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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새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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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9월 01일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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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김정호
신한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정부 업무(부처) 평가위원 | ⓒ (주)문경사랑 | | 오늘이 대학에서 정교수로 여정을 마감하는 정년퇴직의 날이다. 학교 측의 배려로 9월 학기에도 명예교수로 강의가 배정되고, 큰 변화는 없지만 전임교수로 학기 중에는 학술대회 참석 외에 해외로 여행 금지, 방학에도 해외로 출국 시에는 출장 신청서를 작성하여 총장 결재가 나야 하는 전임교수로 대학에 매인 몸에서 이제 자유인이 되는 것이다.
대학에서 정년 퇴임식은 어제(30일) 있었다. 1990년에 전임이 되었으니 34년의 교수 경력과 정훈 장교로 군 복무한 3년, 유급조교로 근무한 5년을 합산해주니 40년이 훌쩍 넘는 근무 기간이 적용되어 대학 교수로서는 드물게 황조근정훈장을 받았다.
1984년에 박사과정에 진학하고, 그 당시에는 박사과정에 다니고 있으면 대학에서 강의를 배정하던 시절, 동국대학교와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강의를 시작으로 40년의 긴 여정이었다. 대학원 진학 당시 점촌중학교 교장으로 계시던 아버지는 유교적인 가풍의 집안에서 선비의 정신 중 인격수양과 학문도야는 필수이니 교수로 그 길을 가겠다는 아들이 자랑스럽다는 편지를 보내 주셨다.
박사학위만 취득하면 손쉽게 교수가 될 수 있었던 시절에 전임이 되고, 지방에서 많은 대학이 학생 모집이 안 되어 고민하는데, 수도권 전철역 옆에 대학이 위치하고 있으니 퇴직 때까지 학생 모집에 전혀 신경 쓰지 않은 나는 운 좋은 대학교수였다. 인생의 2/3 이상을 학창시절과 교수로서 대학에 있었는데, 전임으로서 시절을 마감하고 교정을 떠난다는게, 아쉽고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동안 연구와 강의 외에 대외적으로 많은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건강과 정신적인 지구력이었다.
지치지 않게 건강한 몸과 정신을 주신 하늘에 계신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비전임으로 새 출발하는 첫날인 내일 9월 1일에는 형제 자매들과 함께 선산의 부모님 묘소에서 대과 없이 정년 퇴직하게 됨을 인사드리며 훈장을 바치려 한다. 퇴직하고 급격히 일을 내려놓을 수는 없겠지만 그동안 토요일, 일요일에도 자주 학교에 나와 밀린 일을 하였는데, 이제는 천천히 느림의 미학으로 여유를 가지고 즐기며 살아가는 여생이 되었으면 한다.
영국의 계관 시인 존 메이스 필드는 ‘대학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라고 노래했다. 그러나 이제 대학은 더 이상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아니다. 급격한 학령인구의 감소로 생존을 위해 정원 감축과 극심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구조조정으로 학과가 없어지고, 찾아갈 곳이 없어진 교수들을 보며, 끝까지 전공을 살리며 퇴임할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다.
지난 8월 초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이 노인 폄하 발언 후 ‘교수라서 철없어, 정치 언어 잘 몰랐다’는 발언을 보고 나도 철없는 교수로 남을 배려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 하고 살아온 40년이 아닌가 생각된다. 교수들 중 철없음이 지나쳐 미투나 학생들에게 폭언 등 품위유지를 못하여 불명예 퇴직을 하는 사례도 대학가에서 많이 목격하였다. 인생의 황금기를 대학에서 보내고, 아직 마음은 20대이지만 만 65세가 넘어 노인의 대열에 들어가고, 정년을 맞이한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반추한다면, 활발한 대외 활동으로 학생들과 좀 더 꼼꼼히 대화하고 그들의 고민을 들어 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 한 세대를 넘게 대학에 몸담다 보니 대학생들의 변화에 보수적인 선생인 내가 적응을 못 하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한 것 같다. 소비자고 고객이었던 학생들에게 그들의 등록금으로 매달 적지 않은 급여를 받아 온 내가 학생들에게 좀 더 잘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30여 년 전 가르친 제자들이 스승의 날 안부를 전해 오고 조금만 선물도 보내오는데, 요근래 가르친 제자들은 그러지 않을 것 같다. 이 또한 마음을 열지 못한 내 탓이다. 정년을 하면서 다양한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이제 내일부터 새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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