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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류화개장(水流花開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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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3월 10일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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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법무사 | ⓒ (주)문경사랑 | | “이름 좀 지어주세요.”
문득, 전에 근무하던 직장에서 독신자 숙소의 이름을 지었던 일이 떠올랐다. 함께 근무하던 직원의 부탁을 받고 지어준 이름이 상청재(尙淸齋)였다.
‘본받다, 숭상하다.’ 라는 상(尙)과 ‘사심이 없다, 맑다.’ 라는 청(淸) 자(字)를 붙여서 지은 이름이었다. 이는,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면서 자칫 경계를 벗어나려는 스스로에게, 탐욕 없는 맑음을 숭상하는 집에서 청빈을 지향하는 그래서 언제나 자신을 경책하고자 하는 의미가 될 수 있을 듯했다. 사실은 상주지청의 줄임말이기도 하였다.
오래 전에 집의 분위기를 새롭게 바꾸고 싶어서 내부공사를 하였었다. 천연 한지로 도배를 하고 장판도 나뭇결무늬로 바꾸는 작업이었다. 거실의 벽지를 황토색으로 꾸미고 한쪽 벽면은 나무 서재를 만들었다. 그랬더니 집이 온화하면서 친근하게 다가왔다. 그때, 벽에 우리 지역의 대표적인 서예가인 경암 김호식 선생이 쓴「덕승재(德勝才) 위군자(爲君子) 재승덕(才勝德) 위소인(爲少人)」라는 표구를 걸었다.
그 무렵 텔레비전에서, 미국의 유명 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는 아들의 졸업식 축사를 하는 재미교포 어머니의 모습을 보았었다.
그녀는 “동양의 고전에 재주보다 덕있는 사람이 되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 말을 항상 들려주었습니다”라고 강조하였다.
그때에 그 말의 원전(原典)을 찾아 표구를 해두었던 것이다. 문득, 집의 이름, 당호(堂號)를 생각하면서 첫 글자인 ‘덕승재(德勝才)’를 떠올렸다. 그리고 마침, 덕승재의 재(才) 자(字)가 집 이름으로 쓰이는 재(齋)와 음(音)이 같은 것을 알고 덕이 많은 집, 덕이 승(勝)하다는 의미의 덕승재(德勝齋)로 하면 괜찮을 것 같았다.
집의 구성원인 가족이 머무는 공간을 평소 그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이상이나 정신을 표현하고 이를 되새길 수 있다면 무엇보다 좋을 듯하였다.
그리고 또 하나 지은 것이 책장(冊欌)의 이름이었다. 이 또한 전 근무지에서의 일이었다.
“이름 하나 지어주세요.”
총무계에 근무하던 후배 직원의 부탁이었다. 지청장이 부속실 옆 소회의실에 작은 책장을 만들려고 하는데, 그 이름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간곡한 부탁에 잠시 생각하며 떠오른 것이 ‘수류화개(水流花開)’였다. 법정스님의 ‘텅빈 충만’이라는 책에서 읽은 기억이 있었다. 누가 어디에 있건 그 자리에서 물 흐르고 꽃이 필 수 있도록 해야 바른 삶이 될 수 있다는 스님의 경책이었다.
그랬다. 우리가 어디에 있건 책을 즐겨 읽는다면, 그 책은 마치 물이 흐르고 꽃이 피는 자연과 같이 살아있는 활자(活字)가 되어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수류화개’ 글 뒤에 책장을 뜻하는 장(欌) 자(字)를 붙였다. 그리고 수류화개장(水流花開欌)이라고 가만히 소리 내어 보았다. 그랬더니 책장에 꽃이 피고 물이 흘러 마치 잠자고 있던 책 속의 글자들이 톡 톡, 물기를 머금어 향기를 내며 튀어나오는 듯했다.
지금 머무는 공간을 둘러보았다. 책장들이 보였다. 아마 그때 지었던 ‘수류화개장’은 오랜 시간이 지나 이제는 불러주는 사람도 그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곳에 있는 저 책장들에게 그 이름을 붙여도 좋을 듯하다.
그래, 다시 ‘수류화개장(水流花開欌)’이라고 불러주자. 그러면 다시 책장에 물 흐르고 꽃 피어 책 속의 글자들이 톡 톡, 물기를 머금어 향기를 내며 튀어나올 것이다. 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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