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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손통

2025년 12월 19일 [주간문경]

 

 

↑↑ 정창식
문경문화원 부원장
갤러리 문경공간-아름다운선물101 대표
법무사

ⓒ 주간문경

 

사기(史記)는 사마천이 지은 역사서이다. 태사(太史)는 관직의 이름으로 천문, 지리, 역사를 관장하는 직위를 일컫는다. 사기의 마지막 부분에 책의 머릿글에 해당하는 태사공자서(太史公自序)가 쓰여있다.

태사공은 사마천의 관직에 대한 존칭이다. 여기에서 사마천은 사기를 쓰게 된 과정과 구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였다. 그 가운데 열전은 70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마천은 공자가 춘추(春秋)를 지은 연유를 거론하며 사기(史記)의 의미도 그와 같음을 강조했다.

열전에는 상고 시대부터 한 무제 때까지 수백 여 명의 역사적 인물들의 부침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최근 열전을 보며 한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숙손통’이라는 사람이다. 한 고조 대(代)의 인물이다. 사실, 이 시대의 인물의 군상은 다양하여 후세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한신과 장량 그리고 소하이다. 특히 한신은 큰 공을 세웠지만 천하가 평정된 뒤에 다른 이들과 대별되는 삶을 맞는다. 그는 자신이 가진 권력과 세력에 의지하면서 의심을 받아 결국 죽임을 당한다.

사마천은 태사공자서에서 한신을 이렇게 평가했다.

“덕을 쌓고 착한 일로 처세한 것이 아니라 한순간의 권모술수와 임기응변으로 벼슬을 얻고 간사함으로 공을 이루었다.”

한신은 공을 인정받아 왕이 되었으나 지나치게 강해지고 커졌다는 의심을 받으면서 불우한 결말을 맞이하는데, 혹자는 이를 토사구팽(兎死狗烹)에 빗대고 있다. 그러나, 장량은 달랐다. 장량은 나라가 안정된 뒤 자신의 역할이 더 이상 없음을 알고 권력에서 물러나고자 했다. 그러한 자세 덕분에 스스로를 지킬 수 있었다. 한 고조와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던 소하도 그랬다. 물러섬을 알고 자신을 낮추어 남은 삶을 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살펴보면, 권력의 정점에 있을 때 자신의 마음가짐과 주변과의 관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운명은 크게 달라짐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열전에 등장하는 인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바로 이것이다.

그럼, 숙손통은 어떤 인물인가. 그는 한나라 고조의 명으로 의례와 예법을 세워 한나라 유학의 종정이 된 인물이다. 한나라 5년이었다. 천하를 손에 넣은 고조는 숙손통에게 나라의 의례를 정할 것을 명했다.

그때 숙손통은 의례를 만들기 위해 유생 30여명을 불러오게 하였는데, 그때 유생 두 명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당신은 열 명의 군주를 섬겼는데, 그들 앞에서 아첨하여 가까워지고 존귀해졌소. 당신이 하려는 일은 옛것에 어긋나므로 우리는 가지 않겠소.”

사실, 숙손통은 한의 고조에게 항복하기 전에, 여러 왕에게 굴복하고 따르기를 반복했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한의 고조에게 항복한 이후에는 여러 차례 어려움이 있었으나 끝까지 그를 따랐다.

사마천은 숙손통을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세상에서 쓰이기를 바라고, 당시 무엇이 중요한 일인지를 생각하였으며, 나아가고 물러남에 있어 시대의 변화와 함께하여 마침내 유학의 종정이 되었다.”

우리는 곧은 것을 강직함이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비난한다. 그러나 길은 본래 꾸불꾸불하기 마련이다. 때로는 굽은 길을 가야 함은 세상의 이치일 수 있다. 어쩌면 숙손통처럼, 자신의 쓰임을 위해 나아가고 물러남에 있어 시대의 변화에 함께 할 수 있음도 지혜로운 삶이 아닐지 모른다.

서산에 해는 지고 새날은 밝아온다. 열전에서, 먼저 간 이들의 길 하나를 들여다본다.

주간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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