(言術)로 세상을 혹세무민(惑世誣民)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내편 네 편으로 갈라서기를 종용하고 급기야 편 가르는 투표까지 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세상을 향하는 문은 언제라도 열려 있어야 하는데 슬프게도 모두 꼭꼭 걸어 잠그고 나아닌 다른 사람의 통행을 단절시키고 있는 현실이 참담하기만 합니다.

옛날을 돌아다보면 그 때의 문은 모든 곳에 열려있었습니다. 이웃에 문, 친구에 문, 타인에 대한 문 까지 활짝 열려 있었습니다. 때로는 경계를 지운 담 위에도 인정을 나누던 문이 있었습니다. 바가지에 담은 고구마 몇 개와 감자 옥수수 등의 먹거리가 담을 넘어 오고가든 정겨웠던 문을 우리들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때도 사람이 살았고 지금도 똑 같은 사람이 사는 세상인데 지금은 왜? 영악함과 배금사상만이 가득한 불확실성의 삶을 살아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되물어야할 때입니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옛날의 문을 복원하는 시스템을 하루 속히 만들어서 누구라도 마음 편히 드나들 수 있는 문을 우리들 곁에 세워야겠습니다.

그리고 너와나의 닫힌 문을 열어야 할 때입니다. 이웃의 문을 열고, 마음에 문을 열어서 다함께 세상의 문으로 나가야 합니다.

고맙습니다.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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