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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소고(小考)

2023년 01월 20일 [주간문경]

 

 

↑↑ 이종필
필 상담심리센터 카운슬러 센터장

ⓒ (주)문경사랑

 

며칠 있으면 설날이다. 반겨줄 부모님 안 계신 명절은 나이가 들어도 적응하기가 어렵다. 지난해 장모님까지 돌아가셔서 그런지 그런 마음이 더하다.

엄마는 메밀묵을 참 잘 쑤셨다. 큰 가마솥에 장작불을 지피고 한참을 휘휘 저어 메밀묵을 하시면 잡티 하나 없이 정말 깨끗했다.

세배 올 손님들을 위한 깨강정, 콩강정도 하시고 하얀 밥알이 동동 뜨는 감주도 담그셨다. 꼬신내가 진동하는 노오란 배추전을 솥뚜껑 뒤집어 놓고 척척 부치시고 자식들 좋아하는 잡채도 해서 버스가 도착할 시간이면 대문 밖에 나와 서 계셨다.

떨어져 지내던 식구들이 하나 둘 모이면 조용하던 시골집은 시끌시끌해지고 봉당에는 벗어놓은 신발들이 수북했다. 그 중에서도 서울에서 대학 나오고 학사장교로 제대한 작은형은 부모님의 자랑이셨다.

나보다 키도 크고 인물도 훤칠해서 자랄 때부터 부모님 사랑을 많이 받았다. 저녁밥을 먹고 나면 아버지는 작은형을 데리고 동네를 그냥 한 바퀴 휘익 둘러보고 들어오시곤 하셨다. 둘째 아들 내려왔다고 동네 사람들에게 자랑하시는 거였다.

당시 난 문경군청에 근무하고 있었고 큰형은 대구에 살고 계셨다. 가까이서 살다보니 모든 집안의 자질구레한 일은 우리 내외가 도맡아 하는데도 명절 때만 잠깐 다녀가는 작은형 내외가 부모님한테는 제일 귀한 자식으로 대접받는 게 은근히 스트레스였다.

더구나 명절 때 작은형수가 이 핑계 저 핑계로 잘 내려오지 않는 게 또 문제였다. 고등학교 교사였는데 용돈만 보내고 내려오지 않는 게 꼴밉기까지 했다. 잠자리에 들며 아내가 힘든 일은 자기가 다 했다고 원망스럽게 툴툴거리면 중간에서 입장이 참 난처해지곤 했었다.

그러다보니 엄마랑 얘기할 때 불쑥 화가 나기도 해서 목소리가 퉁명스럽게 나가고 괜히 작은 형이 미워지는 마음이 생기기도 했었다. 비교 당하는 일이 꽤 있었다. 사실 공부는 형보다 내가 더 잘했는데도 엄마는 나보다 형을 더 챙기시는 모습을 보이셨고 서러운 마음에 울컥한 적도 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게 어릴 때 부모의 편애라면 편애를 받고 자란 내가 아이를 셋 낳아 길러보니 나도 아이들한테 ‘네 누나, 언니 하는 거 반만 좀 해라...’ 이런 말을 하고 있었다. 자식들에게 부모가 자로 잰 듯이 다 공평하게 해 줄 수는 없을 것이다.

부모도 사람인지라 아이들 기질이나 성향에 따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 솔직히 자식을 부모의 성공을 위한 연장선으로 보는 경향이 나에게도 있었고 남들 눈에 비춰지는 우리 가족의 모습에 치중하는 면이 많았다.

돌이켜보면 작은형이 부모님한테 더 살갑게 대했었고 난 정리정돈 같은 거를 잘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었다. 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느낀 게 있어 어느 날 아이들한테 이렇게 해서 너희들한테 미안하다고 말했다. 부모라도 자식에게 잘못한 게 있으면 ‘미안하다’ 는 말을 꼭 해야 한다. 물론 자식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토닥토닥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먼 옛날이 되었다. 우리는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에게 상처를 많이 받기도 하고 또 가장 많은 치유(治癒)를 받기도 한다.

이제 문경 당포 고향집은 빈 집이다. 대문도 허름한, 마당에 찬바람만 썰렁한 시골집이 오늘 밤 자꾸 눈에 밟힌다. 나도 부모가 되어보니 처가에 기죽지 말고 살았으면 하는, 작은형을 감싸 돌던 부모님 마음이 이해가 된다.

커다란 교자밥상에 오순도순 다 같이 둘러앉아 시끌벅적 떠들며 먹던 뽀오얀 메밀묵, 달달한 감주, 꼬소한 배추전, 탱글탱글한 잡채, 모두가 사무치게 그립다. 이번 설날, 흩어져 살던 식구들 모두 둘러앉아 그동안 못 다한 속말들을 풀어보자.
(010-8973-0470)
* 네이버에 <필 상담심리센터>검색 - 우울증, 공황장애, ADHD, PTSD, 자살충동 등 심리상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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