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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의 의(義)가 빛나는 형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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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9월 20일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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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점촌1동 산악회 | ⓒ (주)문경사랑 | “여보, 밖에 비가 내리는데 논물이 걱정되네요.”
추석을 얼마 앞두고 갑자기 큰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언제 일어났는지 안해가 정지에도 물이 고여 아궁이를 막아 놓았다고 한다.
안해의 말에 새벽녘에 잠이 깬 김서방은 봄에 도배질을 새로 한 문을 멀뚱이 바라보았다. 안해와 함께 봄볕에 말린 창호지가 빗물을 받아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젖고 있었다.
“어째요. 논물 보러 가야지요.”
안해의 채근에 튕기듯 일어났다. 그리고 헛간에 걸어둔 조롱이를 걸치고 삿갓을 썼다. 평소에는 신지 않는 나막신도 꺼냈다. 비가 와서 땅이 질 거 같아서다.
서둘러 삽과 괭이를 지게에 싣고 집을 나섰다. 삼십여호가 넘는 마을에 겨우 서너 집에서 불빛이 새어나왔다. 곧 다른 이들도 일어날 것이다.
몇 집 건너 있는 아우의 집도 기척이 없는 듯 조용했다. 김서방은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지난밤에 아우를 집으로 불러 며칠 남지 않은 추석 제사 준비를 서로 의논하였다.
단촐하게 두 형제뿐인 처지에서 함께 마련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형님, 고기하고 포는 제가 마련할께요.”
넉넉지 않은 살림이지만 아우도 자신의 뜻을 알고 언제나 따라주었다.
부모님이 형제들에게 물려준 얼마 되지 않는 논과 밭을 김서방은 자기 몫을 덜어 아우에게 다시 분재(分財)하였다. 그리고 아우는 매일 아침이면 돌아가신 부모 대하듯 형을 찾아와 안부를 묻고 무슨 일이든지 의논을 하였다.
그런 그들을 동네사람들은 의좋은 형제라고 불렀다. 김서방은 잠시 망설이다가 그대로 서둘러 다시 걸어갔다. 빨리 가서 아우의 논물도 함께 봐주리라고 다짐을 한 것이다. 동네를 벗어나자 넓은 논들이 눈에 들어왔다.
길옆의 논을 보니 물이 조금씩 고여 들고 있었다. 서둘러야 할 것 같았다. 흙에 묻어 걸리적 거리는 나막신을 벗어 맨발로 논둑길을 서걱서걱 걸어갔다.
저 멀리 냇둑 가까이에 자신의 논이 보였다. 예닐곱 마지기 쯤 되는 논을 아우와 똑같이 나누었던 것이다. 아우의 논은 다른 곳에 비해 제법 물이 들었다.
서둘러 물꼬를 내어 도랑으로 논물을 빼니 물이 콸콸 빠져나왔다. 급히 서두른 탓이었을까. 목이 말랐다. 김서방은 잠시 쉴 겸 허리를 펴고 냇둑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냇둑 한 켠이 무너져 아우의 논으로 물이 들어오고 있었다. 다른 논보다 유독 물이 많은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서둘러 뛰어가 냇둑을 막아보려고 논둑의 흙을 퍼 올렸으나 역부족이었다.
그때, 아우 내외 그리고 어린 조카들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동시에 거침없이 삽질을 하였다. 아우의 논으로 들어가는 물을 자신의 논으로 돌린 것이다. 다행히 동생보다 아래쪽에 위치해 있어 물은 쉽게 자신의 논으로 흘러 들어갔다.
아침에 비가 개어 논일을 마친 동네사람들은 멀쩡한 아우의 논과 달리 형의 논이 내(川)가 된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후, 사람들은 형이 아우를 사랑하는 마음을 기리기 위해 마을 이름을 ‘형의 논이 내(川)가 되었다’ 라는 뜻으로 ‘맏내’, ‘마내’라고 불렀다. 지금의 산양면 형천(兄川)마을이다.
며칠을 내리던 비가 멈추고 맑게 개인 추석 날 점심 무렵, 마내라고 부르는 형천 마을을 다녀왔다. 왕의산 자락 양지바른 산 밑에 아버지의 묘가 있기 때문이다. 동생 가족들과 함께 성묘를 하면서 잠시 이 마을의 유래가 떠올랐다.
어떤 인연이 이 마을 어귀에 당신을 누이게 하셨을까. 월방산 동쪽 산양 큰마을, 형제의 우애 각별한 형천마을에 우리 형제들을 이렇듯 찾게 한 것은 뜻이 있어서 일게다.
아마도 그들처럼 사이좋게 지내라는 무언의 말씀인 듯하다.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는 당신이 그립다. 동생과 함께 나란히 산을 내려왔다.
추석날 형천마을에 뜨는 보름달은 보기도 좋다. 방아 찧는 토끼 대신 환하게 함께 웃는 형제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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