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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꿈, 도천사지 삼층석탑

2011년 07월 09일 [주간문경]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점촌1동 산악회

ⓒ (주)문경사랑

얼마 전의 일이었다.
산북면 웅창마을에 있는 주암정 앞에서 그 경관에 감탄하고 있을 즈음, 옆에서 안내를 하시던 할아버지로부터 ‘도천사’라는 절이 이곳 뒷산에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곳에 있던 석탑들을 김천 직지사에서 가져갔다고 하였다.

얼핏 어디에서 들은 적이 있었으나, 그 또한 여러 폐사지에 얽힌 이야기쯤으로 생각하고 넘어갔었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난 뒤부터 도천사라는 이름이 쉽게 잊혀 지지 않았다.

직지사는 우리나라 조계종의 대표적인 사찰인데 그곳에 옮겨질 석탑이라면 규모와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으리라. 그런 석탑이 우리 지역에 있었다는 자부심과 이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안타까움이 가슴에 머무는 것이었다.

그래서 주암정을 지키는 채훈식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하였다. 도천사 옛터와 그 탑에 얽힌 이야기들을 더 들어 보고 싶었다.
웅창마을 좁은 길을 따라 용연서원 유허비를 지나 잠시 경사로를 올라갔다. 금천(錦川)이 시원스레 펼쳐졌다. 그리고 왼편 산 밑으로 묵혀놓은 밭이 보였다.

“옛날에 이 밭에 탑 3개가 나란히 서있어요. 하나는 1층까지 남아있었고 두 개는 기단만 남아 있었는데 어릴 때 그 무너진 탑 위에 올라가 놀기도 했었지요.”

그랬다. 이곳에 통일신라시대 9세기 말에 세운 것으로 추정되는 삼층석탑 3기가 나란히 서 있었다. 도천사라는 이름의 사찰에 높이 8미터에 이르는 삼층 석탑 3기가 나란히 비단같이 맑고 고운 내, 금천을 천 여 년 동안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듯 한 사찰에 3기의 석탑이 나란히 조성된 예는 충남 보령의 성주사지가 더 있다고 한다.

‘경북 문경시 산북면에서 통일신라시대 거탑 3기가 나란히 서있는 전례 없는 축탑양식이 발견되어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석탑들은 모두 무너져 있었으나 그 부재가 그대로 남아있어 복원하면 높이가 8미터나 될 것이라고 한다. 국보급으로 지정될 것으로...’

1970. 1. 13. 한국일보에 보도된 내용이다. 단국대학교조사단에 의하여 발견된 이곳 삼층석탑이 처음으로 전국에 알려진 것이다. 또 다른 자료에 의하면, 이 석탑들은 한 차례 시련을 겪은 적이 있다고 전한다. 1916년 1월 경 누군가 서울에서 호텔을 경영하는 일본인에게 석탑들을 팔려고 하였다. 그러나 조선총독부는, ‘계약을 해약하게 하고 제 자리에 복원토록 한 후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없도록 조치하였다’ 라는 것이다.

그러나, 어렵게 제 자리를 다시 찾았던 이 탑은 1974년, 일 천 여년을 지켜온 고향 땅을 떠났다. 큰 절이었음에도 제대로 갖춘 석탑이 없었던 직지사에서 이곳의 석탑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지역민들의 무관심까지 더하여 이역의 하늘 아래, 직지사 대웅전에 석탑 2기가, 비로전 앞마당에 나머지 1기가 옮겨졌다. 그리고 1976년 보물로 지정하였다.

혹자는 말한다. 방치되다시피 한 석탑을 직지사에 옮겨 보물까지 지정받도록 하였으니 더 잘 된 것은 아닌가 라고. 그러나, 문화재는 제자리에서 보존되고 관리되는 것이 원칙이다. 1975년 직지사에서는 상주시 상오리에 있는 고려시대 비천사 칠층석탑을 가져가려고 하였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한 적이 있다. 이에 상주시에서는 그 가치를 알고 이를 복원하여 보물로 지정받아 관리하고 있다. 폐사지의 탑은 그곳에 있을 때 가치가 더한 것이다.

꿈꾸는 사람은 아름답다. 아니 꿈을 꾸고 있는 석탑은 아름답다. 생각해보라. 새들이 오가는 금천 맑은 물을 바라보며 나란히 삼층석탑 3기가 꿈꾸듯 서 있는 모습을. 그들이 꾸었을 꿈은 이 땅의 영원한 불국토이였으리라.

그러나 그 천년의 꿈은 아직 미완이다. 직지사의 대웅전과 비로전 앞에서 지금 석탑들은 무엇을 꿈꾸고 있을까. 아마, 천년을 지켜왔던 고향의 푸른 언덕과 새들이 오가는 맑은 금천으로의 회귀가 아닐까.

금천 푸른 습지에 앉았던 백로가 창공을 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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