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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지용(無用之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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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7월 22일 [주간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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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정창식
아름다운선물101
문경문화원 이사 | ⓒ (주)문경사랑 | | 우리 문경에는 적지 않은 정자가 있다. 최근의 조사에서 약 여든 개의 정자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런데, 읍면별로 분포되어 있는 정자의 수를 비교하면 강의 동쪽인 산북면과 산양면 그리고 영순면에 적지 않은 정자가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지역의 정자 수는 문경시 전체 정자의 절반이 넘는 오십 여 개에 이른다.
영강의 동쪽, 즉 강동(江東)에 왜 많은 정자가 있는 것일까. 이 지역은 일찍부터 세족(勢族)들을 중심으로 유학이 발달하였으며 특히, 동로면의 황장산에서 발원하여 삼강(三江)에 이르는 금천(錦川)을 중심으로 뛰어난 경관과 풍족한 곡물이 생산되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우리가 주목할 정자는 호계면의 병암정(屛巖亭)과 산북면의 주암정(舟巖亭), 산양면의 농청정(弄淸亭), 영순면의 백석정(白石亭) 등이다.
병암정(屛巖亭)은 월방산 아래 봉천사 입구에 있다. 이 정자는 이 지역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최근에 널리 알려졌다. 그렇지만 18세기 우리 지역의 유학자인 부훤당 김해의 6세손 병암 김현규가 1832년에 지은 유서 깊은 정자다. 정면과 측면이 2칸인 홑처마 형식이다.
이 정자의 시그니처(Signature)는 250여년 된 보호수로 지정된 소나무다. 너무나 크고 활활(活活)하여 그 앞에 서면 시간을 넘어서도 변하지 않는 서늘한 바람이 가슴속을 훑는 듯하다. 그리고 붉은 베롱나무는 저 소나무를 완성해주는 풍경으로 존재한다.
최근 새로운 시그니처가 생겼다. 회색의 변성암 바위 군(群)과 보라색 개미취 꽃무리다. 여름을 지나 적적한 가을에 우리를 현혹케 하는 개미취는 전국적인 명성이 더해져 기대하게 한다.
비단같이 맑은 내, 금천(錦川)은 이제 전설처럼 불리워지는 이름인데, 농청정(弄淸亭)은 금천의 하류 농청대(弄淸臺)에 세워진 정자이다.
18세기 지역의 유학자 청대 권상일은 이곳에 정자를 지어 유유(愉愉)하면서 한적(閑寂)을 일삼았다. 그는 1710년 과거에 급제하여 울산부사 등의 지방관직과 부제학 등 중앙관료를 역임한 조선후기 영남을 대표하는 학자이면서 관료였다.
그는 이곳을 존도서와(尊道書蝸)라고 불렀다. 서와(書蝸)는 선비가 글을 읽고 학문을 하는 검소한 집을 달팽이에 비유한 말이고 존도(尊道)는 정자가 있는 산양면의 마을 존도(存道)를 이른다.
그의 학문을 이은 제자 근품재 채헌이 산북면 석문(石門)에 정자를 지어 고깃배를 타고 내려와 이곳을 찬탄하면서 석문구곡 중 일곡가(一曲歌)를 바친 뒤 이곡가(二曲歌)를 부른 곳이 주암(舟巖)이다.
1944년 주암 채익하의 후손들이 바위 위에 정자를 지어 주암정이라 불렀다. 지금 여름 연꽃이 못에 가득하다. 그래서 주암연화(舟巖蓮花)는 주암정의 시그니처가 되어 우리를 기쁘게 하고 있다.
영순면 이목리에 있는 백포(白浦)는 우리 문경의 끝이면서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마을이다. 삼강을 내려 보는 달봉산 자락에 세워진 정자가 백석정(白石亭)이다. 조선 초 이조정랑을 지낸 백석 강제에 의하여 지어진 백석정의 시그니처는 강가 모래에 드러나 있는 백석(白石)이다. 이 흰 괴석으로 마을의 이름이 정해졌고 정자의 이름도 지어졌다.
이렇듯 우리 지역의 정자들은 고유의 시그니처를 지니며 우리를 손짓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정자는 우리 서민의 삶과는 멀어 있다. 가진 자의 한적과 유흥을 위해 존재하는 유형물에 불과하다는 시선도 있다. 그래서 혹자는 쓸모없는 것이라고도 한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쓸모없음에 대한 쓰임(無用之用)에 대해 이야기 하였다.
“우리가 그릇의 모양에 찬탄하지만 정작 쓸모 있는 것은 그릇의 비워진 공간이다.”
정자도 그렇다. 정작 쓸모 있는 것은 정자 그 자체가 아니다. 원래 있는 아름다운 경관을 바라보는 정자 안의 비워 있는 공간, 그 자리가 우리에게는 유용한 것일 수 있다. 그곳에 있을 때 우리는 치유되고 충분히 충전될 수 있다. 그래서 정자는 무용지용(無用之用)의 도(道)를 배우는 공간으로 가치를 더한다. 이 여름에야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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