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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고(東皐) 김정수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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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27일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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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법무사 정창식사무소 대표 | ⓒ (주)문경사랑 | | 동고(東皐)라는 호(號)를 쓰는 우리 지역 서예가가 있다. 김정수 작가이다. 그가 칠순맞이 서예전각전(展)을 연다는 소식을 들었다. 첫날 개막전에 찾아갔다. 전시장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로 붐볐다. 오롯이 지역에서 성장하고 활동해온 작가였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작품들을 둘러보았다.
“운강선생이 남기신 글들을 써보았어요. 언젠가 우리가 해야 할 일인 듯 해서요.”
구한말 의병을 일으킨 의병장 이강년 선생은 유학자였다. 그래서 선생이 의병을 모으기 위해 쓴 격문인 ‘격고각도열읍문(檄告各道列邑文)’은 백척간두 누란의 위기에 처한 백성들의 의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작가가 쓴 격문 전문이 대형 작품으로 전시장 전면에 배치되었다. 그 외에 운강의 시 두 편이 걸려 있었다. 그러나, 가장 주목할 작품은 선생이 일군(日軍)에 체포되고 지은 시다.
“탄환이 무정해 복사뼈 다쳐서 나아가지 못하네, 가슴이나 뱃속을 맞추었다면 욕됨이나 없을 것을.”
그는 이 시를 양손에 붓을 잡아 마주 보듯 글씨를 썼다. 그리고 가운데 여백에 붉은 먹으로 한글로 휘날리듯 풀어썼다. 작가는 이 시를 관람객들에게 퍼포먼스로 직접 보여주었다. 그리고 많은 박수를 받았다.
경계 위에 있는 서예가만이 할 수 있는 일종의 행위예술이었다. 그는 운강선생이 남긴 글을 소재로 지역작가들과 함께 의병장 이강년을 기리는 전시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때를 위해 준비하였으나 여의치않아 지금 칠순 기념전에 소개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가 쓴 글씨 중에 눈에 띄는 글귀가 보였다. 고시(古詩)였다.
“세우습의간불견(細雨濕衣看不見) 한화락지청무성(閑華落地廳無聲)”
풀이하면 이렇다. “가랑비 옷을 적시는데 보아도 보이지 않고 한가히 땅에 떨어지는 꽃 들어도 소리없네.”
분명 비 오고 꽃 떨어지지만, 우리들은 비 오는 소리 꽃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그럼에도 가랑비에 옷 젖고 한가히 꽃이 땅에 떨어지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어쩌면, 칠순을 맞이한 작가의 평생 작업이 그러한 것이다. 그가 우리 곁에 있었지만 우리는 그의 귀함을, 그가 이룩한 서예의 세계를 온전히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오롯이 한 길을 걸어오면서 저렇듯 양손으로 글씨를 써내려가는 서예의 도를 이루어 냈다. 그리고 의병장 이강년을 기리는 올곧은 신념과 정신으로 우리의 내면을 다시 일깨우고 있음이다.
그는 서예와 함께 전각과 서각의 도(道)도 같이 이루었다. 그래서 전시의 이름이 서예전각전이다. 그는 반야심경 270자를 새겨 금(金)으로 박았다. 붉은 판과 해남석에 새겨진 반야심경 270자는 자유자재한 그의 붓놀림으로 마치 색(色)이 공(空)이고 공(空)이 색(色)인 듯 했다. 그런데, 전시된 서각 작품의 소재가 대부분 반야심경이었다. 그에게 왜 반야심경을 즐겨 쓰는지를 물었다.
“반야심경은 불교의 핵심이고 우리에게 종교를 넘어선 그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은 그의 관점과 정서에 따른 것이다. 그래서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될 뿐이다.
전시를 마친 뒤 가족과 친지들을 위해 마련된 저녁식사 자리에 갔다. 그곳에서 오랜만에 모락 권정찬 선생 그리고 작가와 함께 지역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 다른 테이블의 어떤 이가 일어서서 작가에게 인사를 했다.
“오늘 전시작품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좋은 작품을 볼 수 있도록 해 준 선생님에게 큰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그랬다. 고희(古稀)를 맞이한 지역의 작가에게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감사의 표현이 이뿐이다. 꽃이 떨어져도 소리 없지만 꽃은 떨어지고, 가랑비 옷 적시는 줄 모르지만 비 오듯이 어느결에 그는 우리 곁에서 서예의 꽃을 활짝 피우고 있었다. 작가의 고희전(古稀展)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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