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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2011년 10월 20일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점촌1동 산악회

ⓒ (주)문경사랑

“이 반지가 저희 시어머니께서 평생을 끼시던 건데 어제 저녁에 제게 주셨어요.”

며칠 전,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知人)이 애써 담담히 하는 말이다. 촉촉이 젖은 그녀의 눈망울에 언뜻 반지가 어린 듯 했다.

손가방에서 작은 비닐 팩에 보관한 반지를 꺼내어 보여주었다. 병원에 계시던 시어머니가 당신의 마지막을 예감하신 듯 사랑하는 며느리에게 몸의 일부였을 반지를 물려주셨다고 한다.

“..........”

무언가 말을 하고 싶었으나, 이미 저만치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만 보였다. 황급히 뛰어가 차가운 손을 그냥 말없이 잡아주고 싶었다.

왜 사람들은 남겨질 사람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서둘러 떠나려는 걸까. 그녀가 머물다 간 자리 너머, 동네 성당의 종탑이 오늘 따라 더 높아 보였다.

“자긴 나에게 거의 요구만 해. 나도 뭔가 바라는 게 있는데 내 맘을 애기하면 받아줄 줄을 몰라.”

아직 겨울의 기운이 가시지 않은 4월의 어느 일요일, 보금자리를 떠나 또 다른 곳의 보금자리에 짐을 풀고 고단한 몸을 눕힌 늦은 시간. 그때 받은 안해의 문자.

매주 한차례 주어진 안해와의 소중한 만남이었지만 따뜻한 눈길, 정다운 손길 나누지 못하고 무심히 떠나온 그날 밤. 안해는 이미 떠나온 나를 보내지 못하고 늦도록 속앓이를 하고 있었다.

왜, 늘 부족한 것이 없냐며 살뜰히 챙겨주는 안해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하고 투정만 했을까. 가슴속의 자괴감이 깊어지는 어둠처럼 밀려온다. 창가의 벚나무는 채 망울도 맺지 않았는데, 벚꽃은 정말 피기는 하는 걸까. 아니 언젠가 처럼 우리들의 마음이 다시 하나가 되는 봄날은 오는 걸까.

“책도 보내주시고 이렇게 도와주셔서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어머니가 가출하고, 아버지마저 돌아가신 뒤 어린 동생 셋을 혼자서 돌보고 있는 어느 소녀가장이 있다.

그들에게 몇 년째 매달 좋은 책을 보내주면서, 지난겨울 여럿 분들의 도움으로 몇몇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마련해 줄 수 있었다. 그때 받은 그의 감사인사이다.

왜 가난한 이들은 가장 가까운 혈육과 이별하는 아픔, 그리고 서로가 부대껴야 하는 몇 겹의 고통을 감당해야 하는 걸까. 가을이 익어 가는 지금, 이 모든 것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근대의 선승(禪僧)인 만공선사의 법문 중에 세계일화(世界一花)라는 말이 있다.
그는 ‘세계는 한 송이 꽃, 너와 내가 둘이 아니요. 산천초목도 둘이 아니요. 이 세상 모든 것이 한 송이 꽃.’이라고 했다.

그래서 일까. 어느 날, 지인이 전한 임종을 앞둔 시어머니의 반지 이야기에 콧등이 시큰해지고, 늦은 밤에 받은 안해의 문자에 스스로를 꾸짖으며 부끄러워하는 것은. 그리고 어린 아이들이 전하는 감사의 인사에 앞서 그들의 고단한 삶에 슬퍼하는 것은 우리들이 한 송이 꽃에 깃들인 줄기이고 잎이며 꽃송이이기 때문일 것이다.

언젠가 법정스님이 글에서, 대한항공기가 괌에서 추락하던 날 밤, 왠지 모를 불안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고 하였다. 그의 말에 의하면, 우리들은 거대한 생명의 뿌리에서 나누어진 가지라는 것이다. 이것은 맑은 마음의 소유자이기에 느꼈을 특별한 상황이었겠지만 우리들이 하나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 그 슬픔에서 따뜻한 희망을 본다.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이의 신뢰로 전해진 반지는 다시 그 며느리의 며느리에게 온전히 전해질 것이다. 그리고, 소녀가장은 언젠가 동생들과 함께 이 고단했던 시절을 회상하며, 지금 그들이 받는 사랑을 어려운 사람들에게 전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 해 봄 날 아침, 나는 보았다. 창가에 벚꽃이 활짝 피어 흐드러져 있는 것을.

그래서 우리들 순수한 마음들이 겹쳐 하나가 되는 때가 언젠가 다시 올 것을 믿는다. 그렇다. 지금의 슬픔은 끝이 아니라 희망으로 나아가는 시작이다. 우리들은 떨어져 혼자 피는 꽃이 아니다. 너와 나는 한송이 꽃에 깃들인 줄기이고 잎이며 꽃송이이다. 우리는 한 송이 꽃, 세계일화(世界一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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