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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필라움

2026년 04월 07일 [주간문경]

 

 

↑↑ 정창식
갤러리 문경공간-아름다운선물101 대표
법무사

ⓒ 주간문경

 

인터넷으로 주문했던 자목련과 보리수 묘목이 도착했다. 언제부터였다. 동네 골목에 봄이면 자목련 꽃이 피어났다. 하얀 목련이 그 장한 꽃잎을 툭 떨어뜨려 허전해질 때쯤이면, 그때 자목련 꽃이 피어난다. 자목련은 화려하면서 사치스럽지 않고 검박한 고아함이 느껴지는 꽃이다. 그와 달리 보리수나무는 꽃보다 있는 듯 없는 듯한 붉은 열매를 가까이 두고 싶었다.

토요일 문경읍으로 향했다. 늦은 오후임에도 읍내는 서둘러 봄을 마중 나온 사람들로 활기가 남아 있었다. 종합온천지구 쪽으로 갔다. 거리에는 하나둘 불이 켜지고 있었다. 어느 건물 입구에 낯선 사람들이 보였다. 유럽풍의 건물 입구에 ‘슈필라움’이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문경의 음악예술공간인 슈필라움(SPIELRAUM)은 지금 113회째 공연을 맞이하였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라는 부제의 앙상블 ‘크루즈’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오늘 공연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특히 지방에서는 찾기 힘든 클래식 음악감상실 슈필라움의 주인 신기철 관장이다. 2015년도에 건립된 슈필라움은 무대와 관람장 그리고 대기실, 녹음실, 스크린 등의 전문 시설을 갖춘 210㎡ 규모의 클래식 음악예술공간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

신기철 관장은 대학에서 지질학을 가르치면서 클래식 음악에 오랫동안 심취해 왔다고 한다. 그때 모은 LP 음반들은 지금도 슈필라움의 한 공간에서 여전히 그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우리 문경에 정주한 외지인이다. 그런데, 막대한 사재를 들여 음악감상실을 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문경은 여기 사람들이 모르는 매력이 있는 곳입니다.”

그의 말에서 어느 정도 문경을 선택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문경은 지리적으로 주변 큰 도시들과 가까운 곳에 있다고 했다. 대구와 서울 등 2시간 내외의 교통은 5도 2촌을 원하는 도시민들에게 상당한 강점이 된다고 했다. 그리고 자연경관과 역사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분석을 했다.

지역 문화 콘텐츠 개발 및 활성화를 위한 여지가 충분하다는 인식이었다. 그 외에 또 다른 요인을 찾으려다가 그가 말한 ‘매력’이라는 말에서 여지를 남겨두기로 했다. 실제 우리 문경에 귀촌한 외지인, 특히 사회적 지명도가 높은 이들의 정착사례가 적지 않음은 잘 알려져 있다.

공연은 바이올린과 피아노, 첼로가 빚어내는 비발디의 사계 중 ‘봄’에서 시작되었다. 해외에서 음악을 전문적으로 배운 연주자들의 공연은 겨우내 얼은 얼음을 녹이는 봄바람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가곡 ‘목련화’에 이어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등과 같은 클래식 곡들은 4월을 맞이하는 휴일 저녁의 음악감상에 적절했다. 공연 후, 관객들은 큰 박수로 호응하고 연주자들은 앵콜곡으로 화답했다.

문득, 주위를 들러보았다. 낯선 얼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낯익은 이들도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음악을 감상한 이들이 보여주는 행복한 표정으로 가득했다. 어쩌면, 신기철 관장은 문화의 볼모지인 이 작은 소읍(小邑)에 문화의 꽃나무를 미리 심어 놓은 것이다. 그리고 봄이 오는 길목 즈음에 그 꽃들은 우리들의 마음에 이처럼 활짝 피어나고 있음이다.

봄비가 내렸다. 실내에 있던 화분들을 서둘러 밖으로 내어놓았다. 그리고, 도착한 자목련과 보리수 묘목을 휴일에는 옮겨 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몇 년 후에는 기대하는 꽃을 분명히 피워 낼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주간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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