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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흥차사(咸興差使)

2011년 08월 29일 [주간문경]

 

 

↑↑ 허운 이창녕
가은읍 출생
전 점촌초등학교장

ⓒ (주)문경사랑

 

우리들은 갔다가 오지 않는 사람을 가리켜 함흥차사란 말을 씁니다. 그럼 왜 그런 말이 나왔을까요? 그 말의 어원을 쫓아가 보겠습니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太祖) 이성계(李成桂)는 그의 아들 태종(太宗)이 형제들을 죽이고 스스로 왕위에 오르자 사이가 나빠져서 함흥으로 내려가 버렸습니다. 함흥에 행재소를 차리고 태종과의 어떤 소통도 거절하고 말았습니다.

왕위에 오른 태종은 형제들을 죽이고 아버지마저 함흥으로 내쫓았다는 곱지 않은 눈총을 받게 되자 직접 함흥을 찾았으나 태조의 거부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오는 일이 잦았습니다.

그러자 태종은 자주 문안 사자(使者)를 보냈는데, 태조가 죽여 버리는지라, 문안사(問安使)를 보내고 싶어도 가고자 하는 자가 없었습니다. 이때 판중추부사(判中樞府事)를 지낸 박순이 자기가 가겠노라고 스스로 나섰습니다.

박순은 사자(使者)의 수레를 타지 않고 새끼가 딸린 어미 말을 타고 갔습니다. 저 멀리 행재소(行在所)가 보이자, 박순은 말에서 내려 망아지를 길가에 매어 놓고, 어미 말만 끌고 태조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러자 어미 말과 망아지는 서로를 돌아다보면서 애처롭게 우는 것이었습니다.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태조는 박순에게 물었습니다.

“저 말이 왜 저리 슬피 우는 것이냐?”

“비록 미물이지만 모자(母子)의 정이 지극하여 그러는 모양입니다.”

태조는 박순의 대답을 듣고 가슴 한구석이 찔리는 데가 있었습니다.

‘내가 짐승만도 못하단 말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하루는 박순이 태조를 모시고 바둑을 두는데 천정에서 쥐 한 마리가 새끼를 물고 떨어졌습니다. 그 쥐를 때려잡는데, 어미 쥐는 자기가 죽게 될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끝까지 새끼를 놓지 않았습니다. 이것을 보고 있던 박순은 바둑판을 밀어 놓고 태조 앞에 엎드려 울며 간곡히 아뢰었습니다.

“한낱 미물들도 저렇거늘 전하께서는 어찌 이렇게 떨어져 지내신단 말씀입니까?”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박순의 간절한 말에 태조의 굳었던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신하들과 의논하여 내일 비답을 내릴 것이니 오늘은 이만 거처로 돌아가게”

박순은 태조의 뜻하지 않는 대답에 뛸 뜻이 기뻤습니다. 박순은 그날 밤에 마음이 설레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아침을 맞았습니다.

아침이 지나고 얼마 후 태조의 부르심을 받아 행재소에서 태조와 마주하자 태조는 “서울로 돌아가겠노라.” 태조는 마침내 약속을 하였습니다.

박순이 하직하고 서울로 돌아가는데, 태조를 모시고 있던 신하들이 유독 박순만을 살려 보내는 데 반발하여 그를 죽여야 한다고 완강히 청하는 것이었습니다.

태조는 신하들의 강력한 요청에 할 수없이 명을 내렸습니다.
“그럼 만약 그가 용흥강을 이미 건넜으면 그냥 돌아오고, 건너지 못했으면 베어버려라.”

태조는 나름대로 시간을 계산해 보았는데 그 시간이면 박순이 강을 건넜을 것으로 판단하여 마지못해 그런 명을 내렸던 것입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박순은 막 배에 오르려는 찰나 허리에 칼을 맞고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태조는 통곡하며 부르짖었습니다.

“박순은 좋은 친구였는데 내가 그를 죽였구나! 그와의 약속을 결코 저버리지 않으리라”

태조는 박순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환궁을 반대하는 신하들을 뿌리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던 것입니다.

함흥으로 한번 가면 돌아올 수 없는 문안사의 죽음 때문에 함흥차사란 말이 생겨난 것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흠이 있는 사람도 군왕의 눈에 들면 신하가 되고, 나라에 헌신하는 충신도 죽어야 하는 역사의 아이러니가 또한 우리의 역사입니다.

충신……. 그 이름 너무나 빛나는데도 무참히 죽어가게도 되는 역사 그러기에 역사의 교훈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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