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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30일 [주간문경]

 

정창식

아름다운 선물101
점촌1동산악회
대구지검 상주지청


ⓒ (주)문경사랑

11월을 시작하는 늦가을 토요일, 점촌1동산악회원들과 대야산을 찾아갔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대야산을 마주하는 둔덕산의 자락인 마귀할멈통시바위와 손자마귀통시바위를 연결하는 구간산행을 한 것이다.

얼마 전만 해도 오색단풍으로 뒤덮였던 용추계곡과 월영대에는 처연히 물기 빠진 낙엽이 여기저기 쌓여있고, 색 바랜 낙엽이 물웅덩이에 막혀 제 자리를 맴 돌고 있다.

월영대에서 밀재까지는 경사가 완만하지만 적지 않은 시간 탓이었는지 밀재에 이르러 모두들 한 숨을 몰아쉰다.

이곳은 백두대간인 대야산과 둔덕산 마귀할멈통시바위를 연결하면서, 충북 괴산군 삼송면과 문경시 가은읍 완장리를 이어주는 치, 고개로 밀치라고도 한다.

여기에서부터는 경사가 높아지면서 몇 개의 봉우리를 더 넘어야 한다.

힘겹게 올라간 고갯마루에서 뒤돌아보니 대슬랩을 안은 중대봉과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대야산의 갈색 암봉들이 눈에 들어온다.

산들은 겨울채비를 하듯 한 여름 무성했던 옷들과 얼마 전까지 한껏 치장했던 가을 옷을 벗어버릴 태세이다.

그래서일까, 암갈색 바위와 소나무의 멋진 조화를 감상하면서도 스산함이 느껴진다.

마귀할멈 통시바위 앞에 ‘문바위’가 있다. 마치 큰 대문처럼, 깎아지른 절애가 마주 서 있는 이 문바위 사이로 조항산과 청화산의 자락들이 너울처럼 펼쳐져 있다.

모두들 문바위를 보고 경탄하는 사이 잠시 고개를 돌아보니 때 아닌 참꽃이 망울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곧 다가올 찬 바람과 서리, 12월의 눈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세상에 나왔는지 걱정이 앞선다.

‘마귀할멈통시바위’는 이름만큼이나 마귀할멈스럽지가 않아보였다. 어떤 연유에서 마귀할멈에, 더구나 통시라는 말까지 덧붙였는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친숙한 이름에 그저 고개만 끄덕이며 지나갔다.

지나온 바위와 지나갈 암릉, 그리고 넓게 펼쳐진 산들의 마루금을 바라보면서 겨울과 가을 사이에 퇴색한 단풍의 물결을 본다.

곧 이 단풍도 모두 벗겨져 나무들은 흰 가지만 드러내리라. 항복의 깃발도 휘날리지 못한 채 두 손들고 내년 봄까지 그냥 그대로 서 있으리라. 눈이 오면 눈을 맞고, 바람불면 흔들려주고 그렇게 서 있을 것이다.

지금 모든 나무들은 내려놓기 준비를 하고 있다. 어디, 나무뿐이랴. 처음 올라올 때 보았던 용추의 검푸르던 계곡도, 월영대의 잿빛 바위도 그 무더웠던 한 여름의 번잡함을 뒤로하고 조용히 내려놓기를 하고 있다.

그런 ‘내려놓기’로 인하여, 계곡은 다음 해 봄 ‘졸졸졸’ 소리를 내고 한여름에 ‘콸콸’ 계곡을 흔들 듯 물을 쏟아 내며, 곧 온 몸을 드러낼 나무들은 다음 해 봄 연두빛 속옷에 경탄하고, 여름 무성한 옷에도 무거워하지 않고, 가을 고운 단장에 한껏 뽐낼 수 있는 것이다.

잠시 나를 돌아본다. 한 해 동안 긴장 속에 살아오면서, 버릴 것을 버리지 못하고 채우려고만 해 다가올 인생의 봄날을 힘겨워 하고 있지는 않은가.

봄이 경외롭고 생경한 것은 겨울동안 내려놓기를 한 때문이듯 지금 내 속 뜰을 살펴 버릴 것을 버려 조용히 내려놓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이 나무들처럼. 산까마귀 한 마리가 눈 아래 날고 있다.

편집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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