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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재의 아침 3 - 제1관문 앞 감나무 동사(凍死)에 부쳐 -

2011년 08월 29일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점촌1동 산악회

ⓒ (주)문경사랑

지난 주 주간문경의 지역소식을 읽던 중 눈에 띄는 기사가 있었다.

‘문경새재 제1관문 100년 수령 감나무 동사(凍死) 확인’

문경새재 관리사무소 관계자에 따르면, 올 봄 감나무가 싹을 틔우지 않아 여름까지 기다렸으나 아무런 기미를 보이지 않자 동사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오래전이었다. 늦가을 휴일 오후, 친구들과 시내버스를 타고 문경새재를 갔다. 조령과 주흘의 산색(山色)이 붉고 노란 단풍으로 물들며 하늘은 더 없이 맑았다. 그러나 찾는 이 드문 관문의 휴일 오후는 스산함이 묻어났다. 하릴없이 제1관문 성곽 주변을 서성이며 세월의 흔적을 더듬었다. 그때였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감탄을 하는 것이었다.

“야, 홍시다!”
돌아보니, 빨간 점들이 푸른 하늘을 찍어 놓았다. 키 큰 감나무 가지에 홍시들이 주렁주렁 달렸던 것이다.

사실 평소에는 다른 왕벚나무들과 달리 혼자 떨어져 있는 이 감나무에 별반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스스로 해마다 잎 틔워 홍시를 열어 가을 하늘을 붉게 수놓은 애씀이 고마웠다.

바람도 얼어 쨍쨍한 어느 해 겨울, 추위에 언 듯한 홍시가 그대로 달려 있는 모습을 보고 한 번 더 감탄을 했다. 어쩌면 자연이 만든 설치미술 작품처럼 보였다. 그래서 언젠가 부터 새재를 찾게 되면 먼저 감나무의 안부를 확인하곤 했다.

십여 년 전, 잔디밭 가에 수십 그루의 왕벚나무들이 새재의 명물이 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이곳을 드라마촬영장으로 사용한다는 이유로 모두 베어버렸다. 그때부터 제1관문 앞의 유일하게 남은 이 나무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랬다. 20여미터 높이의 감나무는 이곳의 이정표이면서 랜드마크, 이른 바 상징목이었던 것이다.

살펴보면, 감나무가 동사하게 된 것이 어쩔 수 없는 불가피한 자연의 이치에 지나지 않았을까. 수령이 100여년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길가에 있고, 더구나 추위에 약한 감나무의 특성이라면 한 겨울 동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은 어느 정도 할 수 있지 않은지.

도심의 가로수도 해충방지와 보온 등 겨울을 나기 위해 볏짚을 감싸주는 노력을 한다는데, 우리들과 수십여 년을 함께 한, 또 함께 할 이 감나무에 대해서는 어떤 보살핌을 주었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만연한 일상의 무관심이 새재의 앞뜰을 더욱 휑하게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얼마 전, 대법원장 내정자로 지명된 어느 전(前) 대법관이 미국의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다녀왔다고 하여 화제가 되었다. 그가 중도에 그만 둔 존 뮤어 트레일(Trail)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미국정부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이 트레일의 입장객을 연간 500~600명으로 제한하는 등 한 그루의 나무, 풀 한 포기에 대해서도 함부로 하지 않는다. 이러한 노력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세계적 관광명소로 이름이 높다.

자연에 대한 철저한 보존과 관리는 그곳의 가치를 더 높여 사람들의 발길을 잇게 한다. 우리 지역은 백두대간의 중심에 자리하는 전국적인 산악명소이다. 그 중심에 문경새재가 있다.

새재의 앞뜰과 주흘산은 지금 시끄럽다. 지역발전과 지역상권 및 환경보호의 명분을 내세워 서로의 주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재를 사랑하는 마음, 이곳에서 우리들을 반겨주는 나무와 숲, 맑은 계곡과 바위 그리고 이곳을 찾는 우리 모두의 선량한 마음을 우선하는 혜안으로 이를 바라보면 어떨까. 우리는 오랫동안 ‘새재의 아침’이라는 청정 문경의 이미지를 가꾸어 오기 위하여 노력해 왔다. 그래서 이곳에서 얻는 혜택은 상당하다.

우리가 지금 서로 지혜를 모은다면, ‘새재의 아침’을 위한 우리의 노력에 감사하고 있듯이 언젠가 우리의 후손들도 우리에게 감사할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에 앞서 이제 제1관문 잔디밭 앞 감나무는 볼 수가 없다. 지난겨울, 새재 천지를 뒤덮은 하얀 눈 속에서도 언제나처럼 혼자 하늘 높이 손을 들고 서 있던 처연한 그러나 꿋꿋한 네 모습을.

미안하다. 그때 네가 그렇게 아파하고 있을 줄 정말 몰랐다. 정말 미안하다.


(법률자원상담 010-952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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