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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리사의(見利思義)․견리망의(見利忘義)

2023년 12월 29일 [주간문경]

 

 

↑↑ 김정호
신한대학교 행정학과 명예교수
정부 업무(부처) 평가위원

ⓒ (주)문경사랑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해, 수감 된 뒤 1910년 3월 26일 사망 전까지 뤼순 감옥에서 지내며 친필로 적은 유묵 중 하나가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 見危授命)이다. 이는 안 의사가 사망하기 직전 쓴 것으로 유묵 왼쪽 아래에는 ‘대한국인 안중근서’라고 서명과 약지가 잘린 손바닥 지장이 찍혀 있다.

‘이로움을 보거던 의로움을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거던 목숨을 바쳐라’는 뜻으로 안중근 의사의 곧은 신념을 대변하는 글귀로, 동아대 박물관이 1959년 11월부터 소장하고 있는 이 유묵은 가로 32.5cm, 세로 134cm 크기의 화선지에 쓰여 있고, 안중근 의사 유묵 26점이 보물 569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6번째인 569-6호이다.

이글은 ‘논어’의 헌문편에 나오는 한 구절로 제자인 자로가 공자에게 ‘완성된 사람(成人)’을 질문했을 때 공자는 완성된 사람을 정의하기 위해 다양한 인물을 예로 들었는데 노나라의 장무중의 지혜, 맹공작의 탐욕 없음, 변장자의 용기, 염구의 재예(才藝)를 가지고, 이러한 덕목으로 자신을 장식하면 완성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하며, ‘이로움을 보면 대의를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면 목숨을 바칠 용기가 있으며, 오랜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완성된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견리사의 견위수명을 설명했습니다.

조상들이 귀중히 여겼던 선비정신, ‘선비’란 어질고 지식 있는 사람을 뜻한다. 선비는 사대부(士大夫) 신분에 속하면 누구에게나 붙여 주는 것이 아니라, 학식과 덕망을 갖춘 인물에서 존경의 뜻을 담아 부르는 호칭이었다.

선비는 어떠한 위협에도 비굴하게 굽히거나 타협하는 태도를 거부하고, 임금의 위엄에도 굴하지 않는 바른 도리를 간언하고 임금의 잘못을 상소하다가 투옥 유배되고, 사약을 받아도 두려워하지 않고, 의리와 지조를 중시하는 굽히지 않는 절개를 선비정신이라 하였다. 선비는 한결같이 인간으로서 떳떳한 도리인 의리를 지키고, 그 신념을 흔들림 없이 간직하여 나갔다.

그런데 이 견리사의에 반대되는 말이 견리망의(見利忘義)다.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는 뜻으로 교수신문이 선정한 ‘2023 올해의 사자성어’다. 고위 공직자가 개인 투자이익을 위해 직무를 망각하고, 정치인이 영달을 위해 상대편 심지어는 같은 당 사람도 험하게 헐뜯는 오직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 도덕과 윤리가 무너진 현 상황을 잘 지적하였다고 교수들은 선정 이유를 들고 있다.

나라를 생각하는 의로움보다 눈앞에 있는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아수라가 따로 없는 한 해였다. 부동산․금융투기부터 명품 상납까지 권력을 이용한 사적 추구는 도를 넘었다. 견리사의를 추구하던 가치관이 견리망의를 추구하는 세상이 되었다.

견리망의가 심각한 이유는 법의 경계까지 넘어서기 때문이다. 국회와 사법부 등의 당리 당략에 치우친 입법 활동과 국익과 정의를 외면한 편파적이고 사리사욕에 입각한 판결은 구속영장 실질 심사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판사에 따라 각기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것을 체감한 한해였다.

젊은 시절 밥 딜런(Bob Dylan)이 부른 원곡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를 번안해 1974년 양병집이란 가수가 부른 역(逆)이란 노래가 있었다. 이 노래는 후에 김광석이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라는 제목으로 더 유명해졌지만, 가사의 내용이 이러했다.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네 바퀴로 가는 자전거/ 물속으로 나는 비행기 하늘로 나는 돛단배/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위로 오늘도 에드벌룬 떠 있건만/ 포수에게 잡혀 온 잉어만이 한숨을 내쉰다/ 중략 / 가방없이 학교 가는 아이 비 오는 날 신문 파는 애/ 태공에게 잡혀 온 참새만이 긴숨을 내쉰다/ 중략 / 한여름에 털 장갑 장수 한겨울에 수영복 장수/ 중략 / 독사에게 잡혀 온 땅꾼만이 긴 혀를 내민다.’

실은 견리망의를 추구하는 현실을 보며 나 역시 그 길로 가고 싶었던 유혹을 받았던 올 한 해를 참회한다. 새해 갑진년에는 나부터 견리사의를 추구하자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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