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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경의 고개

2011년 10월 01일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점촌1동 산악회

ⓒ (주)문경사랑

산이나 언덕을 넘는 비탈진 곳을 뜻하는 고개의 이름으로 치(峙), 티, 재, 목, 령(嶺) 등이 있다. 치와 티는 산등성이과 같이 비교적 낮은 곳을, 재와 령은 보다 더 높은 산의 고갯마루를 말한다.

우리 지역에 치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고개 중 블란치재가 있다. 가은읍 완장마을과 충북 청천면 관평마을을 이어주는 대야산 중턱의 고개이다. ‘불이 났다는 고개’라는 뜻의 이 고개는 원래 불란치로 불렀을 것이다.

그러나 고개를 뜻하는 재라는 말 뒤에 다시 치(峙)를 겹쳐 부른 것은 언어습관에서 비롯된 듯하다. 흔히들 역전(驛前)이라는 말이 역의 앞을 일컫는 것임에도 ‘역전앞’이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하는 것처럼 말이다. 희양산 중턱의 은티재도 이와 같은 유형이다.

그러나 치와 재를 구별하지 않고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대야산 용추바위에서 충북 청천면 삼송마을 농바위로 넘어가는 고갯길을 일컫는 밀재를 밀치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밖에 백두대간 황장산을 넘어 충북 단양과 연결되는 고갯길에 차갓재와 벌재 등이 있다.

그러나 높은 산등성이를 넘나드는 고개를 뜻하는 재의 우리지역 대표적인 고개는 하늘재(525m)이다.

신라 아달라왕이 156년에 북진을 위해 우리나라 최초로 개척한 고갯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이곳은 문헌에는 계립령(鷄立嶺)으로 기록되어 있다.

고구려의 온달과 연개소문은 이곳에서 신라와 치열하게 싸우기도 했으며, 신라의 마의태자와 그의 누이 덕주공주는 망국의 설움을 삼키며 넘기도 했다.

고려시대 홍건적의 난을 피해 문경에 온 공민왕은 주흘산 아래 혜국사에서 잠시 몸을 의탁하고 다시 몽진하며 노국공주와 함께 이곳에서 고단한 몸을 쉬어 죽령을 넘어 안동으로 갔다.

민초들은 어떠했을까. 그들 또한 오랜 전쟁과 핍박으로 팍팍한 삶에 지친 채 이 고개를 하염없이 넘었을 것이다. 사방이 높은 산과 울울(鬱鬱)한 나무로 막혀있는 막막함이 얼핏 자신들이 처한 삶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어쩌면 고개 들어 보이는 하늘만이 그나마 유일한 위안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혹여 이 고개를 ‘하늘아래 재’, ‘하늘만 보이는 재’라는 뜻의 하늘재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겠다.

하늘재를 내려와 갈평마을을 지나 왼쪽 길을 따라 올라가면 중평마을이 있다. 여기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동로면 생달마을로 넘어가는 고갯마루가 나온다. 백두대간의 하나이며 문경의 조산(祖山)이라 불리는 대미산 아래에 있는 여우목 고개이다.

동해지역에서 죽령을 넘어 조령을 지나기 전 한양을 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한다. 길게 구비진 고개의 모습이 여우의 목처럼 닮았다 하기도 하고, 이곳에 여우가 자주 나타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주변에 구한말 천주교 신자들이 박해를 피해 함께 모여 신앙생활을 한 교우촌이 있었다고 한다. 1866년 병인박해 때 서른 여 명의 신자들이 관헌에게 잡혀 순교하였는데 지금은 천주교 성지로 이름이 높다.

그런 역사의 현장이기 때문일까. 이곳에 서면 지금은 사라진 여우의 울음이 들리는 듯 아스라하다. 그것은 마치 대미산 어느 능선에서 혼자 남은 여우가 길게 목을 내밀며 화려했던 무리들의 옛 시절을 그리워하는 울음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목은 치, 재 등과 함께 고개이면서 여우나 노루 등의 목처럼 가늘고 길어 그래서 애잔하게 굽이진 고갯길을 뜻하는 이름이 아닐까.

어쩌면 우리의 고갯길은 고단한 민초들과 함께 이어온 하나의 역사이다. 그러나 그 고갯길에는 사연과 더불어 눈물로 기억되는 이름도 함께 있다. 그래서 사뭇 그리웁다. 어쩌면 우리지역에 사연 많은 고갯길이 적지 않기 때문에 옛 사람들은 눈물로 넘는 고갯 노래, ‘아리랑’을 먼저 지어 불렀는지 모르겠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문경새재 물박달나무 홍두깨 방망이로 다나간다.’로 시작되는 우리 아리랑 ‘문경새재 아리랑’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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