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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면서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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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10일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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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허운 이창녕
가은읍 출생
전 점촌초등학교장 | ⓒ (주)문경사랑 | | 며칠 전에 집사람과 큰 딸을 대리고 참깨 끝마무리 타작을 하려고 밭으로 갔습니다.
큰 딸이 방학 때 도와드리지도 못했다며 따라나서는 마음이 기특해서 할 수 없이 함께 갔습니다. 올 해는 비가 너무나 많이 와서 밭농사가 옳게 되지를 못했는데, 농사 일기장을 들여다보니 두 달 동안 햇빛이 온전하게 난 날은 8일뿐이었습니다. 그러니 곡식이 제대로 여물지를 못했지요. 고추와 참깨는 한초(旱草)인데 비가 그렇게 많이 왔으니 흉작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늘이 말리는 농사를 미미한 인간이 어찌하오리까?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인간의 이기심이 만들어낸 자연재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왠지 씁쓸하네요.
농사가 잘되면 잘 되는대로, 못 대면 못되는 대로 거두면 그만인데, 인간의 욕심이 어디 그렇습니까? 聖人이 아닌 이상 말 타면 종(從)두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인데…….
그날도 욕심스러운 마음으로 말없는 날씨 탓을 하는 것으로 흉작에 대한 분풀이를 하였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세상의 조화인데, 우리는 그 속을 욕심 만 앞세우고 해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집사람과 나누는 대화를 듣고 있던 여식이 끼어듭니다.
“엄마, 농사 그만 치우세요. 힘만 들고 돈도 안 되는 농사를 왜 해요?”
“너들 좋은 거, 먹이려고 그러지…….”
“치우고, 그만 사먹어요. 왔다갔다 기름값만 해도 사먹고도 남겠네.”
“유기농이라 안전한 것을 먹을 수 있잖아?”
“엄마! 돈만 있으면 유기농 천지라”
모녀간의 대화가 漸入佳境이었습니다.
생물이던 무생물이던 시간이 지나고 때가 되면 모두가 변하고 결국엔 버리고 가는 것이 어쩌면 존재의 이유일진데, 유독이 사람 많이 버릴 줄 몰라 욕심이란 그릇 속을 채우고 또 채우고 있습니다. 봄은 추위를 버려야 만 꽃을 피울 수 있고, 여름은 봄을 버려야만 裸婦를 뽐낼 수 있습니다.
가을은 먹구름을 버려야만 푸른 하늘을 얻을 수 있으며, 겨울은 단풍을 버려야만 흰 눈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집안 창고에 들어가 보면 버리지 못해 구석구석에 쌓여 있는 그늘진 살림들이 욕심이 묻어 있는 체로 좁은 공간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하나를 얻으면 또 하나가 생각나서 실랑이를 하게 되고, 담아도, 담아도 채워지지 않는 욕심그릇의 조화에 결국엔 그 그릇이 깨지고 나서야 悔恨의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나이가 들면 나를 버린다고 합니다.
자식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버립니다. 나이도 버리고 성별도 버립니다.
부모에게는 늙은 아들도 아들에 불과합니다.
날씨가 추워 부모님에게 안부 전화라도 하면 부모님은 되래 방을 따뜻하게 하라고 당부를 합니다. 자식은 7순을 넘기신 부모님께 되레 안부를 챙겨 받는 일이 많습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자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모두를 버렸기 때문입니다.
부모와 자식은 서로 걱정하는 존재이고 챙겨주는 존재입니다.
늙어서 점점 힘이 달린다고 해서 힘이 없는 존재는 아닙니다. 힘은 육체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강한 정신력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 힘은 같은 피가 흐르고 있는 사람에게 더욱 강해지는 법입니다. 그 정신은 위에서 아래로 흐를 때 가장 강한 힘을 나타냅니다.
사랑도 그렇습니다. 사랑은 세포의 건강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초월하는 마음에서 나옵니다. 자식이 부모를 아무리 지극 정성으로 공경해도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을 뛰어 넘을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사랑은 나를 버릴 때에만 가능하다고 합니다.
세월은 버리면서 흐른 다고 하는데 또 그 것이 순리요 자연의 섭리가 아니겠습니까?
버린다는 거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 세속의 삶이지만 七順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고 보니 그 뜻을 조금이나마 알 것도 같은데, 오늘 무엇을 얼마나 버렸는지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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